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낭] 미쳐야 미친다

2013.01.31 19:34

오맹달 조회 수:111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마켓팅의 승리가 아닌가 하네요.

책 제목만의 첫 인상은 미친듯이 몰두하는 옛사람들을 보여주고 그들처럼 살기를 독려하는 약간의 자기계발적 느낌이었는데

실제 제목과 어울릴 글은 전체 책의 1/3이며 제목은 책 모두를 아우르지는 못한다는 인상입니다.

 

골고루 좋았지만 특히나 좋았던건 김득신 편이었습니다.

 

1.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친구와 교류하는 예법

빚이 있다고 솥까지 떼어오는 모습은 선비가 견뎌낼 수 있는 세상이치가 아니었습니다.

친구라 생각했던 이가 함께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싶으면 공연히 말을 섞지 않고 그만 연을 끊습니다.

 

김득신이 한 번은 만주(晩洲) 홍석기(洪錫箕)의 집에 머물며 공부하고 있었다. 홍공은 출타하고 없었고 그만 혼자 있었다.

한 종이 솥을 지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종이 말했다. "빚 받을 집에서 뽑아 왔습니다."

김득신은 책을 거두어 그 길로 서둘러 돌아오려 했다. 홍공이 오는 길에 그를 보고 까닭을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굳이 묻자 솥을 뽑아온 일을 가지고 대답했다.

홍공은 "이것은 내가 모르는 일이다. 내 집에 과부가 된 누이가 있는데 혼자 한 일이다. 실로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며

간곡히 사과해 마지않았다. 김득신은 그제서야 그만두었다.


 

2.자식을 진정 안아주는 아버지, 생이지지 학이지지 곤이지지

모자라는 아들이라도 자상히 지켜보는 김득신의 아버지의 모습은 공연히 미소가 지어집니다.

논어 말씀처럼 머리가 좋지 않은, 배워도 힘든 곤이지지라도 열심히 배워 익히고 나면 태어날때부터 아는 천재의 생이지지와 다를게 없습니다.

 

그의 노둔함이 이와 같았다.

김득신이 태어날 때 그의 아버지 김치(金緻)가 꿈에 노자(老子)를 만났다. 그래서 아이 적 이름은 노담(老聃)을 꿈에서 보았다고 해서

몽담(夢聃)으로 지어주었다. 하지만 신통한 태몽을 꾸고 태어난 아이는 머리가 너무 나빴다. 열 살에야 비로소 글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흔히 읽던 <<십구사략(十九史略)>>의 첫 단락은 겨우 26자에 지나지 않았건만, 사흘을 배우고도 구두조차 떼지 못했다.

저런 둔재가 있느냐고 곁에서 혀를 차도 아버지는 화내지 않고 되풀이해 가르쳤다. 아들이 노자의 정령을 타고났으니,

자라서 반드시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하면 아버지는 이렇게 아들을 두둔하였다.

"나는 저 아이가 저리 미욱하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으니 그것이 오히려 대견스럽네. 하물며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떠듬떠듬 나아간 끝에 김득신은 나이 스물이 되어서야 비로소 글 한 편을 지어 올리기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그 글을 받아보고 크게 감격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더 노력해라. 공부란 꼭 과거를 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아들은 이 말을 듣고 기뻐서 물러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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