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대선에서 많은 젊은층들이 사회와 어른들에게 절망했었죠.

그리고 그러한 절망을 제공한 어른들의 핵심 원리는 '나의 대한민국은 이런 곳이 아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쟁과 보릿고개, 쿠데타등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돌파해오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놨더니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바로 잡아야겠어."

이게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작용하고 있는, 어쩌면 가장 큰 힘이라 봅니다.

 

그리고 노년층에게 느낀 젊은층의 절망도 "나의 대한민국은 이런 곳이 아냐"라는 생각일 겁니다.

결국 수렴되는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개개인이 가진 생각의 차이에서 갈등과 대립이 생겨나게 되는 것 같구요.

젊은층은 노년층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패배했고, 노년층은 청년층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절망감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서로가 가진 "나의 대한민국은 이런 곳이 아냐"라는 생각덕에 서로 다른 투표를 한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가 남겨졌다는 것이겠죠.

결국 아무도 이기지 못했고 참혹한 패배만이 남았네요.

 

많은 분들이 한동안 멘붕 상태에 빠져서 지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여전한 분들도 있을테구요.

하지만 이런때일수록 더 힘을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더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을 크게하는 중이구요.

 

 

2.

이런 와중에 똑같은 느낌을 주는 일들이 듀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듀게는 이런 곳이 아냐"라니요.

전 밑의 한 글을 보고 전두환, 박정희 등이 떠오르기까지 하더군요. (심한 비약인 것 인정합니다)

 

듀나님 마저도 '자신의 이름이 걸려있으니 너무 막장으로 가는 건 좀 그렇다' 정도로만 의견을 피력하는데 도대체 누가 주인이란 것입니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어느 시점에 들어왔건, 이 곳을 찾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 모두가 주인이고 구성원인게 아니던가요.

여기가 무슨 광팬 전용 모임인 것도 아니고 다양한 의견과 표현방식들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본적 예의를 지킨다는 전제하에)

 

아무개 : 내 맘에 안들어!

그럼 안 오면 되는거 아닙니까. 그러지 못하겠으면 자신이 편한 글들을 위주로 읽고 소통해도 될 것이고.

"오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모두 로그아웃 해주세요"라는 개그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여기가 일베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들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3.

저도 얼마전에 '오글 댓글'양산에 일조한적이 있네요. 하지만 한때는 저도 냉소적이고 쿨한걸 추구하며 살기도 했었구요.

이런 태도를 강요하거나 뭐가 더 옳다라고 이야기 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 오는 이유. 다 똑같지 않나요. 외로워서 오는 것들 아닌가요.

느끼는 온도차나 자각하는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걸 순수하게 외롭다고 인지하는 직구파도 있을테고, '난 여기가 그냥 재밌어서 와'라고 느끼는 변화구파도 있을테고.

 

다 같이 야구하자고 온 건데 직구던진다고 나무라는 변화구 투수분들.

우린 야구를 하는게 중요한거지 구질 경쟁이 중요한 건 아니지 않을까요.

 

정 구질 자랑하고 싶고 변화구만 보고 싶으면 타자도 관중도 심판도 없는 벽에다가 던져도 됩니다.

 

왜 공공장소에 와서 아무도 받지 않는 공들을 던지는 건가요.

 

'난 제일 안 외롭거든!'이라고 안 우는척 하면서 가장 쓸쓸해하고 있는 아이가 그려지네요.

제 상상력이 과한가 봅니다. 부디 모두들 부드러운 밤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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