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혼수

2013.01.29 21:14

akrasia 조회 수:3634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마리를 약 1년간 탁묘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요.

저에게 1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지만, 고양이들에게 1년은 정말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 기간 동안 떨어져있는다고 생각하니 이상합니다.

어쨌든 두 마리가 떨어지는 게 아니고, 또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가는 것도 아니라서 조금 낫겠거니 생각할 뿐입니다.


제가 탁묘를 보내는 곳은 제가 아는 분과 그 분의 하우스 메이트가 두 분 계신 집으로

하우스 메이트 중 한 분은 고양이를 좋아하고, 또 한 분은 괜찮다고 하셨다고 해요.

아무튼 저는 직접 아는 분들이 아니라 고양이를 보내면서 그 분들께도 뭔가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기 탁묘이기도 하고...두 마리 탁묘이기도 하고 아무튼 저로서는 몹시 신세지는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청소기도 사드릴거고, 공기청정기도 사드려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이게 딱히 효과가 있지는 않다고 해서)

아 그리고 들어가는 날 뭐 타르트나 케이크라도 딸려보내야하나, 치킨이라도 시켜드려야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 고양이들, 예쁘고 착하지만 성질도 더럽고, 여러모로 부족함도 많고...제가 버릇없이 키우기도 했고 그랬는데

가서 예쁨 받고 귀염 받고 아무튼 1년간 모자람 없이 사랑받으며 잘 살았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 이게 혼수고, 이게 이바지인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랑하는 내 새끼를 보내면서 조금이라도 덜 미움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것들을 딸려보내기 시작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옛날 여자 시집가는 것처럼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일년 있다 오는게 어디야 싶기도 하면서

부디 부디 그 사이에 아무 일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가서 있는 동안에도 사랑받는 고양이로 잘 있다 오렴, 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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