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7 19:05
몰입해서 보려고 모든 후기를 스킵해서 결말을 전혀 모른 채로 봤더니 주인공들의 운명이 어찌 될지 몰라 두 시간 내내 완전 긴장해서 영화 끝나고 나서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네요.
옥타비아 스펜서 말고는 다른 배우들은 다 처음 봤어요. 그래서 이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는 어땠고 늘 같은 이미지로 소비되고... 이런 건 알 수가 없어요.
(옥타비아 스펜서는 '히든 피겨스'에서 봤고 그 때와 비슷한 역할과 연기네요. 아무튼 좋았습니다.)
주인공 샐리 호킨스는 얼굴이 크게 잡힐 때마다 로베르토 베니니 닮았단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앞모습도 옆모습도 많이 닮았습니다~ 다른 영화도 찾아보고 싶어진 배우인데 다음엔 언제쯤 영화를 볼 수 있을지.....
청소노동자, 세탁노동자, 집사 같이 무시되는 인물이 핵심 정보를 갖고 반격을 꾀하는 스토리(해리 포터의 도비같이!)를 좋아하고 또 판타지도 좋아하는 편이라 취향에 맞는 편이었어요. 여자감독이었으면 인어신이 좀 더 이쁘지 않았을까... 여성형 몬스터는 대체로 얼굴은 이쁘게 나오잖아요. 인어공주나 on your mark나... 남성형은 더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이게 남자감독들이 만들어서 그런 듯.
스트릭랜드 캐릭터는 하드보일드 영화에 나오는 험프리 보거트 같이 중절모 쓰고 목소리 깔고 궐련 피우는 신사들의 실체가 사실은 이렇다-고 뒤집어 보여주는 것 같아서 통쾌했어요. <여자에 정통한 남자>라는 단편 추리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셜록 홈즈같은 전통적 남자 탐정이 멋지게 발자국이나 화장이나 말투 등으로 세세하게 추리를 해내지만, 사실은 다 틀린 추리였다는 반전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읽어보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결국 못 찾았어요. 아무튼 읽지도 않은 그 단편 소설이 떠오르더라고요.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악당이 나온다길래 새 인물 나올 때마다 혹시 저 사람인가? 긴장하면서 봤는데 곧 누구인지 알겠더군요. 으으. 정말 소름끼치게 싫었습니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마초를 그려내는 능력에 감탄했어요. 감독의 능력인지 시나리오 작가의 능력인지 궁금하네요. 영화 보고 나서 듀게의 후기 읽어보다가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손 안 씻는 남자는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라는 부분에 빵 터졌어요.
너무 오랫만에 본 영화라서 일상과 다른 영상과 음악에 완전 압도되었어요. 예전이라면 알아챘을 복선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정신없이 봤네요. 인권영화제나 여성영화제 같은 작은 영화제도 쫓아다니고 영화제 보러 부천이나 전주도 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누구한테 변명을 하고 있는 거냐...;;) 코코 보고 예전 같으면 비판적으로 봤을 부분도 다 놓치고 화면과 음악만 따라갔던 게 뒤늦게 좀 속상하더라고요.
감독이 인간 수생설을 접했나 싶기도 합니다.
인간 수생설은 호모 사피엔스가 초원에서 진화한 게 아니라 물 속에서 진화했다는 가설입니다. 고래처럼 완전 물 속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물가에서 살았을 거라는...
1. 직립도 물 속을 걸어다니며 코는 물 위에 내놓고 두 손으로 물고기나 조개를 잡느라 발달했을 거다.
2. 인간 빼고 어떤 유인원, 원숭이도 물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원숭이 우리 만들 때 깊지도 않은 얕은 해자를 둘레에 파놓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 얕은 물도 건너가기 싫어해서 울타리 역할을 충분히 한다. (온천에 들어가 있는 일본원숭이의 문화는 굉장히 최근에 생겼다고 하네요..) 반면 사람은 물가에서 노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 바다나 강 보이는 곳의 집값 봐라... 출산할 때 물 속에 들어가서 진통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여성이 많은 것도 역시 증거.
3. 털도 물 속에 있느라 다 없어졌다.
4. 애초에 이 커다란 뇌를 키울 DHA가 어디서 왔겠니. 다 진화 과정에서 생선 먹어서 그런 거다.
5. 원숭이 신생아는 물에 넣으면 그대로 꼬르륵 가라앉는다. 그런데 사람 신생아는 바로 숨을 참고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6. 돌고래와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친하고 의사소통이 잘 된다.
7. 다른 모든 유인원에 비해 인간은 피하지방이 심하게 두껍다. 건강한 침팬지는 기아 상태의 인간 정도의 체지방만 갖고 산다.
그 외 몇 가지 더 있었는데...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상상을 하는 게 즐겁더라고요.
아무튼 그래서 듀게 과학책 읽기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은 쪽지 보내주세요 ㅎㅎㅎㅎ (급 영업으로 마무리)
2018.03.17 21:11
2018.03.18 13:31
털은 의견이 분분하죠 ㅎㅎ
2018.03.17 21:42
몇가지 더 있는 내용 중에... 인간의 긴 머리카락은 물 속에서 머리를 내밀 때 햇빛을 막기 위한 거다. 또 인간의 손바닥은 해초를 건져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등이 있죠
뭐 일반적으로는 호사가들이 엉성하게 짜맞춰낸 엉터리 가설이라는 게 중론인 듯 합니다. ^^
2018.03.18 02:36
2018.03.18 13:31
이건 더.. 웃기네요 ㅋㅋ
2018.03.18 00:00
2018.03.18 13:31
일단은 재미로 ㅎㅎ
2018.03.18 09:43
2018.03.18 13:55
https://en.wikipedia.org/wiki/Aquatic_ape_hypothesis
관심있으면 참고하세요. 진지하게 주장하는 생물학자도 있지만 물론 비주류 의견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수생 유인원 가설이 결국 기각되더라도 흥미로운 질문을 많이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대답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4번이 제일 틀림없단 생각이 드네요 아니 3번을 잘못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