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달 내내 매스컴과 인터넷이, 아니 나라 전체가 이번 사태로 이렇게 지지고 볶았으면 아무리 중대한 이슈라도 슬슬무뎌지고 지루해질만도 한데, 대단합니다.


굿, 성형, 부정입학, 뇌물, 비선, 갑질, 호스트바, 투기, 불륜, 사교, 협박, 성격파탄, 명품, 죽음, 황제조사, 밀실협상, 음모, 약물, 배신, 암투, 여론조작, 입막음, 숙청, 몰카, 거짓말 그리고 비아그라.


쏟아지는 소재들의 선정성도 선정성이지만, 아이템들의 다양성과 참신함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도저히 지루해질 틈을 주질 않네요. 앞으로 뭐가 더 쏟아질지 전혀 예측이 안됩니다.

이쯤되었으면 끝물이겠거니 해야되는데 아직 얼마나 더 남았는지, 어디까지 온 건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되면 확실해 지는건, 저들이 이번 사태 전반에 있어 뭔가를 의도하고 하지는 않았을거라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리피피] 같은 범죄물을 보더라도, 전문적인 범죄자들이 범행을 저지를 때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죠.

그래서 그들의 일상과 범죄 상황이 구분되는 것이고, 거기서 실존주의적인 무게감이나 전문가의 솜씨를 보는 재미가 생겨나는 것이고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그냥 삶이 죄에요. 아마도 자신들이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었을 거에요.

저들의 폐쇄된 연결망, 그들이 사는 세계 속에서는 저러고 사는게 그냥 일상이었을 거에요. 그러니 이렇게 까도까도 끝이 없는 것일테고요.

의도를 가지고 한 특정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 그냥 일상이, 삶 자체가 범죄인 삶. 흐흐.


아마도 이게 죄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은 아마도 외부로부터 압박을 본격적으로 느꼈던 시점부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러다보니 이전까지는 저렇게 허술하게 일처리를 했던 것이고, 그 압박을 느낀 후에야 후다닥 문제가 될 소지들을 인멸하기 시작한 것일 테고요.


예외가 있다면 김기춘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이 사람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겠죠.

알고 있으면서, 저들의 범죄적 삶이 폭로되어 크게 탈이 나지 않도록, 뒷처리를 담당하는 것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을 거고요.

그러면서 아마도 자신이야말로 저들을 이용하여 한국 사회를 디자인하고, 이끌어나간다고 생각했지 않을까 싶어요.


...


덧. 그런데 이건 꼭 박근혜, 최순실 일가 만의 태도는 아닐 듯 싶어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요.


예전 이명박 시절에 땅을 너무 사랑해서 땅 투기를 했다는 환경부 장관 후보가 있었죠.

공식석상에서 변명이라고 내놓은게 이런 얼토당토 않는 개소리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들의 좁고 폐쇄된 사회에서는 저게 이상한 소리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들이 얼마나 상식과 동 떨어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는, 그 유명한 정몽준의 버스비 70원이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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