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퇴계하면 떠오르는 건 많지 않았습니다.

 

천원짜리.

영남유학, 아니 조선유학을 대표하는 사람.

조선의 고리타분한 꼰대 선비의 대명사(이건 정말 제 선입견)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도 저를 포함한 한국인의 삶속에 넓고 깊게 박혀있는 퇴계를 알고싶어서 책을 골랐습니다.

사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 이 책이 꽃혀있는걸 몇 달은 눈여겨 봐왔거든요.

-"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 라는 책과 이웃하고 있었는데 제목 스타일의 유사성에서 유추한것과는 달리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더군요.

 

1.

책 자체는 매우 쉽습니다.

퇴계의 학문을 논한 것이 아니라 평소의 생각과 행동하심을 적어두고 모아둔 것이라 매우 살갑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읽은 후 느낌을 적어보자면 하얀 쌀밥을 먹은 느낌입니다. 쌀밥이되 임금님표 이천쌀 햅쌀을 곱씹는 듯 씹는 맛이 참 좋습니다.

책 속에서는 "맑고 따뜻하다"고 표현을 합니다.

 

2.

책 속에서 함께 나누고픈 구절 하나를 가져와 봅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허물을 볼때에는 참으로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대해야 합니다.

진정 그 사람의 허물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하물며 조심하기는 둘째치고 오히려 칼날을 세워 찔러대는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형제 사이에는 허물이 있어도 서로 말해줄 수 없는 것입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처신하기 아주 어려운 일이다. 다만 마땅히 나의 정성된 뜻을 다하여 형제들이 그것을 깊이 느껴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형제의 의리에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정성된 뜻이 미덥지 못한데도 그대로 말을 해서 바로 꾸짖으면

서로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형과 아우에게는 온화하게 대하여야 한다" 했으니 진실로 이 때문이다. "

 

*위 공자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논어 자로편]

자로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선비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간곡하게 권면하고 온화하게 대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다.

벗에게는 간곡하게 권면하는 것이고 형제에게는 온화하게 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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