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의 정부기관 이주가 시작되면서 잊을만하면 관련 뉴스가 뜨고 있습니다. 일일히 링크하긴 그렇고, 결론적으로 살기도 어렵고 근무하기도 어렵다는 거죠. 청사에 주차장이 없다 이런건 애초에 잘못 지은 케이스고(아마도 온가족이 다 이주하라고 만든 도시이다보니 자가용 출퇴근이 얼마 없을 거라고 본듯), 새로 짓는 도시다보니 병원이나 마트같은 생활편의시설도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애초에 가기 싫었던 공무원들이 더 가기 싫어해서 아예 서울에서 출퇴근을 해버리는 사태가 생기고 있다는군요.

 

사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너무 심각하긴 한데...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수도권 말고 지방에서 사업할 때 이런 저런 인센티브가 있지만 그정도로는 기업들이 꿈쩍도 하지 않죠. 그렇다보니 노무현 정부는 극악의 해결책으로, 본인의 힘으로 강제로 옮길 수 있고, 거기에 저항하지도 못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근로자들을 강제로 지방에 내려보내기로 결정합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공무원들이 모여 사는 세종시이고, 1~2년 안으로 각종 공사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지게 됩니다. 세종시는 그나마 공무원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살게되고, 공무원들이 직접 내려가 갈 곳이다보니 나름 신경써서 설계했다고 합니다만... 공공기관들을 던져놓을 이른바 '혁신도시'들은 더 대책이 없다고 하더군요.

 

신도시라는 게 생기면 사실 초반에 인프라가 부족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 같습니다. 지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여러 신도시들도 초기에는 그런 불편이 많았겠죠. 문제는 그런 신도시들은 경제적 유인이 있어 인구가 이동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경제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각종 편의시설이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간문제라는 거죠. 그리고 그 시간문제에서 문제가 되는 시간도 별로 길지 않고요. 하지만 강제이전의 경우는 문제가 다릅니다. 행정기관들은 대통령이 윽박질러 내려보낼 수 있는데, 그 수요를 보고 병원, 마트, 극장, 학원 등도 따라가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최악의 경우 행정기관만 내려가고... 그대로 외면당할 수도 있죠.

 

정부는 일단 내려보내놓고 "살다보면 나아질거"라고 말하고,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은 "날 희생양 삼지 말고 다 갖춰놓고 불러" 합니다. 현실적으로 사실 위의 이유로, '다 갖춰놓고 부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세종시와 혁신도시들은 그냥 시간만 지나면 잘 해결될 문제인지 확신이 없습니다. 사실 세종시는 정부 기관들이 우르르 뭉쳐 내려가기 때문에 설마 그 정도 규모의 도시가 아예 기업들이 보기에 경제성이 없진 않을 겁니다. 이쪽도 아마 시간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각 지역에 인심쓰느라 뿔뿔히 흩어서 던져놓은 공공기관들은 과연 그 작은 수요를 보고 혁신도시에 새로 인프라가 깔릴지 모르겠습니다.

 

뭐 뉴스 댓글들을 보니(댓글이라는게 별로 신뢰할만한 여론이 아니긴 합니다만), 처음이니까 그렇지 살다보면 나아진다, 그 세종시때매 해먹기 불편하다는 공무원 나나 하자 싫으면 사표써라 뭐 이런 식이네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여론이 원래 별로 좋지 않으니, 이들이 살기 힘들다고 징징거려봤자 별로 여론이 도와줄 것 같진 않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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