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보수 중도 진보로 삼분되지도 않죠. 사람들의 정치성향은 오히려 색의 스펙트럼마냥 퍼져있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또한 진보와 보수를 각각 자처하는 이들도 개별 이슈로 들어가게 되면 제각기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성의 이분법에 대해서는 경기를 일으키며 무지개로 대표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 중 많은 수가 정치에 있어서는 너무나 쉽게 “진정한 좌파” 대 나머지로 선을 쫙 그어버린다는 점이에요. 스펙트럼을 무시하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무려 민주당마저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한나라당/조중동식 이분법적 사고와도 어떤 면에서는 닮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 무리일까요? 저 역시 스스로 좌파성향이라고 생각하고 투표도 정당투표의 경우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중에 고민하곤 하지만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식의 소위 “진짜좌파” 적 사고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레알진보” 가 보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못마땅 했을 수 있겠지만 현 정부와 이전 정부를 비교할 시 자유와 인권에 있어서 체감되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명확하잖아요.

 

 스펙트럼 이야기를 한 김에 별 쓸데 없는 잡설이나 풀자면, 빨주노초파남보의 색 스펙트럼을 보이는 그대로 좌에서 우로 본다면 우파를 자처하는 한나라당의 당 상징 색이 파란색인 것은 나름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나라당은 중 보수의 상징인 파란색뿐 아니라 스스로 아무튼 푸른색 계열이라고 주장하는 극우와 수꼴, 즉 남색과 보라색까지 아우르는 폭 넒은 고정 지지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기본 점유율이 높죠. 한편 극우 언론이 보기엔 좌빨이자 좌파가 보기엔 한나라당과 개진도지인 민주당의 당 상징 색이 녹색인 것도 스펙트럼상 적절한 듯 하네요. 나름 중도보수라고 자칭하는 세력이기도 하니까요. 또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보다도 색깔이 진보적이지만 역시 “진짜좌파”들이 보기엔 보수인 노무현의 상징 색이 노랑색이었던 것도 위치적으로 나름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파랑, 초록보단 왼쪽이지만 빨강보단 오른쪽이니까, 한쪽에서 보기엔 좌빨 대통령, 다른 쪽에서 보기엔 보수 대통령. 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빨강 계열이 되겠죠.

다만 아쉽게도 색이라는게 정확히 딱 떨어지는 물건이 아니란 말이죠. 화면 조정시간의 TV 모니터라면 모를까, 스펙트럼을 들여다 보게 되면 색간의 경계도, 구분선도 존재하지 않잖아요. 저는 개인들의 정치성향도 그렇고 정당들의 성향도 그렇고, 정확히 어떤 색이라기보단 스펙트럼상의 일정 범위에 퍼져있는 색의 무리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됩니다. 예 를 들어 민주당을 녹색으로 보이지만 이 녹색은 푸른색부터 노랑색까지의 영역에 스펙트럼이 퍼져있는 가운데 중심이 되는 색이 녹색으로 보인다랄까요그리고 저는 스스로에 대해 좌파성향이라고 평가함에도 불구, 제 색은 붉은색이라기보단 빨강과 노랑 사이의 주황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때문에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의 가치에도 동의하지만 노무현의 노랑색에도 반응을 하고, 민주당의 스펙트럼에도 그것의 푸른색과 청록색엔 아니지만 노랑이나 연두색에는 반응을 할 수 있어요. 제 색 범위는 빨강이 보기엔 주로 우측에, 파 랑이나 녹색이 보기엔 대부분 좌측에 자리잡고 있을 테니 기준에 따라 좌파도 우파도 될 수 있겠습니다만, 분명한건 전 한가지 색이 아니라 특정 범위의 색들의 혼합체라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죠. 여러 사람들이 모여 구성해내는 정당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색과 스펙트럼 이야기를 왜 했는가 하면요, 굵직굵직한 선거의 결과는 얼마나 많은 스펙트럼을 포용하는가에 좌우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상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한나라당이 기본 30~40%는 먹고 가는 것은 푸른색과 그 우측 색을 모두 먹고 있는데다 민주당과의 교집합 영역인 청록색까지를 지지세력으로 잠식한 상태이기 때문이죠. 물론 그들 중에서도 친박이 있고, 이메가 추종자가 있고, 철저한 반공주의로 무장한 노인단체도 있고 등등 나름 색이 또 있지만, 뻘소리 하나 더 보태자면 조금의 차이에도 색 차이가 훨씬 명확하게 드러나고 구분되는 난색 계열에 비해 푸른색을 위시한 한색계열의 서로 잘 묻히고잘 섞이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죠. 한편 그 와중에 노무현이 대선을 잡은 것은 자신의 노랑색에다 민주당의 녹색을 등에 업고 주황색/붉 은색과도 공명을 한 결과일텐데, 문제는 소위 "좌파"들의 경우 노무현이 진보정책을 펼 것으로 생각하고 뽑았는데 자신들이 보기에 우편향 정책을 펼친 것 때문에 실망을 하여 등을 돌린데다, 그 와중에 수구 꼴통 언론들의 착실한 "좌빨 노무현 죽이기" 작전에 청록색은 물론 녹색까지 말려들면서 노무현의 재임 말기 지지율 폭락과 고립무원으로 나타난...


각설하고, 제가 “진짜좌파”나 “진짜진보”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진보정당의 진정한 성장 가능성은 붉은색, 혹은 주황색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노란색 성향까지 아우를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임에도 “우리 순수 빨강을 빼고 주황이나 노랑은 꺼져!” 분위기가 보이기 때문이죠. 뭐 노랑 계열이라고 딱히 나은것은 아니지만요. 물론 이런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각각의 시각에서 볼 때 교집합을 이루어 같은 색들을 공유하는 대상이 아예 스펙트럼의 다른 쪽 끝에 있는 상대보다 자신들의 표를 까먹는 직접적인 원인이라 그런게 있죠. 또한 이는 난색계열 당들이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 동안에는 필연적이라 볼 수 있지만서도, 이게 붉은색부터 멀리는 녹색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죠. 붉은색이 아니라고 파랑색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파랑이 아니면 빨강이라는 저치들 말만큼이나 황당하고요. , 혹시라도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일 수 있다면야 포용이고 뭐고 진보당이 승리하는 세상이 오겠지만 세상의 색을 바꾸어 버린다는 것은 글쎄요. 물론 현재 푸른색 계열의 스펙트럼이 좀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붉은색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세상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색들의 스펙트럼이란 말입니다. 따라서 각 당의 사활은 얼마나 많은 색과 공명하고 그 색들을 자기에게 끌어당기는가에 달려있는 것이지 자기 색을 기준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서는  답이 없는데, 진보를 이야기하는 일부 분들의 일종의 순혈주의적 좌우 구분은 기독교의 종파싸움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저는 정당투표의 경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중에 항상 고민을 하고 주로 진보신당으로 결론을 짓지만, 솔직히 말해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갈라진 이유와 정당성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진홍색과 선홍색, 혹은 귤색과 감색이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크게 다른것도 아닌데 말이죠. 무슨 릴리풋도 아니고. 제가 진보쪽 사람들, 혹은 좌파들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스펙트럼에 대한 약간은 관대한 포용력이라고 하면 너무 많은걸 바라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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