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설 추천 글을 찾다가 미야베 미유키 이름이 많이 나와서

'모방범'과 '화차'를 순서대로 읽었어요. 워낙 재밌어서 금방 읽게 되네요.

저는 모방범보다 화차가 훨씬 재밌네요.

다른 작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두 소설 모두 비슷한 구조가 느껴지네요.

초반에 미스테리한 소재가 주어지고 아주 정교하게 반전들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있는 느낌. 그러다가 마지막에 빵!!

특이한게 그 반전의 고리들의 '간격'이 다른 작가의 작품에 비해서 아주 빈번하면서도 일정하게 배열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종의 '정글짐' 올라가는 것 같은 인상이 떠오르네요.

특히 모방범은 거의 대하소설 수준으로 등장인물이 많은데 그들이 전부 서로 거미줄처럼 그런데 아주 촘촘하면서도 잘 엮여있어요.

그런데 각 인물들에 대한 비중도 공평하게 골고루여서 전체를 밀고나가는 힘이 좀 약한 느낌을 받았어요.(사족이 많다랄까)

예를 들어 저는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가즈아키'에 대해서 연민이 느껴지고 그 동생이 억울하게 멸시 받는 상황에 감정이입된 상태였는데 그것도 금방 뒤집어버리죠.

끊임없이 뒤집으니까 몰입이 좀 깨지고 지치는 느낌?(적당히 좀 뒤집어라...꼬아도 너무 꼰다...) 그래서 좀 작위적인 느낌도 있고

악당도 그렇게까지 매력적이라기보다는 좀 작위적인 느낌이구요. 거미줄처럼 짜여진 이야기를 위해서 만들어진 인물같은...

물론 이러한 구성은 이 책 제목이 왜 모방범인지를 알려주는 마지막의 짜릿한 순간(아~이래서 모방범이구나!!)을 위해 정교하고 적절하게 고안된 것이겠죠.

 

그런데 화차는 방금 다 읽었는데 와 소설 읽고 마지막 엔딩이 이렇게 두근두근거린적이 거의 없었던것같아요.

완전 두근두근 엔딩이네요. 영화 '인셉션' 엔딩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후덜덜~

완전 기대기대하고 있는데 안보여주고 끝내버리잖아요. "뭐야!! 왜 안보여줘!!!"불만이 터지면서도 두근두근 와~~정말 멋진 엔딩이다~이런 느낌...

전체 소설 내내 여주라고 할 수 있는 "신조 교코"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이 아가씨 목소리는 결국 한마디도 소설에서 안나오죠. 다른이들의 설명으로만 전달될 뿐.

그것만 기다리고 있는데 빵 끝내버리는 엔딩 정말 대단하네요.

반전의 연결고리들이 정교하게 엮여가다가 짠!!하고 끝내는것은 모방범과 비슷하지만 화차는 하나의 줄기로 빠르게 밀고나가니까 힘이 더욱 강하게 빵!!터지는 느낌이에요.

화차는 남주인공 화자가 일인칭으로 계속 흘러가는데 모방범은 이건 누가 주인공인지... 확실히 한명이 끌고나가는게 일반적이고 식상?한 형식이지만 더 효과가 좋은듯하네요.

악당? 캐릭터도 화차의 "교코"가 훨씬 다각적이어서 매력이 있구요.

 

그런데 제가 읽고 좀 찝찝한 것은 "교코"가 마지막에 너무 미화되는 것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네요.

물론 교코의 경우 워낙 우리가 동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작가가 잘 만들어놨지만

제가 좀 계몽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해자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는

가해자가 응당 그럴만한 댓가를 치뤄야할만한 사람을 죽이거나 복수하는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대로라면 '교코'한테 죽은 '쇼코'나 '가즈에'의 언니같은 경우는 아무 잘못도 없이

불쌍하게 죽었잖아요. 그런데 소설에서 그녀의 안타까운 사정이 나온 이후로 너무 미화?되는 인상을 받았네요.

그래서 이 소설이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화차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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