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누군가의 버려진 지갑을 보았습니다. 지갑 안에는  그 누군가가 그 동안 후원했었던 가족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지갑에 그 사진이 있다는 의미는, 지갑이 필요 없다는 의미도 있을테고, 사진에 나온 가족에게 더 이상 후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 역시 포함되어 있는 것이겠죠. 


예전 차인표 씨의 힐링캠프 방송을 보고 기부에 잠시 관심이 생겨서 관련 단체의 홈페이지에 방문해봤습니다. 거기에는 일반 기부 뿐만 아니라 특수한 목적의 기부도 적혀 있더군요. 제 적은 돈이면 식수도 마련해줄 수 있고, 학교도 세울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적은 돈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멋진 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려진 지갑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제대로 이해한 바가 맞다면 후원를 받아온 가족은 그동안 그 누군가에 의해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려왔지만, 누군가의 사정으로 인해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겠구나. 개인의 선의에 의해 한 가족이 그리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물론 후원하는 이가 잘못됐다거나 그 가족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일텐데, 기부 단체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적은 돈으로 그들의 삶이 그리 크게 바뀐다면, 그리고 변덕을 부릴 수 있는 개인의 선의에 의지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세계일주를 통해 경제를 배우다였던가요? 그런 책에도 배수 시설은 있지만, 정작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이 없어 그것이 제대로 유지가 안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현지에서 단기성의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많은 NGO에 대해 그리 호의적은 시선은 아니더라구요.


결국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지원하는 이 금액으로 많은 이가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의 직접적인 1:1 후원은 오히려 마냥 좋은 것이 아니지 않는가하는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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