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안 가는 남자

2012.04.15 00:41

푸른새벽 조회 수:2937

 

얼마전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자리를 했는데 그 중 둘은 각각 돌 지난 딸, 백일 지난 아들을

두고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얘길 하다보니 이 친구들 둘 다 육아엔 전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전형적인 쌍팔년도 한국 남자 스타일이더군요.

아직 미혼인 제가 듣기에 놀라웠던 건 자기 아이 기저귀를 갈아 본 적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둘 다 맞벌이 부부인데 아내가 법정 육아휴직 규정을 눈치 안보고 써먹을 수 있는 직종이라

아이를 낳고 줄곧 휴직 중인 상태였습니다.

돌 지난 딸 엄마는 휴직 후 복직했지만 백일 지난 아들 엄마는 아직 휴직 중.

 

돌 지난 딸아이 아빠는 언젠가 아내가 외출을 한 사이 딸과 둘이 있는 상황에서

딸이 기저귀에 응가를 했는데 이걸 갈아줘야하나... 그냥 와이프 올때까지 기다리자. 그랬더랍니다.

백일 지난 아들 아빠는 말 그대로 자기 아들 기저귀를 갈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말로는 자기 와이프가 원래 아기를 좋아해서 군소리 안하고 아기 보는 일은 다 알아서 한다고 하는데

미혼인 제가 들어도 괴상한 얘기였습니다.

 

16개월 된 조카가 있습니다. 저희 형은 원래 전형적인 큰아들 스타일. 동생들과 함께 지내던 어린 시절엔

아주 간단한 일 조차 절대 스스로 하는 일 없이 동생들을 부려먹곤 했습니다.

그러던 형이 장가를 가서도 형수한테 하는 거 보면 큰 차이가 없는데 자기 아이에 관한 것만은 예외더군요.

각종 육아 용품 구입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이 인터넷 공구 카페를 뒤져서 평이 좋은 물건을 최저가로 구입하고

조카 간식 하나도 꼼꼼히 따져서 구입하는 극성 아빠가 됐습니다. 오히려 형수가 좀 적당히 하라고 말릴 정도예요.

아빠가 되면 다 저러나 싶었는데 친구들을 만나서 혼란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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