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서태지의 시대, 90년대에 이미 끝났다＂

다음은 서태지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 신비주의 고수했는데 예능에 나오고 색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 특별히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전에도 음반 발매할 때마다 토크쇼를 했었는데 이번에 특별히 유재석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9집 음반이 예전 음반보다는 조금 대중적인 음악이라 좀더 많은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활동 방식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 음악적으로 예전에 비해 대중적인 모습이다. 

▲ 변절자라는 이야기는 예전에 시나위 이후 '난 알아요' 할 때부터 들어왔다. 내 성격이 변하고 싶고 변하는걸 좋아한다. 이번에 가정이 생기고 가족들과 같이 지내면서 확실히 여유가 많이 생기고 행복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게 음악에 고스란히 전달이 됐다. 9집을 설명 드리자면 실제로 내 딸 삐뽁이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제일 잘하고 관심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계속 어려운 음악, 쉬운 음악이 있지만 대중적이라고 말씀해주시면 기쁘다. 난 그렇게 생각을 많이 못했는데 대중적이라면 좀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거라고 생각한다. 신드롬까지는 아니어도 어린친구들이 '서태지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만 알아도 기쁠 것 같다.

- 서태지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 난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솔직히 예전과 비슷하다. 음원순위를 많이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8집보다 잠깐이지만 순위가 높은 적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공연장에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지금도 공연장 생각하면 울컥한다. 이번 음반이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음반이 나오고 토론도 많이 하는 분위기가 있다. 난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실제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노래 병신같아', '이노래 천재같아'가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토론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 양현석이 있는 YG 아티스트들과 공교롭게 경쟁하게 됐다.

▲양군이 성공한 부분에 대해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다. 예전에 같이 활동하고 영광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 나도 공교롭다고 생각하다. 이상한 기사들이 많이 났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루에도 여러 가수들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별볼일 없는 가수가 들려드린다'는 멘트를 했었다. 서태지에게 90년대란 어떤 의미인가

▲ 이번 공연에서 그런 말씀을 드렸다. 연출적인 노래를 소개하기 위한 멘트이기도 하지만 내 진심이 담긴 멘트이기도 하다. 음반을 만들 때마다 좌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다음 음반이 언제 나온다고 말 못하는 심정이 담겨 있기도 하다. 7집 만들 때도 많은 좌절을 해서 '제로', '로보트'에 보면 고해성사 같은 부분이 있다. 이제 나이도 많이 들다 보니 '음악을 90년대 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매일 '안되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 과정을 겪고 음악이 완성되고 마음에 든다 해서 나온게 9집 앨범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있다. 팬들에게 그런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대신 더 소중한 추억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밤이 오면 스타는 그 자리에 떠 있을거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 동료들과 콜라보레이션 소식이 있더라

▲ 구상중이다. 좋은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말씀드리겠다

- 음원차트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성적은 저조하다. 8집 때는 1위를 했다가 광탈했다. 음원순위가 저조하다. 이번에도 큰 기대 안했는데 생각보다 아이유 덕분에 '소격동'도 롱런하고 있고 그 덕에 10대들도 관심있게 노래를 들어준 것 같다. 순위는 밑에 있지만 음악을 성적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개개인이 들었을 때 좋은 음악, 나쁜 음악 그렇게 들었으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도 성적표 받고 등급 나오는거 싫어했다. 자퇴도 했다. 성적보다 음악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 음악계의 문익점이라는 별명이 있다. 

▲ 의도한 부분이기도 하다. 90년대 초에는 한국에 다양한 장르가 부족했다. 외국 장르를 보면 '한국에도 이런 장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문익점의 마음은 분명히 있었다. 최초의 수입업자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그것 대문에 부담감을 느껴 더 새로운걸 하려는건 아니다. 7집 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관심이 많았는데 8집 부터는 그런 쪽 작업은 손을 놨다. 8집만 해도 영향을 받은 팀이 거의 없이 내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 음반이다. 이번 앨범도 그렇다. 예전엔 영향을 받은 팀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그런게 없다. 일렉트로니카는 내 음반을 유심히 들어보신 분들은 리믹스 등을 통해 시도했었다는걸 아실거다. 9집 만들면서 서태지와 아이들 때 작법으로 건반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일렉트로닉은 나에게 뗄 수 없는 장르다. 하지만 기본은 시나위 이전부터 베이스를 치고 록을 했기 때문에 록 베이스를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표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표절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이다. 3집 때 '교실이데아'라는 생소한 장르를 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컴백홈'도 사이프러스힐을 따라했다고 했다. 레퍼런스 삼은건 사실이다. 표절이냐 아니냐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표절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그걸 방송에서 '갱스터 랩은 이렇다' 해서 장르적으로 비슷할 수 있다고 해명하려고 노력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해명이 불필요한 것 같다. 본인 스스로 판단하거나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가 그걸 다 말씀드리려면 하루종일 강의를 해도 어려울 정도다. 언젠가는 그런 논란이 사그라 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음악 많이 들으시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 

- '소격동'이나 '크리스말로윈'이나 사회비판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 사회적 비판이 많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게 좋다. '소격동'의 시작은 내가 살았던 예쁜 마을에 대한 이야기였다. 매일 다녔던 삼청공원에 물이 말라 있어서 쇼크를 먹고 이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옥에 살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면서 80년대 서슬퍼런 이야기도 담았다. 실제로 보안사가 있었다. 민방위 훈련 때는 탱크가 지나다녔고 그런 시대적 배경을 담는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예쁘지만 살벌했던 동네다. (뮤비 감독이)소격동을 들으시고 아름답다고 하셨지만 곧 공포를 느꼈다고 하셨다. 그때 '아싸' 라고 했다. 

'소격동'은 사실 공포스러운 노래다. 2절에 내가 느꼈던 공포를 사운드에 담았다. 특별히 사회적 비판을 한다기 보다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노래였으면 한다는 생각이었다. '크리스말로윈'은 '울면 안돼'라는 캐롤에서 시작된 노래다. 나도 부모가 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울지 마라'고 아이를 달래는 것도 권력 아닌가 싶다. 아이가 울고 싶을 수 있는데 공포를 이용해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만든 곡이다. 어떤 분들은 산타를 권력자로 보고 회사 상사로 보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해석들이 내 바람이다. 

- 이번 컴백 콘서트가 짧아서 아쉽다는 반응이 있다. 다른 계획이 있나

▲ 이번 공연이 좀 짧았다. 나도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몰랐다. 120분 정도라고 생각했다.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실제로 지금까지 공연 중 노래는 가장 많이 했다. 중간에 멘트를 많이 못했다. 밴드 소개도 하고 밴드 솔로도 했다면 좋았을텐데. 첫번째 공연은 원래 긴장을 많이 한다. 5년만에 처음으로 나와서 공연하는게 몸도 덜 풀리고 해서 그랬지만 민간인으로 살다가 갑자기 공연한다는게.. 2달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후다닥 지나갔다. 무대에서환호 들으며 몸도 많이 풀리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앞으로 전국투어도 할거고 중간중간 스페셜한 공연도 구상 중이다. 팬들과 많은 시간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

- 음악이 잔혹동화 느낌이다

▲ 예쁜 동화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동화도 잔혹 동화가 많다. 내 딸이 들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씀 드렸지만 어느 정도 스토리 텔링이 있다. 소격동에서 어린 시절 지내온 이야기, 아버지가 돼 느낀 감정들도 들려드리고 싶었다. 그런 스토리 텔링이 있어서 음반 곳곳에 한 소녀가 나온다. 그 소녀가 내 딸이다. 딸이 6~7살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해봤다. 세상을 여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서 마지막엔 태교음악인 '성탄절의 기적'이 있다. 실제로 일찍 만들어서 노래와 녹음을 끝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 벅찬 감정을 담았다. 어머니와 아이가 같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뱃속에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좋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음악이다. 

- 신비주의를 탈피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 난 신비주의라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나조차도 신비주의에 대한 정의나 내가 정말 신비주의인가 끊임없이 고민한다. 신비주의를 벗어던진건지 모르겠다.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다. 가수이기에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고 공연하고 방송도 하는 일련의 활동들만으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예전부터 있었다. 신비주의는 예능 등 노출을 안하니까, 또 5년간 쉬어서 실체가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인데 그건 내 작업방식 탓이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앨범을 내고 싶다. 여전히 음악만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 문화대통령이란 수식어가 있는데

▲ 꽤 오래된 것 같다. 지금의 수식어는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 과분하고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족쇄같은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양면성이다. 지금도 가능하다면 장기집권을 하고 잇는건지 이전에 내려놨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다. 난 뒤에서 선배로서 그런 모습 흐뭇하게 지켜보고 편안하게 음악활동 하고 싶다

-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 여행일거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그런게 음악에 그대로 담겼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아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내 뮤즈는 딸이라고 말하는게 맞는 것 같다. 강렬한 이미지를 2세에게 받았고 그게 고스란히 나온 것 같다. 

- 아이유와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들려달라.

▲ 음악을 만들고 난 보컬리스트라고 생각 안하고 '라이터,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다보니 내가 부르고 있다. 내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르면 어떨까를 예전부터 많이 생각했다. '소격동'을 만들었는데 예쁜 노래였다. 남자보다 여자가 부르길 바랐는데 아이유가 떠올랐다. 실제로 아이유 덕을 많이 봤다. 업고 다니고 싶다. 10대들에게 음악을 많이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 전부터 아이유 음악을 많이 들었다. 데뷔할 때부터 '부', '마시멜로우' 등이 록킹하다고 생각했다. 그 속에 있는 보이스 컬러가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젋은 여성 싱어가 그렇게 감성을 울릴 수 있는 보이스가 있다는게 기적같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 기적이 '소격동'에도 일어나길 바랐다. 와이프도 나보다 더 팬이다. 이번에 집에서 녹음하면서 같이 식사도 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도 나눴다. 

- 콘서트 후 이은성 등 가족들 반응은?

▲ 공연을 지켜봤다. 몇가지 지적을 했다. '공연 잘 된 것 같아?'라고 하면 100점 만점에 70, 80점이라고 했다. 지인들 주변인들에게 온 문자들도 이야기를 해줬다. 

- 서태지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나

▲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 끝났다. 명백한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서 컴백했지만 그때부터 대중적인 음악은 분명 아니었고 마니악한 음악이었다. 대중들을 많이 버리게 된 셈이다. 마음 속으로 미안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때 좋아해주신 분들이 안 듣기 시작한 시점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도 거부하거나 막을 수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을 해야할 것 같다

- 후배 양성 계획은 없나.

▲ 넬, 피아는 노래가 너무 좋은데 알려질 수 있는 창구가 적어서 그 부분을 도운거다. 괴수대백과사전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어서 '이 친구들 진짜 짱이다'고 한거다. 그 이후에 그 정도로 눈에 띄는 친구들은 없었다. 지금도 열려있다. 언제라도 마음을 크게 울리는 후배가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

-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고 악플들도 많은 것 같다.

▲ 중심이 맞나? 내 음악을 오랫동안 믿고 찾아주신 팬들이 노래를 듣고 어떤 평가를 내리기도 하고 반면 내 오래된 안티팬들도 있다. 내가 음반을 내면 팬과 안티팬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죠? 굉장히 재미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견을 막 이야기 하는건 좋다. 실제로 음악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악플은 너무 오래됐다. 서태지와 아이들때는 악플이 없었지만 언론에서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고 우리가 뭘해도 안 좋은 기사들이 쏟아져나온 시가도 있다. 그거에 영향받은 대중도 있었다. 2000년대 안티사이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게 날 중심으로 놓고 있지 않다. 심오한 과정이 있었다. 내가 떡밥을 많이 던졌다. 진수성찬을 찾았다. 그걸로 재미있게 이야기 하시는데 중요한건 음악이고 나머지는 가십이다. 지나가면 잊혀질 일들이다. 오히려 그런 관심들 덕분이 내 음악을 한번이라도 들어보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앞으로도 콜라보레이션 해주셨으면 좋겠다. 

뉴스엔 글 이민지 기자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41020161724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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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격동은 80년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는 서슬퍼런 시절에 대해 노래한 게 맞았네요. 크리스말로윈도 '울면 안돼'라는 캐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맞고요. 그외 여러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읽어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