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

2017.09.26 07:21

여은성 조회 수:860


 1.어느날 밴시가 물었어요. 너는 지금 하는 일이 잘 되면 뭘 할 거냐고요. 그래서 대답했죠. 그 돈을 재투자할거라고요. 그러자 밴시는 그 돈을 재투자해서 잘 되면 그땐 뭘 할거냐고 물었어요. 아무리 말해줘도, 돈으로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건 재투자인 거라는 걸 밴시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친절함을 담아 설명했어요. 


 '돈보다 더 좋은 유일한 건 오직 더 많은 돈뿐이야. 나는 돈이 있는 한 그 돈을 돈을 버는 데 쓰지, 쓰는 데 쓰지는 않아.'


 그러자 밴시는 그러니까 결국 넌 그 돈으로 뭘 하며 살고 싶냐고 물었어요. 돈이 정말 정말 불어나면 그땐 뭘 할거냐고요. 사실 이런 질문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미 질린 참이었어요. 나는 어딘가로 떠나지도 않을 거고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도 않을 거니까요. 하지만 상대가 밴시니까 다시 성의있게 대답해 줬어요.


 '나는 얼마가 생기든 지금과 똑같이 살 거야. 밤에는 새로운 여자를 보러 가고 낮에는 밤이 되길 기다리며 살겠지.'



 2.그야 '살아 있는 한은' 그렇게 살 거예요. 다른 식으로 사는 법을 모르니까요. 아니 사실 알긴 알지만 귀찮아요. 노력따위나 노동따윌 하며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매우 지겹단 말이죠. 매일이 똑같은 건 정말 지겹거든요. 좋은 것이 반복되는 것도 나쁜 것이 반복되는 것도, 반복되는 시점에서 그건 나쁜 거예요. 완전 썩어버리는 거니까요. 누군가 삶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해요. 


 '제일 좋은 건 처음부터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 두번째로 좋은 건 가능한 빨리 죽는 것. 세번째로 좋은 것...즉 제일 나쁜 건 왕처럼 사는 것.'


 ...이라고요. 그야 죽는 건 좋지만 죽는 과정은 정말 별로예요. 너무 아프고 무서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죽는 과정'은 패스하고 싶어요. 하긴 이건 수능공부를 안 하고 수능 만점을 받고 싶다는 소리와 같죠.



 3.최근 어느날은 새벽에 돌아왔는데 '오늘은 토하겠군.'이라는 느낌이 왔어요. 그리고 브레이킹배드에서 제인이 죽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지금 푹 잠들면 자다가 토사물이 올라올 거고, 확실하게 푹 잠들면 깨어나지 못한 채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똑바로 누웠어요. 괜히 옆으로 누워서 잠들면 토사물이 기도를 막지 않고 살아남아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구역질과 함께 깨버렸어요. 아마도 몸이 자는 채로 토하는 건 허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남은 선택지는 쿠션에 토하느냐 화장실 바닥에 토하느냐 뿐이어서...일어나서 화장실 바닥에 토하는 걸 택했어요. 이 방식으로 죽으려면 수면제를 몇 알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4.휴.



 5.한 여직원이 위의 이야기를 듣더니 울기 시작했어요. 죽으면 안 된다고요. 


 엉엉 우는 여직원을 보며 매우 소름끼쳤어요. '자신이 슬퍼지니까' 죽지 말고 살아있으라니...이런 자식들이야말로 진정한 이기주의자 소시오패스 악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6.심심하네요. 서울 밖 어디 놀러가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가고싶다는 말만 하다가 결국 안 가겠죠. 왜냐면 여행도 노동으로 분류되니까요. 내게는요. 힘든 건 정말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계속 심심하게 살아야겠죠. 힘들거나 귀찮은 건 하지 않는 대신 대가를 치르며 사는 거예요. 


 '살아 있는 한' 모든 것에 대해 대가와 비용을 치러야 해요. 이건 정말 짜증나요.



 7.밴시는 새로 가게를 열었어요. 이젠 밴시와 화해하는 것도 지겨워서 화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화해해봤자 5일쯤 지나면 뭔가 또 사이가 틀어질 일이 생길거니까요. 그냥 사이가 틀어진 채로 놔두면 이제 귀찮은 일을 겪을 것도 없거든요. 그래서 밴시가 오라고 해도 안 갔어요.


 그러자 밴시는 필살기를 썼어요. '나 오늘 너무 힘들어. 오늘은 좀 도와줘.'라고 말해왔어요. 지난 5년간 수없이 들어준 말이지만 갑자기 머리끝까지 짜증났어요. 그런 술집에 가는 건 '누굴 도와주기 위해'가는 게 아니잖아요? 놀거나 쉬기 위해 가는 거죠. 그래서 대답했어요. 


 '나는 누굴 도와주기 위해 가게에 가는 게 아니야. 나는 힘들게 살고 있어. 내가 가게에 가는 건 힘들게 산 걸 보상받기 위해 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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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스튜어디스가 되겠다는 직원을 만났어요. 추석 이후에 대한항공 결과발표가 나온다는데 행운을 빌어 주지는 않았어요. 그녀가 스튜어디스가 되어 버리면 그녀를 강남 술집따위에선 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녀를 술집에서 볼 수 없게 된다는 건 어디에서도 볼 수 없게 된다는 거고요. 나는 여행도 안 가고 비행기도 안 타니까요. 


 하아...지겹네요. 원래는 밤을 샐 계획이었는데 더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자야겠어요. 한데 혼자 있는 건 무섭거든요. 한낮이나 한밤에는 tv만 틀어놓으면 혼자 있는 게 그리 무섭지 않은데 이 시간쯤엔 묘하게 무서워요. 수영장에 가서 물소리를 생활소음 삼아 자야겠어요. 


 선베드에서 대책 없이 자다 보면 오전 11시쯤 햇빛에 공격당하기 때문에 대책을 세워야 해요. 전신타월들로 온몸을 미라화시킨 다음에 자야 하죠. 빌어먹을 유딩이나 초딩이 자는 걸 건드리면 놈들을 없애 버릴 거예요. 물론 말만 이렇게 하고 없애버리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다시 듀게에 일기가 안 올라오면 내가 참지 못하고 놈들을 없애버린 거라고 알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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