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과 친목질.

2013.01.30 19:42

잔인한오후 조회 수:6281

저는 이런 식의 단어 바리에이션은 매우 싫어합니다. 비슷한 바로는 기독교와 개독교가 있는데, 논의가 산으로 가게 만드는 질 나쁜 정의 중에 하나입니다. 잘못됨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그 잘못됨이 단어가 정의 내리고 있는 속성과 가를 수 없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느냐 있지 않느냐의 문제인데 나눌 수 있다면 나누어서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A라는 단어에 잘못을 섞어 잘못-A를 만들 경우 잘못한 것은 모두 A에 포함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잘못했으니까 A, 잘못하지 않았으면 안-A식으로 나눈다면 매우 피곤한 일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재귀적인 정의로 빠져들게 되어 안 좋은 것이니까 안 좋은 것, 좋은 것이니까 좋은 것의 숲에서 헤메이다 영영 빠져나올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예를 들어 기독교가 했기 때문에 나쁜 일인지, 다른 종교나 어떠한 사람이 해도 나쁜 일인지를 구분하고 그 '어떠한 형태의 일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것이 그 지칭상과 따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거나 아예 하나일 경우에만 저런 지칭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친목과 친목질도 같은 경우입니다. 저는 친목질이란 단어 자체를 싫어합니다. 거의 낱말로서는 핵폐기물급의 문제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첫째로 친목과 구분되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어디까지가 친목이고 어디까지가 친목질인지 알 수 없습니다. 친목질은 덮어놓고 하여간에 나쁜 것입니다. 그것은 응징되어야 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커뮤니티의 폐쇄 원인이기도 하죠. 일단은 친목질의 폐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친목을 다지지 않고도 그 일을 했을 때 문제가 되는 일인가를 생각하고 그 '일' 자체를 친목과 친목질에서 떼어내야 합니다. 친목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함께 지키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친목을 하던 하지 않던 안 좋은 일입니다. 논리에 상관 없이 감정에 따라 의견을 옹호하는 것은 친목과는 상관 없이 감정에 따라 의견을 옹호하는 일입니다. 다수가 잘 알지 못하는 글을 많이 쓰는 것은 친목과 관계 없이 게시판에 민폐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문제시되는 일이라면 딱히 특정 상황을 고려해야할 이유가 되질 않습니다. 그것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죠.


두 번째로는 재귀 인식 불가능성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엔하위키 등지에서 주장되고 있는데 매우 질이 나쁜 속성 추가입니다. '그것 자신은 그것을 파악하지 못 한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속성이 들어간 거의 모든 정의는 정말 짜증납니다. 제가 세뇌나 선동 같은 단어를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것은 절대로 그 문제를 해결하지도 파악하지도 못하게 만듭니다. 이미 첫 번째 문제에 있어서 범위가 매우 혼란스러운다가 여기까지 이르르면 그 범위 지정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죠. 자기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어떻해야 할까요? 그것은 남의 말을 곧이 곧대로 전부 듣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의는 정의 내리는 대상과의 대화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논의가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심심하시면 남과 대화할 때 한 번 이 속성을 추가해보세요. '넌 너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지 안 그런지 몰라.' '그럼 어떻게 해야되는데?' '공중제비 3바퀴를 돌고 제자리 뜀뛰기를 해봐' '에이, 그건 아닌거 같은데?' '그러니까 모르는거지' 상대를 세뇌하고 싶지 않거나, 상대가 언어가 통하지 않는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속성은 그 정의에서 빼세요, 제발.


마지막으로 (사실 수없이 더 많지만 계속 떠들 수는 없으니 마지막으로) 친목 자체가 없는 두 명 이상의 삶이란 불가능합니다. 아니, 혼자서도 자기 자신과의 친목을 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삶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깨시민도 이 단어만큼이나 귀찮은 단어지만 친목은 경험하는 거의 모든 것에 함께 섞여 있기 때문에 친목질이란 위협에서 벗어나 살 수는 없는 거죠. 그리고 그 단어는 또 그 소규모 세계에서 분탕칠 것이고 서로에게 의심을 안겨줄 것이고, 짜증나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긴 서론을 써 보고 더 이야기 해 봅니다.


일단 듀나의 영화낙서판 게시판에서의 규칙 상에는 친목도, 친목질도 위반사항이 아닙니다. 친목! 친목질! 하실 수 있을만큼 잔뜩 하세요! 법적으로 걸리지 않아요! 그리고 친목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입니다. 제가 누군가의 글에 댓글을 다는 이유도, 글을 쓰는 이유도 어느 정도 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하는거죠. 그런게 없이 어떻게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누군가의 삶을 상상하거나 생각을 향유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까? 친목은 나쁜게 아니에요. 친목질이란 단어가 나쁜거지. 친목질이라는게 싫은 4번째 이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섞어 좋은 것도 나쁜 것의 일부로 생각하게 됩니다. 게다가 좋은 것이 권유하지 말아야 할 것이 되어버리죠. 살갑게 지내는 것을 저어하거나 누군가에게 기억이 남는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겐 조금 양해의 부탁을 드리며, 친목은 좋은 것이라고 말해봅니다.


이 정도로 단어를 난도질하고 나면, 남은 알맹이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다 매우 허약합니다. 실제 문제 삼아야 할 문젯거리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다 그것은 꽤 쉽게 고칠 수 있는 일들이죠. 저는 사실 '친목질'로 완벽히 분리해서 문제 삼아야 될 일을 생각해내질 못 하겠어요. 친목이여야만 가능한 친목 문제? 친목이지 않으면 그것이 성립되지 않는 친목 문제? 그런게 있나요? 아무래도 제게는 친목보다는 친목질을 규명해내며 생기는 수 많은 파벌과 집단, 그 대립과 분쟁 사이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만들어내는 이유가 바로 그 짜증나는 '친목질'이란 단어 그 자체구요. 원인과 결과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빠지는 일이 허다하고 과정의 이유를 집어서 문제 해결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끊임없이 살아남는 단어들 중 하나입니다.


주관적인 정의를 세워 범위를 지정할 수 있으며 그 정의가 나쁜 것을 지칭할 경우, 그것은 파괴력이 매우 큽니다. 누구도 거기에 속하고 싶지도 않으면서도 그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언급해야 되거든요. 기독교가 그러한 효과를 지닌 단어를 가지고 있죠. 죄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은 터부시될 때 가장 효과를 크게 냅니다.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문제만 이야기합시다. 친목질이란 단어를 쓰지 말구요. 하지만 예전에 이야기했듯 단어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제가 할 수 있는한 쥐어짜서 줄이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군요. 네, 저 정말 그 낱말을 싫어합니다. 어쩜 그렇게 싫어하는 것만 섞어서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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