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은 노빠이자 깨시민입니다.

2013.01.13 13:29

DKNI 조회 수:2568


'서프라이즈'라고 대표적인 노무현 지지 사이트가 있었습니다.(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개인 홈페이지를 거쳐서 대선 승리 후 저처럼 노사모에서 활동 안 하는 사람들이 주로 모여 놀던 곳이지요.
저는 황우석 사태 때 많이 실망(사실은 절망)해서 서프라이즈 이용을 끊었던 오래 묵은 노빠입니다.
디워 건때는 서프를 출입하지 않았습니다.
오프에서 영화판 후배가 디워 막판 스크롤 올라가며 애국가? 나올 때 울컥했다며 쉴드치는 걸 보고 기겁해 한 소리 했었습니다.
후배는 노무현 지지자는 아니었습니다.
두 사건 다 워낙 광범위한 층위의 사람들이 이성을 잃었었지요.

부산 출신으로 꼴데의 팬인 저는 디시인사이드의 롯데자이언츠갤러리(a.k.a꼴갤)를 자주 출입합니다.
2010년 8월 전까지만해도 디시 롯갤은 지역감정발언 청정지대였습니다.
딴 갤러리에서 기아갤러리를 '민주화'시키러 가면 기아 갤러리 사람들이 롯갤에 피난을 올 정도로,
누가 롯갤에서 '전라도'운운하면 못 배워 먹은 놈, 부모 욕 먹이지 말고 헛소리 집어치워라 하던 곳이었지요.
그러던 곳이 윤석민, 홍성흔 -윤석민, 조성환의 몸 맞는 공 이후 급격하게 악화되었습니다.
윤석민과 윤석민을 감싸는 기아팬들에게 분노한 롯갤러들에다가 이 때다 싶어 분탕질치는
다른 유저들까지 합해서 미쳐 돌아가더니 어느 사이 '홍어' '민주화'따위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써대는
분위기로 고착되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프와 롯갤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글은 정말 조심하고 걸러 써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예의를 지키며 주장을 하던 대다수 사람들 중 몇 몇이 돌출해서 자극적인 언사를 쓰기 시작하니 많은 이들이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자극적이나마 이성적인 얘기들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극적 언사만이 도드라지는 비 이성적인 글들이 난무하게 되더군요.
처음의 자극에 재미를 느꼈던 많은 사람들이 차츰 절제를 놓게 되고 순식간에 사이트 전체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 버리는 걸 목격하니 참..
이미 그렇게 된 후로는 '이성을 챙깁시다'하는 글들은 눈치없고 재미없고 오그라드는 글이 됩니다.
어떤 그룹이건 목소리 큰 바보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바보들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며 그들 또한 목소리를 키웁니다.
요즘 깨시민을 비난하는 많은 분들이 겨냥하고 있는 타겟층이 이런 목소리 큰 사람들일 거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그런 바보같은 큰 목소리에 문제의식을 절감하고 있습니다만 현재의 '노빠몰이''깨시민 몰이'에는 전혀
동감할 수가 없습니다.
 
듀게 최고의 유행인 '깨시민몰이'사태에 불편하고 때로 화가 나고 분노하고 슬퍼집니다.
듀게의 많은 분들이 어떤 이들에게 '당신정도면 깨시민은 아니니 괜히 나서지 마라'고 훈계를 하십니다.
그분들 기준으로는 아마 저도 안전지대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스스로 '깨시민'이고자 하고 '깨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로는 원래 노무현대통령이 말했던 뜻 그대로의'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심정,
후자로는, 그렇기에 당신들이 비난하는 깨시민에 나 또한 기꺼이 포함되어 함께 비난 받겠다는 심정입니다.

요즘 듀게의 깨시민 논쟁을 보면 망가지던 서프와 롯갤이 떠오릅니다.
노빠는 무조건 절멸시켜야 한다는 투의 자극적인 언사가 난무합니다.
내용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단어들, 감정들만이 남아 저를 포함한 누군가들을 할켜댑니다.
듀게가 서프나 롯갤처럼 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그때처럼 불편하고 피곤하고 짜증나고 슬픕니다.

어떤 분들은 그룹화 해서 한꺼번에 딱지붙여 성토하고 다시는 노무현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 노무현을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훌륭한 전략전술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어리석은 전략전술입니다.
'진짜' 깨시민이건 '심정적' 깨시민이건간에 저를 포함한 그 숫자는 새누리당을 이길 정도는 안 되지만 '진짜' 진보보다는
다수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 다수들은 노무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생각과 성향을 가진 실체적 개인들입니다.
위에서 내려다 보고 누르고 훈계하는 어조로는 앞으로도 이들의 반성과 굴복을 얻어 내실 수 없을 겁니다.

노빠를 몰아내는 것만이 아닌, 이 사회가 좀 더 이성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면
스스로가 보다 이성적이고 현명해지는 것이 어떤가, 부탁 드리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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