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국에 '깜둥이 놈들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편견이 있다면 한국엔 '전라도 놈들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편견이 있죠. 뭐 여기 게시판 사람들은 그런 나쁜 편견을 가지지 않을거고...나는 어떨까요? 


 나는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죠. 설령 백 보 양보해서 전라도 사람들이 정말로 조심해야할 사람들이고 정말로 그런 편견에 기반한 행동을 해오더라도 받아칠 자신이 있거든요. 그들이 무슨 짓을 하던간에 다짜고짜 나를 해칠 리는 없으니까요. 정말로 늙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전라도인의 스테레오타입'의 인간이 눈앞에 있다손치더라도요. 한국에서는 정말로 나쁜 놈을 만나더라도 선빵 정도는 참아준 다음에 반격해도 돼요. 상대가 선빵을 치기 전까지는 상대를 의심하지 않는 게 착한 거니까요. 나는 진짜로 착하거든요. 한국인들이 착한 놈이든 나쁜 놈이든 별로 상관 안 해요. 앞장서서 상대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놓고 상대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사회니까요.


 어쨌든 그래요. 이곳에서는 1초 뒤에 상대가 총을 꺼내서 방아쇠를 당기는 일 따윈 없단 말이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1초 뒤에 상대가 총을 꺼내서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일어날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아무리 나라도 해도, 미국에 가서는 웃으면서 상대의 선빵을 기다릴 수가 없겠죠.



 2.미국이 한국과 다른 점은 그거예요. 미국인들은 민간인들도 총을 가지기로 합의한 나라잖아요. 폭력을 완벽하게 공권력이 독점하기로 합의된 나라가 아니예요. 그리고 그런 나라에 산다면 민간인도 총에 맞을 각오를 하고 경찰도 총에 맞을 각오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죠. '난 좋은 사람이야. 나는 편견따윈 가지지 않아.'라는 사고방식은 선빵이 주먹일 때나 통하는 거니까요. 상대가 날리는 선빵이 주먹이 아니라 총알이라면 저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없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예 경찰만 총을 가진다면 오히려 경찰은 총을 못 쏴요. 왜냐면 시민이 100% 총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곳에선 오히려 시민이 경찰에게 주먹질을 하거나, 취객이 경찰서에 가서 기물들을 때려부숴도 경찰이 시민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거죠. 폭력을 공권력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상태가 덜할 수 있는 거예요.


 

 3.하지만 미국은 아닌 거죠. 총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이미 전과가 많은 중년 남성을 잡으러 갈 때 경찰이 대체 어째야 하겠어요? 운동가들은 '고작 20달러 위조지폐를 쓴 흑인이 백인에게 살해당했어! 이게 씨발 말이 돼?'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지만 누구나 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나라에서는 체포하는 쪽이나 체포당하는 쪽이나 긴장상태가 폭발할 수밖에 없어요. 이 케이스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은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그 상황이 즉시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나라죠. 그리고 미국의 경찰은 그냥 소모품이예요. 미국 경찰은 제대로 훈련도 못 받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고, 돈도 존나 적게 받으면서 매일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야 하는 불쌍한 직업이죠.


 그리고 경찰들의 목숨도 당연히 하나고요. 일개 경찰에게 대체 뭘 기대해야겠어요? 과잉 대응이 일상화되어서 아예 매뉴얼이 되어버린 저런 나라에서요. 매일 현장에 나가서 건장한 남성들을 체포해야 하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경찰들에게 '용의자들에게 친절히 굴라고.'라고 말하는 건 속편한 짓이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그 백인경찰 한 명을 악역으로 만들고, 검사가 2급 살인으로 올려붙이고 판사가 패스 받아서 골 넣으면 모두가 신이 날 거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그건 구덩이를 바위로 틀어막는 거나 똑같아요. 진짜 문제가 되는 악취는 그 밑에서 계속 날거니까요.



 4.휴.



 5.어쨌건 지금 여기서 악역을 맡은 건 그 백인 경찰이죠. 그러나 기사를 보니 그 백인경찰도 매우 좆같은 삶을 살았어요. 경찰 일을 하면서 20년 가까이 나이트클럽에서 투잡을 뛰었다는데 글쎄요. 그런 삶은 이 글을 읽는 누구도 살고 싶지 않겠죠. 이 글을 읽는 누구든, 낮에는 경찰 일을 하고 밤에는 바운서 알바를 뛰면서 십수년을 산다면 성질이 더러워질 걸요. 


 물론 그 흑인도 좆같은 삶을 살았겠죠. 자잘한 범죄들을 저지르며 살아온 걸 보면요. 빌리 아일리시같은 수저를 물었으면 그럴 필요도 없었겠죠. 좆같은 건 좆같은거예요. 좆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끼리 매일 부딪히고 신경이 건드려지는 게 세상이고요.


 아마 나라도 저러고 사는 경찰이었으면 현장에 나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겠죠. '씨발 오늘 아무나 한 놈만 걸려라. 완장질 해도 되는 못사는 놈들 붙들고 스트레스 좀 풀게.'라고요. 위에는 내가 착하다고 썼지만 나는 착하게 살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으니까 그런 거고요.



 6.그리고 이런 상황을 징검다리로 삼아서 시위를 하고 싶은 놈들을 시위를 하고 폭동을 하고 싶은 놈들은 폭도가 되고 리스펙을 챙겨먹을 기회를 살리려는 놈들은 사람들 비위를 맞추고 있죠. 


 빌리 아일리시같은, 백인 쓰레기 계층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금수저 꼬맹이가 '피부색이 하얗기만 하면 무조건 특권인거야!'라는 드립을 치고 있고 뉴스 앵커는 시위대가 폭력적이어도 된다고 알랑대고 있죠. 솔직이 이런 놈들이 진짜로 사회의 암적인 놈들이예요. 가진 놈들 입장에서는 문제를 짚어내는 것보다, 대중들의 비위를 맞추는 게 더 이익이니까요.


 하지만 그러면 안 되죠. 좆같음이 뭔지 모르는 놈들이 좆같음이 뭔지 아는 것처럼 말하는 순간, 진짜 문제는 사라지니까요.


 

 7.한국도 미국이랑 다를 건 없어요. 좆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끼리 매일매일 부딪히는 곳이죠. 그리고 좆같이 사는 사람들의 손에 총이 하나씩 쥐어지면 절대로 안되는 거라고요.


 내 생각은 이거예요. 그 백인 경찰이나, 죽은 흑인이나 미국 사회에 매달려서 간신히 살아가는 파편 같은 인간들일 뿐이란 거죠. 그런데 그 흑인은 무슨 위인인 것처럼 포장하고 백인 경찰은 거대한 악을 저지른 사람처럼 사람들이 뒤집어씌우고 있단 말이죠. 걔네들은 그렇게 영웅이나 악당이 될 기회도 능력도 없는 놈들인데 말이죠. 그들의 모습은 사회의 시스템과 스트레스가 그대로 투영된 모습일 뿐이예요. 


 그 백인 경찰 딴에는 매우 억울하겠죠. 낮에는 박봉을 받고 밤에는 바운서 알바를 그만두지 못하는 삶을 십몇년째 살아야 하고, 인생에서 완장질을 해볼 순간이라곤 길거리에서 누굴 체포하는 순간뿐인 인생이니까요. 그 사람 딴에는 매뉴얼 안에서 체포를 한 거고 다른 경찰들이 해도 되는 범위 안에서 한 건데 2급 살인 혐의까지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백인경찰은 크게 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이미 '못된 백인 경찰'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 경찰의 인생을 박살내야 사람들이 만족할 거니까요. 이렇게 쓰면 어떤 놈들은 그러겠죠. 그런 나쁜놈의 편을 드는 거냐고요. 한데 내가 보기엔 그 백인 경찰은 남들이 만든 매뉴얼이랑 남들이 만든 편견을 흡수한, 사회의 파편일 뿐이예요.



 8.어쨌든 그래요. 내 생각에 미국의 문제는 빈부격차와 총기소유인 거예요. 잘사는 사람들은 좆같이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과 격리만 잘 되면, 좆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아무리 치고받아도 1도 신경 안쓰는 상황이 문제인거죠. 가끔 이렇게 압력치가 올라가면 '그래그래 흑인 목숨도 소중해.'라고 해시태그 하나 달아주고 시위대랑 마실 한번 나가주면 되는 거고요.


 하지만 이 상황이 끝나면? 잘사는 사람들은 다시 자기네 구역으로 돌아가고 좆같이 사는 사람들끼리는 다시 치고받기 시작하는거죠. 미국은 잘사는 사람도 못사는 사람도 똑같이 총을 가질 수 있지만 잘사는 사람들이 왜 총을 쏘겠어요?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인생에서 자유시간과 돈을 몰수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말이죠. 일상생활에서 방아쇠를 당길 마음을 먹는 건 결국 못사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어요.



 9.다같이 총을 가지기로 해 놓고 경찰에게는 캄다운을 외치는 건 진짜 병신같은 짓이예요. 모두가 총을 내려놓고 경찰만 총을 가지던가, 아니면 모두가 총을 가지기로 하고 매일매일을 긴장 속에 사는 걸 받아들이던가 해야죠. 


 모두가 총을 가질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으면서,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삼는 건 내로남불이예요. 경찰도 사람이고 바로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잖아요. 그들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인 이상, 경찰들 사이에서는 과잉진압이 기본 매뉴얼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기본 강도는 점점 인플레될 수밖에 없고요.


 왜냐면 '흑인은 백인보다 아주 약간 더 위험할 수도 있어. 통계가 그렇다고!'라는 편견을 경찰들이 가지게 된 이상 경찰은 흑인들을 대할 때 백인보다 아주 약간만 더 조심하는 게 아니거든요. 10배나 20배정도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모두가 총을 가진 나라에서는, 상대가 아주 약간 더 위험한 사람이라면 이쪽이 총을 맞을 확률이 아주 약간 더 늘어난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주먹이 날아올 확률이 1% 더 높은 거랑 총알이 날아올 확률이 1% 더 높은 건 완전히 다른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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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내가 싫어하는 건 못사는 사람들이 아니예요. 어차피 못사는 사람들은 선택권이 없어요. 국가가 아무리 박봉을 주고 길거리를 청소하는 소모품으로 써먹어도 그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찰,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경계되어야 하는 흑인 둘 다 자신의 좆같은 인생에서 도망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사람들끼리 부딪히며 살다가 어느날 그들 집단의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날엔 시위랑 폭동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러나 제대로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이건 그냥 몇년에 한번씩 일어날 운동회에 불과해요. 문제의 첫 단추를 짚어내서 고치자고 말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대변하려고 하면요. 셀럽들이나 뉴스 앵커는 blm드립 치면서 사람들 비위 맞추기에 바쁘고 못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좆같은 게 나라 탓이라고 실컷 날뛰고 나면? 운동회를 끝내고 다들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럼 다시 못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치고받고 하다가 충분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다시 운동회가 일어나는 거고요. 잘사는 사람들은 못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보다는, 못사는 사람들끼리 몇년에 한번씩 운동회를 벌여서 서로의 힘을 빼놓는 걸 더 좋아할 거고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는 운동회를 벌여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편이 비용이 덜들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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