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으면 먹으면서 책보는 아주 안좋은 버릇이 있는데, 또 딱 고칠 생각은 별로 들지가 않네요. 


먹는 것, 음식 거리 이야기들 자주 나오는 책 있으면 추천 좀 부탁 드립니다. 우선 저부터 시작하자면, 생각나는 것으로는 


1) 초원의 집 시리즈 : 로라의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들 정말 묘사가 끝내줍니다. 넉넉지않은 살림에서도 깔끔하고 멋을 내면서 음식을 장만해나가는 품이 인상적이죠. 특히 버터를 누가 본다고, 틀에 넣어 꽃무늬를 내어 쓰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2) 백경 :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해물 스튜라든지, 청어 구이라든지. 이런것이 생각나는데, 나중에 세월의 돌에 오마주되어 더욱 기억이 나네요. 


3) 혼불 & 토지 : 토지는 자주 나오는건 아닌데, 초반에 김서방댁이 만들던 호박 버무리 ? 여기 묘사가 끝내줍니다. 서리맞은 시금치는 먹어볼길도없겠지만 왠지 굉장히 달콤할것같은 생각이. 혼불에는 여러가지 음식이 자주 나오는데, 만들다가 숨넘어갈것같아서 별로 식욕은 돋지 않더군요. 


요새 피천득의 수필집을 오랫만에 한번 읽어보는데, 여전히 좋은 글이긴 하지만, 조금 욱 하는 부분들이 생기더군요. 예를 들면 딸 서영이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들이 자신이 못생겨서 인물좋은 어머니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참, 부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런 글들을 출판한 것인가라는 생각에 씁쓸해졌습니다. 그밖에도, 부인이 주변머리가 없어서 자신이 부와 명예를 누리지 못한 것이고, 그것은 다행(?)이라는 부분, 인생에 두 여인이 가장 중요한데 , 하나는 어머니이고, 다른 하나는 딸이라는.. 

혼자 쓰는 일기라면 모르겠으나, 실제인물의 이름을 바꾸어 넣을 만큼 출판을 의도하고 쓴 글들에 이렇게 배우자에게는  무례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아연했는데, 예전에 같은 글을 읽을때는 전혀 느끼지못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아픈 시대를 그리도 오래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별 거슬리지않는 맑고 가벼운 글들만 쓸 수 있었는지.. 아마 그래서 교과서에 실리기도 쉬웠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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