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잡담

2016.08.28 11:41

분덜리히 조회 수:1061

이 영화에서 재현한 40년대 뉴욕은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는 질감과 맞닿아있는 인상입니다. 저는 3,40년대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했던 뮤지컬 영화나 그 시절 미국 대도시를 소재로 한(브로드웨이를 쏴라 같은) 영화에 그냥 녹아내리기 때문에 '플로렌스'역시 마냥 호감으로 볼 수 밖에 없었어요.


재력이 풍부한 사교계의 후원 문화 묘사도 즐겁고 토스카니니나 콜 포터같은 인물의 등장도 소소한 재미입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무척 즐거운 감상거리인데요 주름이 늘어난 휴 그랜트의 등장에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 따스한 미소, 젠틀한 매너의 체화는 어딜 가지 않더군요. 이 영화에서 휴 그랜트는 섹스 스캔들 이후 얻은 바람둥이의 이미지와 90년대 로맨스 왕자의 이미지가 거의 완벽하게 결합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메릴 스트립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일흔의 나이로 여전히 이런 싱그러움을 주다뇨. 이 연령대의 남녀배우는 거의 백이면 백 대충 대충 익숙한 매너리즘으로 연기하는 관습이 있는데 메릴 여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실존 인물을 선택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없게 실존 인물을 연구 모사하면서도 본인의 드라마틱한 장기를 불어넣는.
앙상한 사이몬 헬버그도 적당히 과장된 양식적인 연기와 순발력있는 리액션으로 잘 받쳐주고 있구요.


클라이막스 이후의 정서가 연민과 숭고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해서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저는 이미 완전히 영화의 장점에 마음을 사로잡혔어요.
저처럼 20세기 중반 이전의 미국 풍경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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