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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넘협곡 Glen Birnam, 1891, 존 에버렛 밀레이 경 Sir John Everett Millais

 

딱 보는 순간 눈 오기 직전의 크림슨 피크로 가는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들이 마차를 타고 가는 길이 이렇치 않았을까 싶었어요. 진짜 황량하네요. 오늘같은 날씨에 아주 딱 어울림.

 

 

 

 

 

 

Christmas-Eve - John Everett Millais

 

 크리스마스 이브 Christmas Eve, 1887, 밀레이 경

 

그래서 길을 다 걷고 나면 이런 저택이 보이는 거죠. 눈덮인 길과 그 끝에 서있는 고성같은 저택. 분위기 정말 황량하고 서늘하네요.

 

 

 

 

 

The Eve of Saint Agnes - John Everett Millais

 

성 아그네스 전야The Eve of St. Agnes, 1862, 밀레이 경

 

그리고 저택 안에는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아름다운 여인이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서성이고 있는거죠. 이렇게 크고 황량한 숲과 길 그리고 큰 저택이라니. 어디선가 꼭 유령이라도 나와줘야 할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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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상상한 것이고, 실제 영화에서는 주변 풍광은 나오지 않습니다. 딱 이렇게 장면이 전환되거든요. 그래도 밀레이의 저 그림들을 보는 순간 크림슨 피크가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같은 시대의 풍경을 진짜로 보고 그린 것이라 그렇게 느껴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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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현관 근처 지붕이 뚫리기도 했더라구요. 진짜 음산하다 못해 이 정도면 아예 폐허인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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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이런 도자기 인형같은 케릭터가 상처를 입는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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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 볼 때는 긴장감 때문에 정말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대체 이 이야기의 끝은 어찌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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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히들스턴은 어떻게 보면 젊은 시절의 조니 뎁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물론 조니 뎁 보다는 더 차갑고 비밀스런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원래 물망에 올랐던 베네딕트 컴버베치 보다 이 사람이 이 역할을 한 건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컴버베치는 이미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셜록 홈즈를 찍었더군요. 1월에 국내 개봉한다는데, 얏호! 그런데 부제가 유령신부... 베니는 하마터면 빅토리아 신사를 두 번 할 뻔 했네요)

듀나님이 토머스 케릭터에 대해 막판에 너무 이것저것 설명을 많이 했다고 지적하셨는데, 저같이 눈치없고 둔한 팬들은 그런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만일 안그랬다면 참 먹먹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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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들스턴은 검은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머리색인 금발보다 훨 분위기 있고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전에 리처드 아미티지가 검은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는데, 자기 본 머리 색 보다 검은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 많은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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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들스턴이 연기하는 토머스 샤프는 영국의 준남작으로, 몰락해가는 귀족가문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젊은이로 나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기계와 가문의 가업인 광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유럽 전역을 돌다가 미국까지 들어왔죠. 그런데 미국의 부르주아들은 이 젊은 영국 귀족을 전혀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그가 만든 기계라는 건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고 그가 계획하는 사업도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보는 거죠. ( 게다가 그는 정말 작위가 있는 귀족도 아닙니다. 준남작이란 칭호는 경이라는 호칭은 붙지만 상원에 의원석을 가질 수 있는 지위도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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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가 그렇게 쉽게 물러났다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겠죠. 건축가 카터 쿠싱에게 뭔가 큰 책망을 듣고 쫒기듯이 떠나야 할 판이지만, - 이게 대체 뭘까 싶었는데 막상 알게 되니 정말 소름이 끼치더군요! - 그는 결국 그의 딸 이디스와 사랑에 빠집니다. 가난한 몰락 귀족과 미국 재벌 2세의 만남.

19세기에는 이런 결혼들이 실제로 많았더군요.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가 미국인이었죠.( 무려 별명이 아메리칸 뷰티 ) 그의 숙모도 미국인이었고, 사촌의 아내도 미국인 (그러니까 처칠의 본가인 말버러 공작이 2대에 걸쳐서 미국 재벌 2세와 결혼을 했다는 얘깁니다. 9대 말버러 공작부인 콘수엘라는 미국의 대표적 재벌중의 하나였던 밴더빌트 가문 출신이었고. 가문이 기울어가는 바람에 젊은 말버러 공작은 정말 돈 많은 상속녀와의 결혼이 급했었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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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 장면 정말 근사하더군요. 히들스턴은 어쩜 그렇게 근사하게 춤을 잘 추는지... (그런데, 이와 같은 장면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 시절 부르주아나 귀족같은 상류 계급에 태어났다면, 저놈의 춤 때문에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말이죠. 저는 정말 몸치에다가 팔 다리가 무슨 마네킨 처럼 뻣뻣하거나 아님 오징어처럼 정말 볼품없이 흐느적거리거든요. 히들스턴 같이 멋진 신사가 손을 내밀면 정말 기쁘긴 할텐데, 문제는 그 다음이....사람들에게 얼마나 빅 웃음을 줄지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주변 사람들 반응을 생각해 보니, 이것도 완전 순정 만화 같았어요. 왜 있쟎습니까 그날 무도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사가 별 볼일 없는 소녀에게 눈길을 주고 두 사람이 멋진 커플이 되면서 주변 사람들의 시샘도 받는. ( 그런데 이 경우는 그런 것 같은데 안그랬던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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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디스는 마냥 귀하게만 자란 온실속의 꽃같은 여성은 아니고 그 나름의 강단과 자기 인생의 목표를 가진 젊은 여성입니다. 제인 오스틴 같은 인간관계를 다룬 소설 보다는 메리 셀리같은 판타지나 호러 소설을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기도 하죠. ( 그리고 가끔 유령도 보는) 이디스는 전통 귀족 계급의 사람들을 '기생(충)계급'으로 부를 정도로 역사의식이나 사회의식도 나름 쎈 사람이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토머스의 신비한 매력은 그녀를 정신없이 사랑에 빠져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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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때문에 뭔가 어린 시절에 얽힌 얘기들이 큰 축을 이룰 줄 알았었는데, 그렇게까지 비중이 있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디스의 어머니 유령이 '크림슨 피크'를 조심하라고 경고해 주지 않았던가요? 대체 그건 무슨 얘긴거죠? 설마 유령들끼리는 서로 통한다는 얘기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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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극 답게 실내복도 진짜 화려합니다. 아무래도 저택 내에서 진행되는 스토리가 많아서 그랬던지 집안에서도 정말 우아하게 차려입고 다니더군요. 그래도 샤프 남매의 누님만큼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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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의 누나 루실입니다. 시누이들의 쌀쌀함이야 어디든 다를 바 없겠지만 그녀의 냉대는 뭔가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사실 이 광기어린 캐릭터의 속사정을 알게 되니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혹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남매, 귀족이라는 신분과 함께 그들이 지닌 어두운 그림자...제가 좀 더 젊었더라면 이런 스토리에 마냥 매혹됐을 거라는 생각이요.

 

 

 

 

Crimson Peak

 

제시카 차스테인이 이렇게 드레스가 근사하게 어울리는 사람인줄은 몰랐습니다. 신들린 듯한 이런 집 하며, 뭔가 광기가 서린 듯한 눈빛과 밀납인형을 연상케 하는 표정들이 진짜 고전미인이라는 평에 어울리네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 이제는 잊혀진 장르에 대해 뭔가 얘기하고 싶었다." 고 하는데, 어렸을 때 읽었던 고전 추리소설들을 연상케 합니다. 아니, 그러라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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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들은 정말 셜록 홈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더군요. 그리고 진짜 셜록같은 케릭터도 하나 있고. (성질머리는 안전히 다릅니다. 생각해 보니 왓슨에 더 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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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디스의 소꿉친구이기도 한 앨런 맥마이클은 안과의사이며 이디스의 아버지 카터의 주치의이기도 하죠. 유령 사진 수집에 관심이 있는 그는 정말 셜록 홈즈의 원작자 아서 코난 도일 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다 요정 사진만 더 추가하면) 그런데 그의 탐정으로서의 활약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찰리 헌냄같은 배우를 이 정도밖에 활용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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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만 봐서는 흔한 삼각 구도인가 싶지만 영화는 러브 스토리 보다는 다른 이야기 하는데 관심이 많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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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근사한 촬영 짤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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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비밀이 많은 듯한 루실과 토머스, 이디스의 아버지 카터는 이들 샤프 남매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뭐랄까...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혐오에 가까웠죠. 신분 차이에 따른 반대야 워낙 흔한 얘기긴 합니다만, 이 경우는 정말 이채로왔습니다. 부르주아들이 몰락 귀족을 무슨 사기꾼이나 파리 떼 취급을 하더군요. 만날 서민 노동자 계급 차별하는 것만 보다가 귀족들이 이런 취급 받는거 보고 진심 깜놀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이 특히 영국 귀족들이 급격히 몰락하던 때라 이 때 산업 부르주아로 변신 못한 귀족들은 반대 급부로 부르주아 계급과의 통혼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그렇게 현실성이 없지도 않았죠. 영미의 부르주아들, 특히 미국의 부르주아들에게 영국 귀족의 자녀들은 좋은 혼처였습니다. 왜냐구요...허영심이죠, 뭐. 자손들을 수 백년 유서깊은 귀족의 일원으로 만들고 싶은거요.

그러니 이 영화에서 이디스가 뉴욕의 사교계를 멀리 하고 글만 쓰는데 열중하는 별종인것 만큼 아버지 카터 쿠싱이 샤프 남매에게 냉담한 것도 이 시대 분위기를 생각하면 다소 이색적인 모습이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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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카터의 걱정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무려 독살 얘기까지 나옵니다. 이 장면은 너무 고전적이라 정말 어린 시절의 추리 소설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 대체 이들 남매의 정체는 뭘까요? 동화속에 나오는 푸른 수염? 귀족 행세하는 가짜 사기꾼들? 아니면 혹시 이 저택에 사는 유령들? 이디스가 보는 이 모든 것들이 만약 환각에 불과하다면? )

 

 

 

 

 

샤프 남매의 어머니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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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따라 새로 살게 된 집. 수 백년된 대저택이라 그런가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음산한 분위기에, 진짜 유령이 돌아다닙니다. 물론 샤프 남매는 헛것을 본 거라고 이디스의 말을 믿지는 않습니다만. 마치 어떻게 보면 수 백년 된 집에, 수 백년 된 가문에, 뭔가 사연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죠. 그런데 그 사연이란게 바로 결혼한 새신랑과 그의 자매에 얽힌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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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들 중 제일 무서운게 이렇게 목욕할 때 나타나는 유령들이더라구요. 사람이 목욕할 때가 정말 무방비 상태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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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분 표현대로 이렇게 유령마저도 드레시하고 고전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 한 때는 정말 이런 고급스런 유령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졌던 적이 있죠. 고딕 장르는 정말 매혹적인 분위기와 잔혹한 스토리로 승부를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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