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범죄가 발생하면 그것은 총 쏘는 FPS 게임 탓이고, 성범죄가 발생하면 그건 고교생이 유두를 노출하는 애니메이션 탓이라는게... 저는 이 논리에 수긍할 수 있는 사고라는것 자체가 너무나 경멸스럽게 여겨집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그냥 우리 모두 손잡고 한강에 뛰어들든지, 어찌되든 살고는 싶다면 영화 이퀄리브리엄 같은 나라를 만들어서 모여 살든지 해야죠.

 

'일정한 상관관계'라는 것 정도는 논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도 끊임없이 그런 공격을 당해왔잖아요. 하지만 그 논리의 결론이 전면적인 법적 규제로 나아가는건 정말 무섭죠.

 

저는 저런 비이성적이고 거의 난동 수준의 사고방식을 권력수단을 이용해 규율로 관철시키려는 인간들이야말로 어쩌면 자신의 머리속 판타지에 의한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위험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여러가지 공상을 합니다. 주로-제가 남자다보니 남자의 입장에서는-섹스에 관한 것이 많을 것이고, 그밖에도 어떤 형태로든 폭력적인 것이 대부분일거에요. 당연하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고 또 감히 실행으로 나아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공상이고 판타지인겁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판타지와 현실을 구분할 줄 알고, 그 중간에 있는 실행의 충동을 억제할 줄도 압니다. '아 제발 난 그런짓 하고 싶지 않아 내 안의 악마가 나를 유혹해!'라면서 몸부림치는게 아니라, 그냥 매우 자연스럽게 그게 돼요. 위에 말한 위험분자들은 어쩌면, 그 자신이 판타지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규율에도 불구하고 이 판타지가 나를 충동질해서 실행으로 나아가게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있는지도 모르죠. 보통 사람들은 그런 공포 자체가 없어요. 연예인이랑 섹스하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그 연예인을 찾아가서 강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정신과치료를 받지는 않거든요. 보통은요.

 

저는 여기에 정치적인 의미도 있다고 봐요. 산업의 규모가 크고 조직화된 단체를 갖든 의회에 세력이 있든 뭐든, 어찌됐든 '힘'이 없으니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같은 동네는 말 그대로 동네북이 되는거라는거죠.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은 뭐 말할것도 없고, 비디오게임은 산업규모는 커졌는데 여전히 정치적 파워는 없는거나 다름없습니다. 정치인들에게는 너무나 맛좋은 먹잇감이죠. 비디오게임업계종사자보다, 게임하고 만화를 때려잡으면 우리 애가 서울대에 가고 착한 아이가 되며 범죄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다고 믿는 아줌마 아저씨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그리고 만화나 비디오게임을 주로 향유하는 계층은 선거일에 투표를 안합니다. 그러니까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원인이라는 죄를 뒤집어씌워서 목을 죄는데에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못해요.

 

이건 되게 비겁하기도 하죠. 어떤 문제에 대해 원인을 찾고 해결방법 예방책을 강구하는건 어려운 일이죠. 골치가 아파요. (사실 한편으론 그런 방법따위가 어디 있나 라는 생각도 들고...) 이럴때 손쉬운 동네북이 소환되는거죠. 일단 분노를 돌릴 타겟을 잡고 그 타겟에 포화를 퍼붓는 시늉을 해주면 아줌마 아저씨들은 만족할테니까요. 아줌마 아저씨라는 표현이 불쾌하실수도 있겠는데, 그냥 이런 부분에 대해 거의 제대로 된 의식이 없고 또 그런 의식을 가질 필요성도 못느끼는 대한민국의 유권자 대다수를 차지할 장삼이사를 가리키는 말 정도로 이해해주세요.

 

맨날 경제 얘기 복지 얘기하고 그럴듯하고 거창하고 거시적인 무언가로 대통령 해보겠다고 아둥바둥 싸우고들 있는데,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박 문 안 세사람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특히 문재인이요. 박근혜는 지 아비가 고문으로 사람을 죽이는 정권의 수장이었으며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싸이코패스니 기대할 것이 없고, 안철수도 크게 다를것은 없다고 보거든요. 안철수가 나쁘다기 보단, 안철수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 자체가 없었을것 같거든요. 그래도 문재인은 인권변호사였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니 말이죠. 만화나 게임에서 총쏘고 섹스하면 범죄의 원인이 되니 그걸 음란물로 규제하겠다 는 무려 '법'의 선언, 이거야말로 인권 침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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