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이 잘 가시질 않아요. 교환학생에 지원했는데 원하던 학교에서 똑 떨어지고 예상치도 못한 곳 중에서 선택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 제 부족함 때문이죠. '학점'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연연해하고 스트레스는 받고 결국 이도저도 아닌 학점을 받은 것.

지금도 학점이 제 인생의 행복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학점'이 제 인생에 있어서 좋은 기회들을 잡을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난 대학 2년 간의 생활이 후회스러워요, 특히 학점 면에 있어서) 



나름 보람있는 동아리 활동도 하며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도 느꼈고

나에게는 '잠재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자격지심인 것 같지만) 저보다 그다지 잘나지 않은 것 같은 동기가 저보다 좋은 학점으로 

원하는 학교로 교환학생 파견이 나는 모습에 질투심을 느끼는 제 모습이 너무 옹졸한 것 같아요. 

저를 꼼꼼하고 자기 길을 확실하게 간다고 생각하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교환학생에 있어서의 제 실패가 너무 부끄럽기도 해요.



사실 대학생 2학년까지 나름의 탄탄대로(주위의 기준에서나, 제 기준에 있어서)를 모범생처럼 달려왔기에

이런 작은 것들(특히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부모님의 기준에서는 오점)이 제 마음을 너무 무겁고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저를 정말 사랑하고 작은 저의 노력들과 발걸음들이 모여서 이뤄내는 제 삶에 너무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학생이었는데 

대학생이 된 뒤로는 급격히 제 모습이 부끄럽고 밉고 부족하게 느껴지네요...



'교환 파견 학교 랭킹이나 수준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 가서 내가 느끼고 얻는 게 더 중요하지.'나

'아직 늦지 않았어. 그리고 이런 작은 실패는 살면서 당연히 겪는 거야. 그리고 너무 절망말고 긍정적으로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와 노력의 계기로 삼자.'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실제로도 이렇게 생각을 해요. 하지만 대학생 2학년을 마치면서 소위 말하는 '현실'과 '이상' 

그리고 주위에서 말하는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것과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들 등등...

이것저것들이 혼재하고 우선순위를 다투면서 급격히 지치고 방향을 못 찾겠어요. 그래서 평소에도 문득 정말 가슴이 아련해지듯이 답답하고 걱정스러워져요.


어차피 지금 이 우울도 나름의 '합리화'를 하고 남들보다 더 못한 상황에서 

다른 면에서 더 노력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성과를 얻자고 결론지으면서 끝날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답답하고 우울하네요. 



아마 이런 감정은 단순히 원하는 교환 학교로 파견가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에서 오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까지는 어느 정도의 프레임 안에서 노력해서 비슷한 목표 중에서 순위가 결정되었지만 

대학생이 되면서는 어쩌면 '열린' 인생이고 방향을 찾은 뒤에서야 노력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은 그 방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그 방향에 대한 감도 잡지 못한 탓일까요? 제 노력과 열정, 온전한 제 자신을 던질 곳을 찾지 못해 괴로운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의 비교, 자격지심, 자기비하.... 

성공에 익숙하고 별다른 실패를 겪지 않아서(물론 대학생밖에 안 되는 주제에 이런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요) 그런걸까요?



답답하고 우울해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것도 죄책감이 드네요. 제가 원하는 나는 이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다시 벌떡 일어나서 실패한 만큼 더 큰 성과로 어퍼컷을 날리는 그런 독종이었는데

왜 이렇게 힘이 나지 않을까요...


이 우울함을 근본적으로는 아니지만 봉합하기 위해 교환학생을 가서 최대한의 성과(경험, 영어 실력, 진로 결정 등등)를 얻기 위해 

휴학하는 이번 학기에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려 하는데 쉽지 않네요.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통기타라도 배우며 잠시 마음을 추스려볼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ps. 그래도 이렇게 듀게를 통해서나마 넋두리를 할 수 있어서 조금은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아요.

마음이 시리도록 아리는 밤이네요. 

답도 없고 유치한 투정을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아 죄송해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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