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재미'있어요.

2013.02.01 12:40

토토랑 조회 수:2446

어제 베를린 보고 왔는데 전 참 '재미'있었어요.

굳이 '재미'를 강조한 이유는, 이 영화에 대해 말씀하시는 혹평이나 단점을 저도 그대로 느꼈더거든요.

그런데 그런 점이 다 보여도 여전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기존 류승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2시간 보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케일 커진 류승완 영화네요.

 

배우들은 다 좋았습니다. 불안했던 외국어 연기 전 특히 더 좋았어요.

괜히 '윤선생영어교실' 흉내로 영어발음 굴리려고 하지 않고, 어설픈 네이티브 흉내내느라 오바하지도 않고,

한국사람이 여러 언어를 성인이 되어 배우면 당연히 나오는 발음이라서 자연스러워서 좋더군요.

한석규의 영어 연기에 논란이 약간 있나보던데, 제 경험상 한국에서 영어공부해서 영어 잘 하는 40대 아저씨들은 정말 저렇게 영어하셔서 전 참 좋았어요,

하정우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0대 배우 원탑으로 손색이 없고요. 멋있게 나와요.

그런데 전 류승범 연기가 더 좋았습니다. 류승범을 어떤 역을 시켜도 다 '류승범화'해서 연기하는데, 그 개성이 영화에서 튀지 않고 항상 잘 녹아들어갑니다.

뭘해도 양아치스러운 면이 있는데, 양아치스러운 검사도 양아치스러운 북한엘리트도 진짜 양아치역일때만큼 자연스러워요. 아하하.

남자배우들이야 다들 워낙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기대치만큼 잘 해주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네요.

 

전지현은 더 예뻐졌더군요. 털썩. 어떻게 저럴 수 있지ㅠㅠ

전지현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긴생머리를 고수하고 나오는데, 지겹네 어쩌네 해도 전지현만큼 긴생머리 어울리는 여자는 정말 없을겁니다.

창문에서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는데, 그게 예쁘라고 찍은 장면도 아닌데 웬 여신이 한 분 스크린에..헐~

연기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하정우에게 밀리지 않더군요. 게다가 북한사투리로 얘기하는 와중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다 들린건 전지현이 유일했어요.

다른 배우들은 북한말이라서 그랬는지, 녹음상의 문제인지 중간중간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더라구요. 전지현은 조근조근 대사치는 것도 다 들려서 좋더군요.

항상 전 전지현을 우울해 보이는 인상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목소리도 그렇고.

그런데 '엽기적인 그녀'로 빵 떠서 그런지 자꾸 발랄하게 이미지 잡혀서 약간 괴리감이 느껴졌었어요.

'도둑들'에서도 호평이 워낙 많아 기대하고 갔다가 첫 대사부터 좀 깼었는데, 영화 끝나고 나니 남는건 전지현이긴 하더라구요.

'역시 슈퍼스타는 괜히 슈퍼스타가 아니구나. 아마 저 존재감때문에 호평받나보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베를린에서의 연기는 정말 충분히 칭찬해줄만 합니다. 역할에 맞게 튀지않고 잘 해주었어요.

전지현이 나오고, 유명배우들의 떼거지 출연작이다 보니 자꾸 도둑들과 저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는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면서에는 도둑들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류승완+정두혹 특유의 액션도 저는 눈에 거슬리지 않고 좋더라구요.

원래 류승완 영화를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특유의 장황하다 못해 지루한 뒷부분의 하이라이트 액션도 좀 덜하고(당연히 없을 순 없음)

정두홍 특유의 큰 액션은 트렌드에 맞겨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큰 액션이 보이는데 그 시그니처가 전 참 좋았습니다.

다들 제이슨 본처럼 실제싸움같이 싸울 필요는 없는거잖아요. 영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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