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평소 눈팅이나 하려고 오가던 커뮤니티를 잘 안 갑니다.

이야기들은 넘치는데 하나같이 제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해서...

결국 늘 하는 이야기만 하는 곳에나 들르고 그러네요.


제 입장이라면 듀갤 일반의 정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성혐오 범죄 맞고, 남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남자이기에 여자들이 감내하고 살았어야 했던 장애물들을 맞닥뜨릴 필요가 없었음을 뒤늦게 되새기는 중이죠.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는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예, 저도 딱 그 정도였나 봅니다.

꼭 불행한 사고가 생겨야 마음이 열리는 그런 사람.


제가 가던 몇 가지 커뮤니티들,

그래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커뮤니티들에서

'성대결 구도로 몰고가는 니들이 나빠'라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장면을 보며 슬프고 착잡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두려워져요.

그렇다면 여기 있는 나는,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동조하는 것인지?


저는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진 못했습니다.

듀나님 트위터에서 시작해 이런저런 트윗들을 보며 사고의 외연을 넓히려 노력중인 평범한 한국 남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은 부족하지만, 방향성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결국 우리가 해야 행동, 도달해야 할 결론은 자명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네요.


최근에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만, 만나더라도 이 주제는 피할 것 같습니다.

요즘의 저는 화를 잘 참지 못하고 목소리가 쉽게 높아집니다.

친구들이 디시건, 오유건, 아님 다른 어디건 소위 남초 커뮤니티라는 곳에서 주류를 이루는 의견을 말하면

아무래도 분을 참지 못해 싸움으로 번지기 쉬워질 것 같아서입니다.


삶이 바쁘니까, 일이 힘드니까.

먹고 살기 위한 일들을 빼고 남는 시간에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해 보면,

결국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면서 아무도 안 보는 제 트위터에 좋은 글들을 리트윗하는 정도밖에는 더 할 게 없네요.


이 무력감이 오래 가진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렇게 맥빠지는 소리를 하는 와중에도 밖에서 싸우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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