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0 15:55
금요일 11시에 갑자기 친구 헬레나가 토요일 저녁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의 피가로의 결혼은 제가 사는 도시 콘서트 홀에서 마치 영화를 보듯이 볼 수 있는데 표가 남아 있다고 가겠냐고 물어서, 또 마침 선물이가 없는 주말이라 응! 이라고 대답하고 간만에, 정말 간만에 오페라를 보러 갔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제가 좋아하는 오페라여서 별 주저없이 표는 샀는데, 요즘 제가 건강상 이렇게 오랫동안 뭔가에 집중하며 저녁-밤을 보낸 적이 없어서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진짜 오페라 공연을 라이브로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페라를 본다는 기분에 실크 원피스까지 입고 갔습니다.
결론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여자들이 전 더 좋았어요. Marlis Petersen이 수산나를 Amanda Amjeski 가 백작 부인, isabel Leonard 가 체르비노 였습니다.
확실히 그냥 오디오로 듣는 거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에요.
그런데 오페라 공연 볼때마다 생각하는 거
1. 도대체 작곡가들은 이 모든 걸 어떻게 머리에 담을 수 있을까? 그들의 머리 속에서는 이게 어떻게 들릴까? 특히 2막의 마지막 10분을 보면서 내내 한 생각입니다.
2. 음 많은 오페라들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고 들을 때가 더 좋은 때가 많다. 끝나고 나와서 친구들이 한 말, 그 백작놈은 분명 금방 딴 여자 만들었을거야,
제가 대답했죠, 모르지 총기 사고로 다음날 백작이 죽었을 지. 그럼 다들 행복하게 살았겠지 죽을 때 까지.
3. 저희가 관람자 중 가장 젊은 사람들에 속했습니다.
2014.10.20 16:09
2014.10.20 16:49
정말 재미있었어요. 특히 1,2 막. (원래 이 부분만 좋아하는 경향이 있긴하죠) 다음에 상영하는 오페라가 카르멘이더군요.
저희 또래도 나이가 들면 오페라를 보러가게 될까요? 저랑 제 친구도 오페라 보고 나서 비오는 길을 걸으며 주차장 까지 가면서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 대해 짧게 대화나눴습니다.
2014.10.20 17:26
앗. 친구에게 끌려다니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ㅎㅎ 서울에서도 하는 데 워낙 시간이 길다 보니 관객들이 간식을 꽤 싸들고 들어오는 편이에요. 덕분에 온갖가지 음식 냄새가 떠도는데 이상하게 그게 크게 기분나쁘지 않아요. 뭔가 모르게 오페라라는 장르가 수더분해진 느낌을 주더라구요.
1. 그것도 그거지만 전 모짜르트의 친필 악보를 보면 고친 흔적 한번 없이 한번에 쭉 써내려 갔다는 (...게 피가로의 결혼인지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 인조인간 얘기 같은 걸 듣고 더 경악했었어요. 어디다가 막 괴발개발 써 놓은 뭉치가 있고 그걸 그냥 깔끔히 정리만 한 걸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막 괜히 이랬어요.
2014.10.20 19:06
유튜브에 있는 오래된 오페라영화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만도 그저 감지덕지예요. ^^
http://youtu.be/fef03047ZX8 (설명은 http://www.imdb.com/title/tt0220672/ ) 이거 들어보니 멋지네요.
노래 자막이 있는 동영상은 http://youtu.be/vQmL6ki6yE8 (1편), http://youtu.be/mNgxYd-G-5Q (2편) 이건 자막 싱크가 좀 ㅠㅠ
평이 아주 좋던데 보셨군요! 서울에는 메트HD시리즈가 6개월 쯤 후에 상영하기 때문에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지난주 뉴욕에 갔을 때 볼 수 있었지만 4시간이 두려워서 대신 카르멘을 보고도 깜빡 졸았기 때문에 저도 영화관에서 하면 보려고요^^
3. 메트로폴리탄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파리건 베를린이건 오페라하우스에 가면 중년인 제가 평균연령을 낮춰주게 되더라고요. 머리가 하얀 할머니와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가 나란히 와서 오페라보는 모습이 근사하긴 한데 이래서야 미래가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