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연휴2)

2017.10.03 03:13

여은성 조회 수:654


 1.오늘은 몇 달만에 술을 마셔볼까 하고 나갔어요. 평소에는 캬바쿠라에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아니니까요. 캬바쿠라에서 아이스크림을 정신나간 가격에 팔든 요구르트를 정신나간 가격에 팔든 와플을 정신나간 가격에 팔든 난 상관없어요. 어차피 갈 거예요. 한데 캬바쿠라는 술을 정신나간 가격에 파는 곳이고 술은 마시면 다음날 일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많이는 먹을 수 없어요.


 하지만 이번 주는 일이 없으니 간만에 술을 마셔볼까 했어요. 느닷없이 나타나면 나를 좀더 반가워 할 것 같아서 연락 없이 갔어요. 그리고...가게는 닫혀 있었어요. 연락을 해 보니 쉰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2.그래요...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거예요. 셜록 홈즈가 아니더라도. 월요일에 호객문자가 단 한 통도 오지 않았다...이건 둘 중 하나죠. 사장들이 갑자기 나를 매우 싫어하게 됐거나, 아니면 장사를 안 하기로 했거나. 혹시나 싶어서 이곳저곳에 연락을 돌려 봤지만 근처의 모두가 이번 주는 통째로 쉰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강남으로 갔어요.


 새로운 곳을 뚫어 볼까 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는데 문을 연 가게는 아무리 봐도 2차가 있을 법한 가게뿐이었어요. 그러다가 2차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봤어요. 복도에서 웨이터를 잡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웨이터는 룸으로 바로 나를 데려갔어요. 일행 분은 몇 명이냐고 물어오는 그에게 '나는 원 맨 아미지.'라고 대답하려다가 그건 약간 중2병 같아서 '혼자.'라고 대답했어요.


 여긴 2차를 나가는 가게냐고 묻자 웨이터는 기뻐해도 좋다는 듯이 그렇다고 말했어요. 일어나서 나가는 내게 웨이터는 '2차 되는데요'라고 거듭 설명하려 했어요.



 3.뭐 내가 철학이나 정의감따위로 2차를 나가는 가게에 안 가는 건 아니예요. 생각해 보세요. 한 시간 후에 확실하게 섹스할 수 있을 여자와 웃고...떠들고...노래부르는 게 무슨 재미가 있죠? 아무런 재미도 없고 충실감도 없어요. 내일, 일 주일 후, 한달 후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여자와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충실하게 지낼 수 있는 거거든요.


 어차피 똑같은 돈을 쓸 거라면요.


  

 4.휴.



 5.그래서 그냥 돌아왔어요. 어딘가 가서 혼자 칵테일이라도 마실까 하다가 말았어요. 혼자서 술을 마시는 녀석...마실 수 있는 녀석은 정말 어른이 된 녀석인 거겠죠. 옆에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술을 마실 수가 없어요. 지껄이는 누군가이든, 귀기울여주는 누군가이든, 무심해하는 누군가이든...누군가는 있어야 해요. 아 물론 무조건 예뻐야 하지만요. 왜 무조건 예뻐야 하냐면 음 그게 뭐라더라...아! 나는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성적 대상화하는 데에만 급급해하는 여혐이니까요. 헤헤.



 6.내일도 어딘가를 쏘다니거나 숙소를 잡아야 해요. 꽤나 보기 싫은 녀석이 찾아오거든요. 이제는 명절마다 녀석을 피해 있는 게 연례 행사가 되어버렸죠. 그러고보니 작년 추석에는 녀석을 피해 묵는 곳에서 듀게 번개를 했었어요. 재밌었는데...뭐 내일은 혼자 버텨봐야죠.



 7.하아...지겹네요. 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어요. 자동으로 나와 버리고 말죠.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긴 해요. 맨날 자살할 거라고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어서 이젠 보는 사람들이 지겹고 짜증날 거예요. 다른 일들은 그래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편인데 이것만큼은 행동으로 옮기기가 좀 무서워서 말이죠. 어쨌든 미안한 일이예요. 언젠가는 안 미안해도 되겠죠.



 8.자살할 거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눈을 빛내며 듣는 녀석들이 있어요. 아마 나를 미워하는 거겠죠. 그들은 내가 어서 자살하길 기다릴 텐데 전혀 그럴 기미가 없으니 슬슬 짜증이 날 거예요. 그들은 내가 자살하는 걸 바라는 거지 내가 자살하겠다고 지껄이는 거나 듣고 싶은 건 아닐 테니까요.


 아? 그들이 밉지 않냐고요? 아니예요. 그들에게 심하게 지랄했으니 그들이 그런 마음을 품는 것도 인지상정이죠. 날 미워하는 건 당연해요. 내 주위에는 그런 놈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죠.


 

 9.누군가는 궁금해할 수도 있겠죠. 왜 돈을 내고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러 가는지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돈을 주고 보러 가도 모자랄 판에. 그야 자주 가지는 않지만 정기적으로 보러 가곤 해요. 왜냐면 일단 예쁘니까요.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내가 그들에게 지랄해도 그들은 여전히 내게 지랄할 수 없는지 점검해보고 싶거든요. 그들이 내게 지랄할 수 없다면 아직은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걸 점검받으러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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