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편 감상 전에는 예고편을 절대로 보지 마세요.


국면 전환이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어차피 뻔해서 이런 영화 처음 보는 순진한 영혼의 청소년들이 아니면 딱히 놀랄 거는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예고편에서 정말 말 그대로 결말 빼고 다 보여줘 버리니 보기도 전에 맥부터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영화 본 후에 봐서 피해본 건 없고 그냥 황당했네요. '출발 스포일러 여행'은 쨉도 안 되는 스포일러 덩어리 예고편이라니. ㅋㅋㅋㅋ


그리고 그걸 본 후 '아 역시 한국 회사들은 영화 홍보를 참 이상하게 해.' 라고 투덜거리며 미국판 예고편을 찾아봤더니 똑같은 영상이어서 한국에게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라고 적어 놓고 조금 전에 듀게를 검색해 보니 예고편 성토하는 얘기들이 여기저기. ㅋㅋㅋㅋㅋ

아니 뭐 일단 관객을 꼬시고 봐야 먹고 살 수 있으니 재밌어 보이는 장면 다 때려박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다구요.



2. 의외로(?) 고전의 향기가 풍기더군요.


21세기에 만들어져 각본으로 칭찬받는 영화라서 뭔가 전복적이고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영화일 줄 알았는데.

70년대~80년대 호러 무비의 틀에다가 21세기식 사회상 & 인물 성격 패치를 덮어 씌운 느낌이었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찾아 본다면 '악마의 씨'(혹시 제목을 헷갈렸을까봐 찾아봤더니 요즘엔 '로즈메리의 아기'라고 제목을 적네요. 그래도 전 '악마의 씨'로 본 사람이라 그냥. ㅋㅋ)라든가... 암튼 '센 한 방' 보다는 벗어날 수 없는 의심스럽고 난감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따라가며 끈적끈적 불길 불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는 느낌의 영화였네요. 막판 마무리 부분에선 달라지긴 합니다만.


소감들을 찾아 보면 설정에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 한 부분들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보이던데,

지적하는 내용들이 다 이치에 맞긴 한데, 전 그냥 이런 고전 호러 영화 스타일의 재현에 주력한 영화라고 느껴서 그런 부분들이 아쉽지 않았습니다.



3. 인종 차별이라는 소재(주제?)를 참 잘 녹여 놓았더군요.


특히 영화 초반부를 보면 주인공이 흑인이어서 백인들에게 겪는 고난과 짜증, 피곤과 난감함이 끊임없이 밀려오는데 이게 영화속 이야기, 그리고 공포 영화라는 장르와 전혀 이질감 없이 녹아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교훈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항상 그런 일을 당하고 산다는 것 자체가 호러인데 아예 그런 사람들만 가득한 공간에 갇혀 버리는 내용이니 뭐 아주 살짝만 양념을 쳐 주면 그대로 훌륭한 호러 영화가...


미국 개봉시 흑인들을 선동(아 이 표현 요즘 너무 피곤해서 쓰기 싫은데;)하는 영화라는 식의 비판이 있었나 보던데.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전개가 있긴 하지만서도.

역시 또 그걸 그냥 무리한 트집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도 되겠다 싶을 만큼 이야기 전개는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또 인종 차별을 너무 가볍게 다룬 게 아니냐는 얘기들도 있던데.

이 영화의 전반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흑인들은 아무 일 없어도 그냥 일상이 호러임' 이고 그게 구경꾼 입장에서 실제로 무섭고 끔찍해 보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 아닐까요.


암튼 흑백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니 뭔가 막 교훈 같은 걸 외치는 영화일까봐 걱정하시는 분이 있다면 걱정 놓으셔도 좋습니다.



4. 배우들 연기가 아주아주 좋았습니다.


주인공과 여자 친구,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다 괜찮았지만 특히 압권이었던 건 하인(...) 둘. 그리고 그 중에서도 조지나 캐릭터였어요. 존재 자체가 무서움.

정말 조지나는 그냥 화면에 등장하면 등장할 때마다 긴장 깜놀 무서움 셋 중 하나는 확실히 해 내는지라. 영화가 끝나고 나니 그 분 표정들만 자꾸 생각나네요. ㅋㅋ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갈 수 있는 장면들을 (물론 애초에 각본이 잘 되어 있는 덕이지만) 연기로 확확 살려 준다는 느낌.


그 와중에 주인공 친구 캐릭터는 홀로 다른 장르(코미디ㅋㅋ) 영화를 찍고 있는데.

그마저도 위화감 없이 잘 이어 붙어 있는 모양새가 신기했습니다. 왜죠. ㅋㅋㅋㅋ



5. 미쿡 문화를 잘 모르니 보면서 아쉬워지는 건 있더군요.


주인공이 여자 친구 부모의 집에서 만난 흑인들에게서 즉각적으로 이상함을 느끼고 그 이상함을 남에게 설명하고 하는 과정에서 종종 이해를 못 하거나 아니면 한 타이밍 늦게 이해를 하게 되니 괜히 섭섭(?)하더라구요. 'snitch' 같은 부분도 그랬고요.



6. 암튼 재밌었습니다.


한참 집중해서 보다가 '아니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되려고...' 라고 생각하고 남은 시간을 확인했더니 끝나기 15분 전이어서 깜짝 놀랐네요.

근래 본 영화 열 몇 편 중에 가장 저도 모르게 시간이 잘 간 영화였어요. ㅋㅋ


결말에 대해선 이래저래 의견들이 많던데. 전 '맘에 들었다'는 쪽이었습니다.

여기에다 뭔가 이유를 붙이면 스포일러가 되니 말은 못 하겠지만. 전 아주 아주 아주 맘에 들었어요.



7. 사실 스포일러 신경 쓰느라 하고 싶은 얘길 거의 못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제목에다 스포일러 없다고 써 붙여 놓고 스스로 답답하게 글 쓰는 이유는,

영화 안 보신 분들에게 영업하려구요.


이 영화 좋아요. 한 번 봐 주세효.

요즘 유플러스 iptv에서 4500원합니다. 돈 값 하고도 남는 영화이니 한 번 투자해 보세요. ㅋㅋㅋㅋ



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9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5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98
125980 2024 코첼라 시작 [4] 스누피커피 2024.04.13 275
125979 칼라판 고지라 - 아마도 고지라 최고의 흑역사? [6] 돌도끼 2024.04.13 211
125978 넷플릭스 [리플리] [11] thoma 2024.04.13 328
125977 Eleanor Coppola 1936 - 2024 R.I,P, [1] 조성용 2024.04.13 142
125976 #기생수더그레이 6화까지 다보고..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13 389
125975 [웨이브바낭] 알뜰 살뜰 인디 아마추어 하이스트물, '터보 콜라'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13 116
125974 [KBS1 독립영화관] 교토에서 온 편지 [2] underground 2024.04.12 227
125973 프레임드 #763 [4] Lunagazer 2024.04.12 53
125972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식 예고편(이사카 코타로 원작, 안은진 유아인 등 출연) [2] 상수 2024.04.12 286
125971 칼 드레이어의 위대한 걸작 <게르트루드>를 초강추해드려요. ^^ (4월 13일 오후 4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 마지막 상영) [2] crumley 2024.04.12 135
125970 '스픽 노 이블' 리메이크 예고편 [4] LadyBird 2024.04.12 196
125969 리플리 4회까지 본 잡담 [3] daviddain 2024.04.12 215
125968 란티모스 신작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티저,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놀란영화 12편 순위매기기 상수 2024.04.11 187
125967 [왓챠바낭] '디 워'를 보고 싶었는데 없어서 말입니다. '라스트 갓파더'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4.04.11 324
125966 프레임드 #762 [4] Lunagazer 2024.04.11 56
125965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2020) catgotmy 2024.04.11 89
125964 총선 결과 이모저모 [22] Sonny 2024.04.11 1364
125963 오타니 미 연방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9] daviddain 2024.04.11 404
125962 10년 전 야구 광고 [2] daviddain 2024.04.11 131
125961 22대 총선 최종 의석수(업데이트, 21대와 비교) [1] 왜냐하면 2024.04.11 50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