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저녁에 접어드는 애매한 시간에 낮잠(?)을 잠시 잤는데

지금까지 꿔본 꿈중에 제일 리얼하고 끔찍한 꿈을 꿨어요.

 

뭔가 가족행사? 모임? 때문인지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서 하하호호 하고있는데

어린 사촌동생 하나가 내 코를 가리키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어 하는거에요. 자기 코도 만지는 시늉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 가만있는데 왜 쟤만 저러나 하다가 문득 뭔가 축축해서 콧구멍에 손을 넣어봤는데 물컹...어라 이건 심상치가 않다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는데...이하의 묘사는 역겨울수 있음;

 

콧구멍 안쪽이 물컹물컹하니 진물러서 뭉개지고 있더군요. 재밌는게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다시 코 전체로 급격하게 오래 물에 담궈놓아 썩어들어간거처럼

누렇고 흰 고름을 만들면서 무너지고 있는...

입을 벌려보니 입 안에서도 진행중. 잇몸 윗쪽부터 피가 천천히 흐르더니 잇사이가 다 벌어져서 허옇게 드러나고

입 가장자리가 다시 그런 식으로 물렁하니 뭉개지면서 찢어지는 것을 보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일가친척들(사실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이 진짜 일가친척이고 사촌동생인지는 확신이 없네요)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저는 집으로 들어와 '매우 침착하게' 119-_-;에 전화를 했지요.

이상할정도로 침착했어요. 일단 이게 무슨 병인걸까, 병이 아니라면 뭔가 약품이나 가스에 노출된걸까?

나는 이제 죽을수도 있다 라는 생각까지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죽지 않더라도 불구로 여생을 보내는건 돌이킬수 없겠구나, 라는 걸

자꾸 주소가 어디냐고 묻는(이것도 사실 현실이라면 말이 안되는건데)말에 대답하며 담담하게 생각했어요.

이미 몸이 어디까지 부서졌는지 자각도 안되는데 말하는 도중이라 일단 턱 관절이 내려앉은건 알겠더군요. 해골바가지 장난감을 위에서 주먹으로 찍어눌러서 찌그러뜨린

그런 느낌...

뭐 그러다 걍 깼죠. 써놓고 보니 별것도 아니네;

 

그냥 별거 아닌 지저분한 개꿈인데, 지금 아직도 여운(?)이 남는게,

보통은 꿈 속에서 이게 꿈인지 자각하지 못하잖아요?

그렇더라도 그 꿈의 절정에는 대개 '아 이건 다 꿈이야!!!'라고 뒤통수가 샥 시원해지는 순간이 있었단 말이죠. 개인적으로.

흔한 예로는 낙하의 순간, 총알이 발사된 순간이겠고...

저같은 경우는 도저히 현실로 인정할수 없는, 인정하기 힘든 절정의 상황에서는 '아 이건 꿈이다 제발' 라는 마음속의 주문과 함께 자각을 하고, 찝찝한 기상을 하곤 했더랬죠.

그런데 이 꿈은 정말 잔인할정도로 리얼?했어요. 증상(?)이 증상인지라 통증은 없었지만 몸이 뭉그러지고 진물러서 고름으로 변해가는 감각이 참..(근데 사실 그런 감각이 진짜 어떤건지는 저는 모르죠! ㅎㅎ)

그리고 담담했다고 써놨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절망감의 크기가 너무 커서 오는 체념상태였는지도 모르겠는데, 꿈 속에서 '아 이건 꿈이었으면' '이건 설마 꿈이겠지'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더군요. 턱이 무너져서 말을 못하는 시점에서는 평소대로라면 자각이 되어야 정상인 타이밍인데.

그리고 깨어난것도 정말 찝찝하게... 평소라면 '아...제발 이것은 모두 꿈이야!' -> 헉! -> '엇...여긴 어디? 그래 이건 모두 꿈이었어. 난 안전하게 보호받는 현실로 돌아온거야 (안도)'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그런 중간과정이 전부 생략된채, 마치 공포영화에서 가끔 보는 클리쉐처럼-절정의 공포와 위험속에서 극히 짧은 순간 의식을 잃은 주인공이 모든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행복한 꿈을 잠시 꿨다가 깨어나서 절망하는-현실로 돌아왔어요. 그 전환이 너무 급격하고 불친절해서, 아직 눈을 뜨지 않은 상태에서 덮은 이불과 벤 베개 익숙한 내 방 냄새 같은 감각을 느끼면서도 잠시 정신을 차릴수없더군요.

 

그 전환이 너무 급격해서 이런 망상도 해보았구요.

꿈이냐 현실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항상 즉물적으로, 이건 꿈 저건 현실 이렇게 스스로 알 수 있는 간단한 문제였는데

너무나 리얼하고 자각이 불가능한 꿈을 꿔보고 나니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의 나는 또 다른 꿈속에 있는건지 레알 현실ㅋㅋ로 복귀한건지 확신을 할 수가 없다..

꿈이 사실은 현실인데 그게 너무나 외면하고 싶은 절망적인 것이라

그저 미친척하고 눈을 돌려 외면하듯, 다른 꿈 속으로 도피해 버린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을 방광을 터질듯 채운 소변을 비우면서 잠이 덜깨 띵한 골을 굴리며 해봤습니다

 

집에 혼자 있네요. 나가서 돈가스라도 사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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