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에서 라쵸 드롬 봤습니다.

자세한 정보 없이 가서 본 건데, 대만족이었어요.

북인도 라자스탄 지방에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이르기까지 집시의 유랑의 역사를 음악을 통해 따라가면서,

그들의 삶의 애환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들의 음악이 각 지역에서 다른 음악들을 흡수해가며 분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짧은 상영시간 동안 마땅한 대사도 없이 영상과 음악만으로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냈다는 데 감탄했어요.


영화 상영 이후 누에보 플라멩코 컴퍼니의 공연고 하림의 씨네토크가 이어졌는데 이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보통 씨네토크, GV 같은 데 잘 참여하지 않아요. 

제 감상이 미리 굳어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 싫기도 하고,

그 넉넉하지 않은 GV 시간에 채 정리도 되지 않은 자기만의 해석을 주절대면서 시간 잡아먹는 사람들이 꼭 있는데 그것도 싫어서요...

그런데 이번에는 남아있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하림이 씨네토크 막바지에 직접 허디거디라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연어의 노래'를 불렀는데 감동적이었습니다.

씨네토크 전에 있었던 누에보 플라멩코 컴퍼니의 공연도 좋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파트가 스페인에서의 플라멩코 파트였는데 그에 바로 이어 누에보 플라멩코 컴퍼니 공연을 보니까

정말 영화 속 장면들이 살아 나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극장에서 조금 기분 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시험 볼 게 있어서 시험 끝나고 추레한 모습으로 여자친구 만나서 바로 서울아트시네마로 향했는데요.

예매한 티켓을 찾으려 엘리베이터를 나오자마자 티켓팅창구 줄에 섰는데, 저랑 비슷한 타이밍에 줄에 서신 분이 계셨어요.

중년 여성 분이셨는데, 저 때문에 줄에 들어오실 타이밍을 놓치셨는지 어정쩡하게 줄 바깥 쪽에 서 계시더라고요. 저랑 제 앞 분 사이에 발 한 짝 끼워넣은 느낌으로요.

줄이 빠지면서 제가 앞쪽으로 자연스레 붙어서려는데 갑자기 '제가 한 발짝 먼저 온 거 아시죠? 이러시면 안 되죠' 이러시더라고요.

거기서부터 살짝 기분 상했습니다만 '줄 바깥 쪽에 서 계시길래 제 앞에 서신 줄 몰랐어요.'하고 자리 비켜드리려는데 

제 말을 뚝 끊어먹고 '그래도 그러면 안 되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이 분명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렸네 어쩌네 하시더니(제가 키도 더 크니까 빨리 걸으면 제가 앞에 설 수도 있는 건데요.)

'운전할 때도 옆 차가 끼어들기 시도하면 비켜주는 게 예의다' 이런 얘길 하시더라고요. 그럼 본인이 끼어들기를 하려고 했다는 건가요???;

슬슬 화딱지가 나서 '줄 밖에 계셨으니 운전으로 치면 아예 다른 차선에 계셨던 거 아니냐' 했더니 그런 거 아니라고 횡설수설 뭐라 하시더니,

'전 한 줄 뒤에 서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아트시네마 오실 정도면 이 정도는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빈정대시더라고요.

졸지에 개념없는 인간 취급받은 거 같아서 쏘아붙이려다 여자친구랑 같이 영화 보러 와서 기분 망치기도 싫어서 어색한 웃음만 지어보이면서 그냥 앞자리 내어드렸습니다.


그렇게 영화관에 들어섰는데, 아, 이번엔 제 옆자리 분이 문제더라고요.

영화 초반 내내 손을 마구 흔들어대시면서 고의적으로 팔걸이를 툭툭 쳐서 소리를 내시더라고요. 무슨 손장단 치시는 것처럼.

음악이 흐르지 않을 때도 치시고, 음악이 흘러나올 때도 손장단을 치시는데 심지어 영화 속 음악이랑 박자도 안 맞았어요!!! 

엄청 거슬렸는데, 저 뿐 아니라 앞쪽에서도 몇 번 눈치 주니까 중반부부턴 잠잠하시더라고요. 영화 끝나고 공연 시작되니까 다시 손장단 발장단하긴 하셨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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