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서비스 중인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편당 50분씩 에피소드 8개로 깔끔하게 끝... 이긴 한데, 마지막에 좀 애매한 쿠키 하나가... 암튼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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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여고괴담' 삘이 나지 않습니까?)



 - 도입부 스토리 소개를 하기 전에 교통 정리가 좀 필요합니다. 이게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같은 제목을 단 같은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셋이 나와서요.

 작품 1번은 게임입니다. 반공을 국시로 사상의 자유를 철저히 탄압하던 시절, 대만의 암흑기를 소재로 한 인디 호러 게임이었죠.

 작품 2번은 영화구요. 1번의 스토리를 거의 모범적으로 재현하면서 대신 영화라는 매체에 맞도록 주인공들의 비중, 이야기를 전개하는 순서를 조정하고 결말을 살짝 바꾼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3번이 바로 이 드라마 시리즈인데... 영화판이 아니라 원작 게임을 베이스로 삼아 게임 버전의 스토리를 바탕에 깔고서 그 '후일담' 같은 성격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뭐 이렇게 정리가 되긴 하는데, 사실 별 의미 없어요. 왜냐면 세 편 모두 세부 설정들에 약간씩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미묘하게 결말이 갈리거든요. 그냥 같은 베이스를 공유하는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속 편하고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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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년도의 주인공이자 메인 주인공... 인데 어째 선명하게, 예쁘게 잘 나온 짤이 서브 주인공만큼 없네요. ㅋㅋㅋ)



 - 그래서 이제 드라마판의 도입부를 소개하자면요.

 일단 시작하자마자 게임판의 스토리를 대략 열 줄 정도로 요약해서 스포일러 해버립니다. ㅋㅋㅋ 이 글에선 그것도 가급적 적지 않을게요. 그래도 이 드라마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기억하세요. 혹시라도 나중에 게임이든 영화든 즐겨볼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절대로 드라마를 먼저 보시면 안됩니다.


 배경은 게임&영화판 사건으로부터 30년이 흐른 뒤, 그러니까 1999년. 장소는 여전히 같은 학교와 그 동네에요.

 주인공은 타이페이에서 살다 그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여고생. 근데... 왠지 상태가 안 좋아 보입니다. 무슨 환각 같은 걸 혼자 보는 듯 하고 또 수상한 알약병을 갖고 다니구요. 

 엄마랑 단 둘이 이사를 왔는데 둘의 대화를 보면 아빠랑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고 엄마 조차도 상태가 안 좋아 보여요.

 그래도 어쨌든 등교를 했는데... 이 학교도 기가 막힙니다. 게임과 영화에서 다뤘던 60년대의 학교 상태랑 거의 같아요. 그 시절 학생들을 억압하던 군인 출신 아저씨가 그대로 근무하면서 수시로 자기 맘대로 가방 검사를 하고 불러다 공갈을 치며 애들을 숨막히게 만들구요. 반에서 성적이 안 좋은 애들은 '유령'이라고 적힌 나무표를 목에 걸고 다른 학생들에게 따돌림 당하면서 학교 청소나 잡일을 다 하고 다녀야 하구요. 사상 억압에서 성적 지상 주의로 테마가 바뀌었을 뿐 학생들 처지는 똑같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그 와중에 주인공은 자기 반의 '유령'인 공부 관심 없는 무당집 아들과 조금 친해지구요. 그러다 어떤 여학생의 괴이한 자살 광경을 목격하구요. 원작 게임에 등장했던 그 유령이 학교를 배회하며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가운데 자기 반 총각 담임 교사 겸 시창작 동아리 담당 교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뭔가 30년 전과 비슷한 일이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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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60년대 주인공. 근데 짤 올리면서 처음으로 눈에 띄는 교복의 저 숫자가 뭔지 궁금해지네요. 얼핏 보면 연/월/일 날짜 같은데 이 양반이 '87'을 달고 있을 이유가...)



 - 걍 번호를 붙여가며 아무 얘기나 막 던져 보겠습니다.


 1. 안 무섭습니다. 게임도 크게 무서운 편은 아니었고 영화판도 호러의 탈을 쓴 드라마였습니다만. 이 버전은 그보다도 더해요. 호러를 기대한다면 보지 마세요.


 2. 주제가 바뀌었습니다. 원작이 60년대 대만의 암담했던 현실(=사상 탄압)을 보여주는 게 중심이고 그걸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 주인공의 비극적 개인사를 얹어서 엮어낸 이야기... 였다면 넷플릭스판은 주인공의 고통 뿐인 개인사가 중심이고 현실 세계의 문제가 토핑이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집안 꼬라지도, 학교 꼬라지도 다 개판이고 모든 게 자신을 절망으로 몰아가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에요.

 

 3. 재밌는 건, 1999년에 벌어지는 사건들과 거기 연관된 인물들이 1960년대에 벌어졌던 사건과 관련 인물들과 닮아 있다는 겁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라는 건데... (실제로 극중에 자막으로 등장합니다 ㅋㅋ) 그게 단순 반복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주가 됩니다. 과거의 인물 A와 현재의 인물 B가 포지션이나 역할이 똑같아 보이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슬쩍슬쩍 다르게 꼬이면서 종국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죠. 그리고 이때 그 '다른 방향'은 아주 21세기스럽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스런 방향입니다. 말하자면 여성 중심 서사. 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미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판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 건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스토리가 나름 몰입할만 하고 또 호소력이 있어요. 호러를 포기하고 그냥 드라마에만 집중한다면 괜찮은 이야기였다고 느꼈네요.


 다만... 이런 변주 놀이가 중심이 되다 보니 게임이나 영화판을 안 본,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겐 쓸 데 없이 불친절하고 헷갈리는 드라마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다 이해하고 따라가면서 본다고 해도 이전 작품들을 다 본 사람들처럼 '뭘 어떻게 바꿔가나 찾기' 놀이를 즐길 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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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패치의 가장 큰 수혜자... 라고 해야 하나 희생자라고 해야 하나 헷갈리는 선생놈 캐릭터이십니다. 이 사진은 좀 구본승스럽게 보이네요)



 4. 캐릭터도 좋고 그걸 연기하는 배우들도 좋습니다. 특히 두 여주인공 배우들은 그냥 예쁜 걸로만 뽑은 게 아니라 극중 맡은 성격들과 잘 어울리는 비주얼들로 뽑은 것 같아요. 주인공 주변을 맴돌며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무당집 청년도 좋았구요. 빌런들은 정말 치가 떨리도록 재수가 없었으니 역시 잘 뽑았다고 해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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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무당집 청년. 이것보다 사이즈 큰 화질 좋은 사진이 없네요. 사실은 그냥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ㅋㅋㅋ)


 5. 다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아주 좋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특히 도입부는 무섭지도 않으면서 괜히 궁금하지도 않은 떡밥 놀이들을 한참 늘어 놓아서... 두 번째 에피소드 정도까진 '그냥 그만 볼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봤네요. 중반쯤 들어가서 화끈하게 호러는 내다 버리고 드라마에 집중하게 된 후가 제일 나았구요. 막판 전개는 뭐... 애초에 그냥 두 주인공의 드라마가 중심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며 큰 불만 없이 보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개연성 없이 막 달리는 작가 편할대로 전개였던 것 같구요. ㅋㅋㅋ

 cg도 상당히 구립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는 거.


 6. 결말은, 결말만 뚝 떼어 놓고 보면 뭐 괜찮았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의 결말'이었다고나 할까요. 다 보고 나서 찜찜함과 불쾌함을 남기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전 요즘 이런 게 되게 좋더라구요.



 -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전편들에 대한 지식 없이 그냥 보면 재미의 절반 정도는 날아가게 되는 좀 대책 없는 작품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영화판을 먼저 보시는 걸 추천하구요.

 풍진 세상에 나부끼는 (여성) 청춘의 고통과 그 극복을 그리는 진지한 드라마입니다. 장르적 재미 같은 건 거의 0에 가깝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구요.

 그래도 캐릭터들이 나름 잘 빚어져 있고 스토리도 나쁘지 않아서 그냥 그 두 가지에만 집중한다면 볼만한 작품 정도는 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럭저럭 괜찮게 봤어요. 

 뭐 했던 얘기의 반복이지만 혹시라도 관심이 가신다면 먼저 영화판을 보세요. 그게 맘에 드신다면 드라마도 그럭저럭 볼만은 할 겁니다. ㅋㅋ




 + 근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쌩뚱맞게 부각되던 한 캐릭터... 그 부분은 좀 별로였네요. 주인공도 아닌 놈이 갑자기 그렇게 큰 비중을 부여받으니 좀; 가뜩이나 신파인데 뜬금 없기까지 하니 지루해지더라구요. 그 캐릭터에 대한 대접은 영화판 정도가 딱 적절했던 듯.



 ++ 작가님이 여고괴담, 콕 찝어 말해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재밌게 본 게 아닌가... 라는 의심이 상당히 강력하게 듭니다. 일단 이야기의 분위기 자체가 남학생도 나오긴 하는 여고괴담(?) 같은 느낌이구요. 또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 관계, 장면들이 여기저기서 샥샥 튀어 나오거든요. 물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팬분께서 이 말에 낚여서 드라마를 보신 후에 '하나도 안 비슷하잖아!!!!'라며 화를 내셔도 전 책임 안 지구요. ㅋㅋㅋ



 +++ 주인공이 시를 쓰는 문학 소녀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어째 보는 책들이 죄다 1984, 멋진 신세계 이런 것들 뿐... ㅋㅋㅋㅋ



 ++++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고 스탭롤이 올라가는데 '다음 추천' 화면이 안 뜨길래 쿠키의 존재를 눈치채고 기다려봤죠. 근데... 이게 참 뭐랄까. 뭔가 새로운 떡밥 같은 걸 완결 없이 던져주다 끊어버리는 걸 보면 다음 시즌 만들기 위한 떡밥 같은데. 드라마의 마무리는 다음 시즌 같은 게 아예 불가능하게 매듭이 지어졌거든요. 뭘 어쩌자는 거지?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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