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지라 후기 (강스포)

2017.03.21 18:22

디나 조회 수:1061


   왜 때문인지 10여년 전부터 이 시리즈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마도 밀레니엄 고지라 시리즈의 조악함에 낄낄거리는 재미로 보다가 어느샌가 그 조악함에 납득?이 되버려서 

   진지근엄하게 받아들이게 되버린 것 같은데... 54년 오리지날과 90년대의 헤이세이 시리즈 2000년대의 밀레니엄 시리즈 그리고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갓질라까지 섭렵?했습니다.

   쇼와시리즈는 너무 조악해서 저조차도 못보겠고 애머리히의 갓질라는 그냥 커다란 도마뱀이라 ㅂㄷㅂㄷ.... 아무튼 엄청나게 만들어진 시리즈이지만 그래도 '영화적'으로 잘 만들

   어졌다 싶은 작품은 54년 오리지날,고지라 대 비요렌테,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그리고 2014년의 가렛 에드워즈의 갓질라 정도이고 솔직히 나머지는 그냥 싸구려

   양산형에 가까운게 현실이죠 (눈물ㅠㅠ) 


   일본 고지라는 시리즈를 접었다가 헐리웃에서 만들어지면 원조부심이 발끈해서 다시 제작되는게 이제 패턴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게 그 유명한 에바의 안노 손에 들어갔고

   에바는 한편도 못봤지만 그냥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봤고 이번에 개봉해서 또 봤습니다. 작년에 부산에서 봤을때는 야외 상영이라 사운드와 화질이 100퍼센트

   가 아니었는데 며칠전에 제대로 보고 나니 역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4년의 원작에 유일하게 필적할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30여편에 가까운 고지라 시리즈 중에

   가장 이질적이고 요상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일본 관료 시스템 홍보영화 라는 이야기는 많이들 보셨을텐데 사실 그게 원조의 그 맛?입니다. 54년 고지라도 고지라라는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군상들의 우왕좌왕이 거의 영화의 90

   프로입니다. 오죽하면 같이 봤던분은 '옛날 영화인데도 재밌네요... 고질라 나오는 부분만 빼면' 이라고 (눙무리ㅠㅠ) 거의 노골적으로 동일본 대지진의 상황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고지라 영화인데 오버 조금 보태면 고지라는 맥거핀일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이 부분에서 황당해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모든 각오가 되어 있는) 제가 보기엔 고지라의 시각효과나 이런것들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본 고질라 최초로 수트액션을 포기하고 풀cg로 갔는데 뭔가 특촬의 느낌은

   살리면서 또 헐리웃과는 완전치 차별화된 비주얼이라 되게 생경하면서도 좋았습니다. 고지라 디자인도 역대 최고로 그로테스크 했구요. 그러니까 이전까지 일본에서 만들어졌던 고지라

   는 뭔가 물렁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신고지라의 디자인은 터미네이터의 t1000 같은 느낌이랄까. 움직임도 극도로 적어서 더욱더 까마득해 보이고....연출을 잘 했어요. 그리고 자위대

   의 공격장면도 참 일본답다고 느낀게.... 코브라의 20미리 기관포 아파치의 30미리 체인건 그다음에 헬파이어 미사일... 전차와 자주포의 포격 mlrs 각종 순항 미사일... b2 jdam 까지

   소화기부터 시작해서 점점 강력한 무기로 올라가는게 재밌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가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정치적인 태도입니다. 상당히 애매모호 하죠. 초반에 자위대를 출동시키고 교전을 하네마네 하면서... '전후 첫 출격' 안절부절 시퀀스를 보면

   '아 그 놈의 자위대 전수방어 교전권없음 꺼이꺼이 우리도 보통국가 정식 군대를 가지쟈! 덴노 헤이....' 가 자동으로 연상되면서 인상이 약간 찌푸려지게 됩니다. 거기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재래식 무기로는 고지라 퇴치가 노답인 상황이라 미국이 핵무기 카드를 만지작 거리죠. 고지라가 태평양을 건너 미 서부에 상륙할 확률이 14프로 어쩌고.... 여기서부터

   사실상의 미국의 속국으로서의 일본에 대한 넋두리와 핵을 두번이나 맞았는데 아무리 고질라 퇴치를 위해서라지만 도쿄에 또 핵을 날리는 것은 용납할수 없다 징징징의 은근슬쩍

   피해자 코스프레가 시작됩니다. 재밌는건 사실상 미군이 유엔군 탈을 쓰고 행동을 개시한다는 것이고 주인공 부서의 오덕들이 고질라 동결플랜을 성공시켜서 핵투하를 막는다는 내용인데...

   핵폭격 투하를 하루 뒤로 미루기 위해서 프랑스쪽 외교라인에 접촉한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미국이야 뭐 말을 들어줄리 만무하고 (도쿄가 아니라 뉴욕이었어도 핵날림!) 다른 상임이사국

   들도 나몰라라 하는데 프랑스에 그나마 딜을 해서 일본이 나름의 외교적 승리를 한다는 것이죠.  


   사실 일본의 재무장이나 핵폭격 코스프레는 한국인 입장에선 본능적인 불편함이긴 한데 또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예 이해가 안되는 점은 아니긴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태도도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라기엔 애매한게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분한 좀 더 보수적인 관료가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도쿄가 핵을 쳐맞아도 이것만이 확실한 방법인 이상 선택지가 없다. 폭격의 댓가로 국제 사회의 원조를 받아서 재건을 하는게 현실적이다"  

   어쨌든 정치가들과 젊은 오타쿠들의 노력으로 고지라를 동결시키고 핵폭격을 피했다 사스가 니뽄 간바레! 라고 하기엔 이 영화의 국뽕은 굉장히 초라하고 소심해요. 마지막에 주일 프랑스

   대사에게 머리를 90도로 조아리는 총리의 모습이 상징적이죠. 언뜻 일본 우파의 입장을 보여주는거 같기도 하다가 또 다 보고 나면 그건 아닌것 같기도 하고 고지라를 북핵으로 바꾸고

   배경을 남한으로 바꾸면 사실상 별로 다를게 없는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고....뭐 그렇습니다. '전후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었고.... 전후는 계속된다' 미국의 우산안에 있는걸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심정인듯.... 


   그리고 마지막 조각이랄게. (조각치곤 너무 큰데) 생각 이상으로 에반겔리온의 그림자가 크더군요. 저는 에바를 한번도 보지 않았는데 에바 티비시리즈 두세 에피소드를 보고 나니 이 영화의

   몇몇 요소들이 바로 이해가 가더라고요. 예를들자면 고지라에게 미사일과 포탄이 적중할때의 폭발효과의 리얼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저게 뭐야 싶었는데 세상에 에바의 같은 장면을 실사로

   그대로 옮긴것이더군요. 그리고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음악도 에바에서 그대로 가져온것이고.... 아마 에바의 광팬분들이라면 더 많은게 보이실듯. 


   아마도. 곧 상영관에서 내릴텐데 만명도 채 못채우는 스코어로 끝날듯 합니다. 일본에선 작년에 기록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일본 아카데미에서 7개나 상을 받고 했는데 참 온도차가 큰 것 같네요.

   작년에 거의 쌍끌이 흥행을 했던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도 흥했던것과 참 많이 다릅니다. 저는 계속 일본에서 고지라가 제작 됬으면 좋겠습니다. 헐리웃에서 진행중인 몬스터버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있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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