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처음 본 아주머니께서

2012.04.23 19:49

유니스 조회 수:3453

처녀가 어디 혼자 갔다와? 하시길래 (슈렉 고양이 눈빛이세요. 객관적으로 되게 귀여운 눈과 눈웃음을 보유하신 아주머니...)

감기는 눈으로 주절주절 말씀을 드렸습니다.

 

너무너무너무 졸린 걸 이 악물고 견디며 평소의 2배로 느린 말투로 말씀드리니,

차분한 말투가 요즘 아가씨 답지 않게 참 듣기 좋다고 하십니다....

카오산로드에 있다 왔다 어떤 곳이다 하루만 있어도 태국은 물론 스페인이나 영국 독일 일본 친구 두세  명은 사귈 수 있다 등등 간단히 말해 드리니

 (물론 전 아닙니다 요새 유딩이 저보다 영어를 잘해요. 웃기만 하고 수줍음 많은 코리안 걸이라고 그들은 알고 있겠죠....)

 

스물한 살인 아드님께 이 좋은 곳을 추천하고 싶답니다. 정신차려보니 저렴한 숙소와 맛있는 식당, 제 번호 알려드리고 있었음.

세관신고서에 전화번호 적고 있을 때라 순식간에 번호 따였서여 ;ㅁ;  우리 동네 근처 사시는데 한번 놀러오겠다 하심.

그때부터 이분의 불꽃 친화력에 잠 못 자고 다섯 시간 동안 수다떨어야 할까 봐 초콤 무서웠는데

 "내가 친구가 워낙 많아 아는 친구아들도 대빵 많다. 마침 얼굴 따지는 잘 아는 공무원 총각이 홀로 있다. 조만간 소개해 주겠다. 결혼은 공무원이 짱이다." 하심. 얼. 굴. 따. 지.는...근데 왜 나를...

 

쌀국수 대접만한 이마 확 까서 넘기고 브라 대신 수영복 상의 위에 너덜너덜 나시 원피스에 사흘 내내 싱하 맥주 들이마셔서 배 이만큼 나오고 발가락엔 밴드가 덕지덕지 슬리퍼는 새까맣고....

너무 민망해서

아녀요 아녀요 제가 지금 거지같은 상태라..했더니 위아래로 훑어 보시고

"꾸미면 이쁘겠네."라고 진심을 숨기지 못하신 아주머님. 이때부터 남자친구는 진짜 없는지, 둘이 여행은 가 봤는지 별 이상한 걸 묻기 시작하시기 시작..

 

'자야 한다. 잠들어야 한다!!' 세뇌 돌입했더니 진짜 졸려서 다섯 시간 내내 컬컬 잤는데

옆옆 빈자리에서 잠들어계신 아주머니.이륙하니까 아까의 사교성 감추시고 인사만 하고 황급히 사라지십니다.

제 생각엔, 제가 피곤하면 코를 좀 고는데 그거 보고 도망가신 거? 드렁드렁은 아니고 '커어...커어...커어...'정도로 골아서 함께 여행한 친구들이 엄청 놀립니다.

고...공무원 총각 소개받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너무 빨리 가 버리시니 왠지, 좀 제 코가 원망스러웠서용. 으아 결론없다. 뭐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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