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어쩌면 새게시판으로 옮긴 뒤로는 처음인가요?, 올리는 엑스파일 에피소드입니다.
물론 스포일러 있지요.




노스캐롤라이나의  브라운산에서 젊은 신혼부부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남편 월러스와 부인 안젤라.
입고 있던 옷의 흔적도, 살이나 피부의 흔적도, 심지어 부패한 흔적도 없는 깨끗한 백골의 형태로요.
세월의 묘한 풍화 작용으로 온전한 백골만이 출토되었을 수도 있겠죠.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 칩시다. 
단, 그들이 실종된지 3일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죠.

스컬리는 광신도들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멀더는 물론. 외계인의 소행, 엑스파일 사건으로 봅니다.
그렇게 둘은 현장에 출동하게 되는 거죠.


그동안 누구 말이 더 맞았지? 항상 내 가설이 옳았잖아? 라는 멀더의 주장에 표정으로 대답하는 스컬리. '뭐 임마?'



부검을 통해 스컬리는 신혼부부의 백골을 뒤덮고 있는 노란 액체가 식물성 소화액임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백골들이 출토되었다는 것도요.
위험한 지역임을 직감한 스컬리는 곧 멀더에게 전화를 걸지만, 멀더는 받지 않습니다.
한편,



브라운산을 뒤덮은 버섯

땅속에서 올라오는 식물의 소화액




부검실에 스컬리를 두고 홀로 브라운산을 찾아간 멀더는 
백골이 된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던 바로 그 남편, 월러스를 마주칩니다.
질겁하여 도망치는 월러스를 따라 들어간 동굴 속엔 부인 안젤라가 공포에 떨고 있죠.
그들은 멀더가 듣고 싶던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것.
회색 외계인이 그들을 납치해 실험하고, 지구엔 외계 기술로 위장된 그들의 가짜 백골을 던져놓았다는 거죠.


위험을 감지한 스컬리는 뒤늦게 멀더를 찾아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하지만
멀더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 역시 버섯을 밟아 포자를 터뜨리는 스컬리



둘은 만나지 못하고 동굴 바로 앞에서 어긋납니다.

이렇게 스컬리가 비춘 손전등 불빛은

멀더 눈엔 ufo의 신비로운 발광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멀더의 방.
왜 말도 없이 노스캐롤라이나를 떠나 워싱턴으로 돌아왔냐고 추궁하는 스컬리
멀더는 보여줄 게 있다며 스컬리를 방안으로 안내하고, 그 안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안젤라와 월러스가 있습니다.
당황하는 스컬리에게 멀더는 지금부터 저들의 증언이 인류의 삶을 영원히 뒤바꿔 놓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서두를 뗍니다.
반신반의로 자초지종을 묻는 스컬리에게 외계인과 ufo에 관한 멀더와 신혼부부의 설명이 이어지고
그래도 반문하는 스컬리에게 의기양양 멀더가 소개한 이는 바로...


회색의 외계인 (가구 뒤에 숨어서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텔레파시로 외계인과 교감한 스컬리는 감동의 도가니에 빠집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멀더, 당신이 옳았어요, 지금껏 당신이 옳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외계인, ufo 당신 말이 백번 천번 옳아요.'
그토록 듣고 싶었던 스컬리의 항복 선언인데,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 찝찝한 건 멀더 자신입니다.
'스컬리, 백골은요?'
'외계인들이 가짜로 갖다 놓은 거죠'
'그건 가설일 뿐이잖아요. 백골에 묻어 있던 소화액은 어쩌고요.'
'그건 아무것도 아닌가 보죠, 뭐'
'이건... 스컬리 답지 않은데'
'내가 다 틀렸다니까요'
'뭔가 이상해요'
그러자


의심의 순간, 모든 것이 녹아내립니다. 백골에 묻어있던 노란 소화액의 형태로.

같은 시간, 사실 멀더는 브라운산의 땅속에서 소화액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한편, 여전히 멀더를 찾고 있는 스컬리.
브라운산에서 발견한 것은

신혼부부 사건처럼, 단시간에 뼈만 남은 멀더의 시체입니다.



충격에 빠져 사건을 재구성해보는 스컬리.
브라운산 전체를 뒤덮고 있던 소화액이 멀더의 시체를 백골만 남기고 삼켜버린 게 아닐까?
함께 갔던 부검의가 반문합니다, 멀더의 백골에는 소화액이 전혀 묻어있지 않다.
확인해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혼란에 빠진 스컬리.
부검의는 처음에 스컬리가 멀더에게 듣고 싶어했던 바로 그 얘기를 들려줍니다.
가장 논리적인 설명은, 광신도에 의한 살인이라는 거죠. 모든 정황 증거가 그렇게 말해준다고요, 스컬리의 가설처럼.

결국 스컬리는 그대로 보고를 올립니다.
스키너 부국장 역시 완벽한 보고서라며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 찝찝한 건 스컬리 자신입니다.
'제 결론이 납득이 되세요? 아무것도 설명이 안 되는데요?'
'광신도에 의한 살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스컬리.'
'아니요, 그건 하나의 가설일 뿐이죠.'
'왜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죠?'
'제 역할은 언제나 멀더에게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하는 거였죠. 하지만 제가 옳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요.'
'이 사건에 살인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보는 겁니까'
'멀더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멀더의 장례식장, 여전히 멀더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스컬리에게
론건맨들이 다가가, 자기들이 은밀히 조사해보겠다고 말합니다.
안도하는 스컬리, 멀더의 죽음을 의심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군요.
당황하는 론건맨, 무슨 소리야, 멀더를 죽인 그 살인자 놈을 찾겠다는 거임.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스컬리, 당신의 보고서는 완벽했어요. 특히 정황이 완벽하더군요, 광신도에 의한 살인이 분명해요'
스컬리가 했던 말을 그대로 줄줄이 읊는 론건맨
스컬리는 기가 막힙니다, 당신들 미쳤어요? 내 보고서는 완전 엉터리라고!!!
뭔가 음모가 있어! 멀더는 어딨는 거야! 멀더!
그 순간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멀쩡히 살아서 자기 장례식에 나타난 멀더.


멀더는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가 돌아왔다고 주장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는 스컬리.
내가 살아돌아왔는데 뭐가 문제냐는 멀더.

'멀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나요?'
'외계인이 데리고 왔어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당신 아파트 문앞까지 외계인이 태워다 줬다고요?'
'???'
'기억 못하는군요, 멀더. ...나도 기억 안나요. ...왜 당신 집인데 노크를 했죠? 왜 내가 여기 있는데 놀라지 않아요?'
'어쩌라고요. 난 살아있어요. 이건 현실이에요'
'멀더, 이건 현실이 아니에요. 이건 환각이에요. 내 꿈이거나, 당신 꿈이거나, 우리 둘이 같이 꾸고 있는 꿈이거나요'
'우리가 왜 환상을 보겠어요'
'거기 뭔가 있었겠죠. ...야생 버섯. 야생버섯의 포자가 터졌던 게 기억나요. 일부 종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죠.'
'지금 그런 논리적인 설명이 다 무슨 소용이죠?'
'소용있죠. 만약 우리가 아직 노스캐롤라이나의 산속에 있다면 어쩔래요? 우리가 지금 이 아파트가 아니라 동굴 속에 있는 거라면요.
'...버섯이란 말이죠'
'거대 버섯이요. 파리지옥같은 식충식물의 소화액이 신혼부부의 시체를 삼켰던 거예요. 어쩌면 포자의 환각 작용을 미끼로...'
'...먹이를 동굴로 유인한다.'
'환상에 취해, 소화되는 동안 먹이가 알아채지 못하고 얌전히 있도록요. ...우리 아직 거기 있을 수도 있어요, 점점 더 동굴 깊숙히로 삼켜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요. 우리가 소화되고 있는 거면 어떡하죠? 바로 지금도 말이에요.'




식충 식물의 위장에서 서로를 끌어올리는 멀더와 스컬리



그렇게 식충 식물의 위장 속 환상에서 벗어난 멀더와 스컬리는 스키너 부국장에게 경과 보고를 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브라운산 인근 10에이커에 달하는 지하 전체가 거대 식충식물의 위장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환각성 버섯 포자는 lsd의 성분과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마취 효과도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둘의 의견이 일치하는 보고서는 정말 오랫만에 받아본다며 칭찬하는 스키너 부국장.
맙소사, 우리가 부국장님한테 칭찬을 받다니! 이건 꿈이야! 이건... 꿈... 헐.
무언가 석연찮은 표정을 하곤 멀더가 스컬리에게 묻습니다.
'우리 거기서 어떻게 나왔죠? 어떻게 화학적인 환각에서 그렇게 간단히 깨어난 거죠?'
'우리가 여기 있는 게 그 증거죠'
'그게 환각이란 걸 알아채는 즉시 거기서 깨어나는 환각 시스템을 하나만 대볼래요?'
'???'
'스컬리... 우린 탈출한 적 없어요. 우린 지금도 땅 속에 있는 거라고요'
'우린 탈출했어요. 멀더는 쇼크 증상을 보이는 거예요'
'아니, 이건 현실이 아니에요. 부국장님, 당신도 가짜입니다. 내가 증명해보이죠'
증명 방법은,




스컬리를 쏠 순 없으니까. (뒷통수는 스키너 부국장입니다)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걸 보여주는 소화액으로 된 피. (몸통은 스키너 부국장입니다)



환각 버섯은 인간의 뇌에 침투하여 
우리가 가장 듣고 싶었던 달콤한 말들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인간은 내 머릿속의 생각을 타인의 입을 통해 들으며 도취되어 죽어가는 거죠.
그 자기 객관화가 불통이 되는 완벽한 도취의 순간,
멀더에겐 스컬리가, 스컬리에겐 멀더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줍니다.
인셉션으로 치자면 토템의 역할을 해주는 거죠.
나와는 너무 달라서, 나와 대척해서, 나를 반박하고 의심해줘서, 내가 아니어서
나를 깨어있게, 살아있게 하는 존재.



꿈 속의 꿈 속의 꿈. 현실은 시궁창.




결국 수색을 나온 스키너 부국장 이하 대원들에 의해 땅속에서 (이번엔 진짜로) 구출된 멀더와 스컬리는
'그래 임마, 너땜에 내가 산다'는 표정으로 서로 지친 손을 맞잡고 엠뷸런스에 실려갑니다.




처음, 멀더의 환상 속 스컬리가 이건 다 외계인의 짓이야, 오오, 유에프오, 오오!하니까
이거 뭐야, 완전 이상해.... 하던 멀더의 표정과
스컬리의 환상 속 장례식장에서 론건맨이 스컬리에게 와아, 너 보고서 쩐다, 니 이론 완전 과학적이야, 완벽 그 자체! 하니까
다들 정신 나갔어? 내 보고서 완전 쓰레기라고! 하던 스컬리의 표정은 가히 압권입니다.
거의 통쾌하기까지한 자기 객관화의 시간.


그리하여 여러가지 포인트에서 이 에피소드를 무척 좋아합니다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자기 객관화의 우화라는 측면입니다.
녹아내리는 버섯 포자의 환상 속, 
그와 그들과 저들의 얼굴을 하고 
내가 옳다고, 내가 너무 이해된다고, 내가 얼마나 억울했느냐고, 내가 참 장하다고
달콤하게 다독이는 나랑 나랑 나의 대화 속에서 
정신 차리라고 나를 깨워줄 저 멀더라는, 스컬리라는 객체조차 없을 때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이러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다시 세상의 눈을 체득할까 하는.
무엇이 단호하게, 그러나 치졸한 비아냥이나 어줍잖은 냉소가 아니게, 우리를 정신이 들게 할까 하는.
우리 스스로가 잠깐만, 무슨 소리야, 장난해? 내가 그렇게까지 옳을 리가 없잖아, 라고 스스로에게 외치도록 말이죠.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서로 생각이 달라서, 도저히 합의점이 없어서, 서로 끊임없이 찌르고, 논쟁하고, 한심해하고, 답답해해서, 너는 내가 아니라서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인 이야기. 
엑스파일 시즌6 21화 필드 트립이었습니다.





+그리고 없으면 허전하니까 (누가...) 키미야 도슨 양의 노래 듣습니다.



고삐 풀린 입이 배를 침몰시킨다지만
고삐 풀린 거위가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는 법이야
이해할 수 없는 춤을 춰줘, 티비에 나오는 멋쟁이들처럼.
그렇게 해줘, 스카티씨를 위해서.
살아 있는 이들과
죽어 있는 이들을 위해서,
네 침대 밑 몬스터를 위해서,
십대들을 위해서,
네 엄마를 위해서.
상처 입은 심장은 아프지만
그로 인해 우린 강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누가 경찰을 부르기 전까지 우린 멈추지 않을 거야
누가 경찰을 불러도 우린 다시 춤출 거야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할 거야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어, 경찰을 부르기 전까진.
경찰이 왔다 가면 우린 다시 시작할 거니까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해야지

우린 춤을 추고
끌어안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고
입 맞추고
당연시 되던 것들의 소매에 감춰진 것들을 끄집어낼 거야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난 초콜렛 중독에서 벗어나,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갈 거야
맷 라우즈와 제스트가 내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봐주겠지
우린 빌어먹을 매일을, 하루 종일을,
우리 대통령이 우리 머리 위에 싸놓은 똥을 치워달라고 기도할 거야
어떻게 그 꼴을 하고도 우리가 살아남았는지 
미쳐버리지 않고 알아낼 수 있을 때까지

그러니까
만일 분신자살하고 싶다면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기억해
손목을 끊고 싶어질 땐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기억해
죽어버리고 싶을 땐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죽기 전에 내게 전화 한 통만 해줘
죽는 것보다 나은 계획을 우리 같이 세워보자
문자라도 보내줘, 내가 너의 친구가 돼줄게

사기꾼들은 음모에 목숨을 걸지만
난 조촐한 내 망상을 지키는 게 더욱더 값지게 보여
그래서 직장을 한바탕 휴가지로 만드는 계획에 착수 중이야
부쉬 엿 먹어, 전쟁도 엿이나 먹으라 그래
내 위장 크림은 문신처럼 선명해
내 위장이 분변 공격에 얼마나 적합한지 냄새도 맡아보게 해줄게
거기에 대한 네 생각을 말해줘
너의 생각과 너의 의견은 아주 중요하니까
사람들은 우리를 졸병 취급하지만
내겐 거부권을 행사할 엄지 손가락이 둘이나 있어
내 엄지 손가락은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스크래블 게임에서 철자 점수 두 배에 낱말 점수 세 배를 얻을 정도라고

경찰을 불러와봐, 우릴 멈출 수 없을 걸
경찰이 가고 나면 우린 다시 시작할 거거든
그리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태연할 거야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어, 경찰을 부르기 전까진
심지어 경찰이 가고 나면 우린 다시 시작할 거야
그리곤 아무 일도 없는 척 해야지

우린 춤추고
끌어안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고
입맞추고
당연시 되어왔던 것들의 감춰진 속내를 폭로해버릴 거야




loose lips / kimya dawson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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