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2위와 소문)

2019.07.17 06:01

안유미 조회 수:780


 #.'듀게 잘생김 랭킹'이란 게 있어요. 내가 듀게에서 만난 남자들의 잘생김을 수치화해서 랭크를 매겨놓은 랭킹이죠.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런 여혐적인 질문을 해대겠죠. '그럼 듀게 예쁨 랭킹'도 있나?' 라고요.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등수를 매기는 못된 순위표따위를 내가 만들 리가 있겠어요?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요. 오직 남성만을 성적대상화하죠.


 ......라는 건 농담이라긋! '듀게 예쁨 랭킹'이 없는 진짜 이유는 1위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랭킹 자체가 성립이 안 되어서예요. 그래서 '듀게 예쁨 랭킹'은 무의미해서 안 만들었어요. '듀게 예쁨 랭킹 1부리그' '듀게 예쁨 랭킹 마이너 리그'이런식으로 운영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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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어쨌든 요전에 듀게 잘생김 랭킹 2위와 술을 마시러 갔었어요. 바 석에 앉아서 간단한 술을 시키자 곧 술이 나왔어요. 직원은 처음 보는 사람들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직원은 결정한 것 같았어요.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깰 만한 말을 말이죠.


 '이쪽 분은 아이돌인가보네? 그리고 이쪽 분은...매니저?'


 라고 말하고 몇초 후에 직원은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그따위 말을 내뱉기 전부터 그게 말실수란 걸 알텐데 말이죠. 직원은 재빨리 수습을 감행했어요.


 '이쪽 분은 대표님이시고 이쪽 분은 소속사 아이돌인 거죠?'라고 직원은 수습을 했지만...결국 우리는 일어났어요. 강남으로 떠나기 위해서요. 뭐 일어난 건 그 이유때문은 아니고, 가게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일어난 거였어요. 


 폰을 보니 서울 어딘가의 술집에서 호객 문자들이 와 있었어요. 홍대와 강남 둘 중 어느가게를 갈까 고민했어요. 마포구에 사는 랭킹2위에게 '복귀 한계점이 몇 시야? 내일 회사를 가야하잖아.'라고 묻자 '이렇게 은성님이 불러내서 나온 이상 귀환한계점 따윈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새벽 다섯시까지도 괜찮다고요. 시원스럽게 강남으로 갔어요.



 2.2017년 9월 26일에 쓴 글에서 어떤 스튜어디스가 나오죠. 뭐 지금은 '스튜어디스였던 사람'이라고 해야겠군요. 그 사람은 결국 대한항공에 못 붙었거든요. 어쨌든 강남의 가게에 그녀가 오늘 나오는지 운을 떼보자, 나왔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신났어요. 


 

 3.가게에 도착해서 테이블에 앉았어요. 스튜어디스(그냥 이걸 닉네임으로 하죠)가 나와서 옆에 앉았는데...슬프게도 그녀는 이미 완벽했던 얼굴에 칼을 조금 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녀는 '내 얼굴 전에 비해서 어때?'라고 질문-을 빙자한 자백-을 해왔어요. 이걸 나쁘게 말하기도 좀 그렇고...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을 하기도 싫었어요. 칼을 대서 더 예뻐진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지만, 칼을 대서 덜 예뻐진 사람에게는 기분나쁘지 않게 해줄만한 말이 많지 않잖아요?


 고민하다가 '얼굴에 입체감이 더 강해진 것 같네.'라고 대답했어요. 그래도 그게 그녀가 의도한 결과였는지, 그녀는 고맙다며 생긋 웃었어요.



 4.휴.



 5.스튜어디스와 그녀의 '언니들'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어요. 나도 알고 그녀도 아는, 인식의 교집합 사이에 있는 여자들 말이죠. 그러다가 v의(예전 일기에 언급된)차례가 왔어요. v가 대화의 주제로 정해진 순간, 스튜어디스의 공격성이 상승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스튜어디스는 v를 견제하려는 건지 아닌 건지 판정할 수 없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스트라이크 존에 계속해서 볼을 던져댔어요. 그리고 결국은 마지막에 멕이는 말을 한마디 했어요.


 '아아 맞다. 오빠도 알지? v 언니가 사실은 46살인 거. 물론 알고 있겠지?'


 나는 '그러네. 1년 또 지났으니까 46이군.'이라고 대답했어요. 스튜어디스는 '아하, 알고있구나. 오빠도 혹시 속고 있는 중일까봐 걱정이 되서 말해본거야. 오빠 생각해서.'라고 대답-을 빙자한 수습-했어요. 



 6.물론 위의 대화를 리엔지니어링 해본다면, 오히려 v가 대단하다는 반증이겠죠. 다른 여자에 대해 대화할 때는 전혀 견제구를 안 던지는 20대의 항공운항과 여자에게 견제구를 던지게 만든 거니까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46살 여자가 20살도 더 어린 동생에게 경쟁자로서 신경쓰이고 있다는 거니까 말이죠.



 7.가게가 파하고...다른 고객들과 직원들이 다 떠나고 웨이터가 가게를 정리하는 시간이 됐어요. 어린 사장이 가게 정리가 끝나는 걸 기다리며 랭킹 2위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걸 옆에서 구경했어요. 물론 대화 주제는...나였어요.


 사실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는 게...'술자리가 끝난 이 시간대에 나를 아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너무 뻔한 패턴이거든요. 서로가 계속 나를 두고 비슷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알고 보면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소리 말이죠. 


 랭킹 2위가 '아, 이 형은 알고 보면 정말 괜찮은 분이라니까요!'라고 포문을 열면 어린 사장이 '그러게 말이야. 나는 언니들에게 들은 게 있었거든. 존나 미친새끼라고 말이지. 근데 만나보니까 전혀 아닌거야. 미친년들이 헛소리 한 거였어.'라고 맞장구 치는...여러번 본 패턴이 반복됐어요. 



 8.그 대화를 지켜보다가 '알고 보면, 만나 보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건 결국 안 괜찮은 사람이란 거 아닌가?'라고 끼어들어 봤어요. 둘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어요. 당신은 정말 괜찮은사람이라고요. 어쨌든 말이라도 그렇게 하니 고마웠어요.


 그 어린 사장이 들은 '존나 미친새끼'라는 소문은 거의 틀린 말이지만 약간은 맞는 말이기도 해요. 전에 썼듯이 나는 돈낸 것만큼만 지랄하거든요. 물론 지랄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하기로 작정한다면요.


 

 9.그러니까 사실, 그 어린 사장은 내가 소문만큼 미친놈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렇게 기뻐하거나 안심할 필요가 없는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미친놈같아 보이지 않는 동안은 그녀에게 유의미한 돈을 안썼다는 뜻이니까요. 뭐...그녀는 그걸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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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면서 폰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왜냐면 17일이면 제헌절이잖아요? 수요일날 ㅎㅅ이라는 주식을 팔려고 했는데 제헌절이 휴일인지 아닌지 감이 안 잡혔어요. 돌아와서 검색해 보니 휴일이 아니군요. 휴 다행. 하마터면 나의 완벽한 주말 계획이 무너질 뻔했네요. 그 누구도...나의 주말이 완벽하게 되는 걸 방해할 수 없죠.


 미친듯이 졸립긴 한데...지금 자서 제시간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요. 깨어있다가 8시50분쯤에 레드불을 원샷해야겠어요. 밤새고 키보드치다가 깜빡 졸아서 숫자를 잘못 치는 그런 일은 없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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