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다니던 분식집

2013.01.21 14:15

어떤밤 조회 수:3292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왔어요.

보통 명절이나 주말에나 시간을 내서 찾는 편이라 평일에 이 고장을 찾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인 것 같아요.


아주 한적한 혹은 다소 들떠있는 느낌의 거리만 보다가 

일상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어떤 골목을 보면 제가 자고나란 그 모습과 쏙 빼닮았는데,

또 어떤 건물은 사라지고 새로 생기기도 해서,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휴가를 내고 온터라 시간이 넉넉한지라

초등학교 중학교 근처로 걸어가봤는데

아직까지 제가 다녔던 학원건물이며 그 앞의 분식집이 그대로 있었어요.


학원명은 이미 바뀐 상태라 조금 실망을 하고

분식집에서 식사를 할까 하고 설핏 봤더니

세상에..제가 초등학교 때 그분이 아직도 장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비평준화지역이라 중학교 때도 학원에서 11시가 다되어서 집에 갔었는데

저녁을 집에서 못먹으니 엄마가 항상 이 분식집에 5만원 10만원씩 돈을 맡기시고

식사 때마다 차감하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거의 3년 내내  매일 얼굴을 보던 분이라,

고등학교 때도 종종 친구들이랑 찾아가면 몇국자씩 듬뿍듬뿍 떡볶이를 얹어주시곤 했어요,

첫사랑과 싸워서 화가 났을 때, 대학 합격을 알게 되었을 때 친구들과 달려간 곳도 여기였고요..



대학교 때 서울로 온 뒤로는 한번도 뵌 적이 없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 앉으니,

아주머니가 보자마자 놀라시면서, 아 우리 어떤밤이 이젠 아가씨가 되버렸네 하셔서

울컥 하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결국 아주머니가 주신 다 못먹을게 뻔한 엄청난 양의 떡볶이를 앞에 두고

훌쩍훌쩍 울면서 지금까지 지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느새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이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등너머로 사라져버렸는데

이 작은 장소만은 그대로라는 것이 너무 고마웠어요.



아주머니도 그 곱던 얼굴에 주름이 많이 느셨던데, 마음이 짠하네요.

제가 결혼할 때도 꼭 알려드릴테니 오래오래 계셨으면 하고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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