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에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동네 도서관에 며칠 전 듀게에서 얘기가 나왔던 7년의 밤을 빌리러 갔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집 앞 정거장보다 하나 더 가서 내리면 도서관인데,

폰으로 듀게에서 가라님의 신혼 생활 글을 읽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도서관 다음 정거장을 지난 상태더군요.

그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씩씩거리며 두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길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_-)

 

도서관에 가서 보니 7년의 밤 두권 중 하나는 대출 중이고, 남은 하나는 제자리에 있질 않아서 겨우 찾아냈는데 책이 반으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더 두꺼운 뭉치가 책등(이라고 하나요 옆구리라고 하나요, 꽂아놓았을 때 보이는 부분)에서 분리되어 너덜거리기까지 해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들고 읽어야 하는 제 사정 상 읽는 데 큰 지장이 있을 거 같아 결국 포기했습니다.

 

대신 박민규 소설을 빌려갈까 했는데 핑퐁도 대출 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대출 중이라

7년의 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소설 하나랑 어쩐지 한권만 빌려가기 억울해져서 코끼리에 대한 동물행동학 책도 한권 빌렸어요.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 거라 책의 무게도 중요한데 두권 다 재생종이로 만든 책이라 부피에 비해 가벼워서 좋았습니다.

 

진짜 쬐깐한 동네 도서관이라 종합자료실이 고등학교 도서실만한 규모고,

가끔은 빌리려던 책이 너무 낡아서 '내가 이 책을 이렇게 간절히 읽고 싶은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을 절대 다 사서 볼 수 없는 형편에 집 가까운 데 도서관이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대출 중인 7년의 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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