미술계 막장드라마

2018.04.25 15:19

egoist 조회 수:1506


W라는 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새 작가를 뽑는 공모가 나옵니다. 시에서 기금을 지원받는 재단입니다. 공모 요강에는 작가들을 단체로 카셀 도큐멘타에 보내주고, 전시를 열어주며, 소정의 작업비가 매달 지급되는 등 매력적인 조건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많은 작가들이 지원하고 프로그램에서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작가들을 선발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큐레이터(A, )가 재단과의 마찰로 사직을 합니다. 그러자 새 큐레이터를 들이는 대신 난데없이 작가들 중 하나가 자신이 큐레이터 역할도 같이 하겠다고, 전부터 하고 싶었다고 나섭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것이 받아들여져 레지던시의 전시를 책임질 선수겸 감독...이 아니라 작가겸 큐레이터(B, )가 탄생합니다. 한편 큐레이터A가 사직을 하는 난리통에 작가 한명(C, )은 사라져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작가겸 큐레이터 B는 큐레이터 일에 대한 경험도 없고 능력도 안 되니 전시 준비 과정에서 다른 작가들을 들들 볶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젊은 여자작가 D가 작가겸 큐레이터 B에 의한 지속적인 성희롱을 토로합니다. 그러면서 이것 저것 일들이 밝혀지는데...

 

우선 큐레이터 A와 작가겸 큐레이터 B는 친구 사이입니다. 재단에서는 레지던시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작가 B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치고 난 후 너무 좋아서 해당 시에 정착한다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큐레이터 A의 친구인 작가 B와 이미 물밑협상을 해 둔 터였습니다. 원래 서울에 사는 B는 레지던시가 끝나면 해당 시로 이사를 하고, 이에 대한 홍보 기사들이 나가고, 대신 B는 레지던시를 연장해서 더 쓰며 이런저런 지원을 받는 조건입니다. 그러니까 공모랍시고 이미 작가 B는 내정이 되어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큐레이터 A가 사직을 하면서 같은 시기에 사라져버린 작가 C는 알고보니 큐레이터 A와 결혼한 사이였습니다. 때문에 A가 나가자 자신도 나가버린 것이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레지던시에서 나갔음에도 창작지원금은 계속 지급이 됩니다. 이 정도로 끝나면 섭섭하니 비밀이 또 있습니다. 공모 과정이 진행되던 당시, 면접이 끝난 이후 작가B는 친구인 큐레이터 A에게 여자작가 D가 미모가 출중해서 마음에 드니 뽑자고 했답니다. 결국 공모를 통해 공정하게 뽑는 시늉을 했지만 큐레이터 A의 친구인 작가 B는 처음부터 내정, A의 와이프인 C도 과연 공정하게 선발되었는지 의문이 가고, 작가 D는 본의 아니게 AB의 작당을 통해 B의 흑심을 만족시켜주려 뽑힌 것이죠.

 

뽑자고 한 목적이 그러하니 B는 입주 후 꾸준히 D에게 작업을 걸었는데, AB가 계속 밤에 전화해서 술 먹자고 하는 등 편하게 두지를 않았답니다. A가 나간 이후에도 B 혼자 열심히 과감히 계속 작업을 걸고...결국 D는 입주기간을 다 못 채우고 작가 레지던시를 나가버립니다. 이게 아직 미투 운동이 점화되기 전이라 그냥 그렇게 일단락되고 레지던시 분위기는 당연히 완전 개판.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타 작가들은 속이 많이 상해 소송도 고려합니다만, 작가들 대부분이 통장 잔고가 0원에 가까워서 사실 소송비용을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작가들은 이 일에 시간마저 빼앗기면 더 큰 손해라는 생각에 결국 포기해 버립니다. 사건은 그대로 묻히고, 저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여자작가 E는 소송조차 못하고 포기한 자신에 대해 패배주의에 휩싸이고 말이죠. 사실 이것 말고도 중간에 자잘자잘한 사건들이 많지만 굵직한 것은 여기까지. 현실은 언제나 픽션 못지않게, 혹은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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