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ns를 규제하겠다고 나서서 말이 많네요.

딱 봐도 싫은 소리 듣기 싫으니까 하려는 게 뻔합니다만... 단언하건데, 지금 정부 안에서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게 틀림없습니다.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게 얼마나 힘만 들고 정력은 낭비하되 소용이 없는 일인지를 알테니까요. 지금까지 어떤 나라나 권력자도 사람들의 입을 완벽하게 막는 데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스팸 방지 서비스도 김미영 팀장을 막을 수 없는 것 처럼. 게다가 인간에게는 청개구리 내지 피노키오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참 이상하게 하지 말라면 꼭 해요. 나쁘다고 하면 더 저지르게 되죠. 말하지 말라면 더 말하게 되고요.

 

그러니까 수업시간에는 교과서 밑에 만화책 놓고 읽는 거고, 야자시간은 학교 담 넘어 놀러가는 때고, 수학여행 갈 때 가방 속에 어른의 음료를 넣어가는 것은 필수요 절대 말하지 말라는 약속이란 꼭 죽어도 말하란 뜻 아니었나요.

하물며 몰래몰래 "가카는 뱁새눈이래요!" 라고 외치는 것은 정말로 짜릿하고도 치명적인 경험입니다. 누가 여기에 거부할 수 있겠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오래된 언론탄압이라면야 역시 당나귀 귀 경문왕이겠지요. 갑자기 귀가 쭉쭉 늘어났는데, 왕관 만드는 사람이 언론의 자유를 갈구하며 대나무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래요~"라는 국가기밀을 누설해서 결국 죄 없는 대나무들이 쑤컹쑤컹 베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경문왕은 언론 통제에 성공했느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대나무를 대신한 산수유는 어정쩡한 비유를 버리고 "임금님 귀는 길다"라는 직설 화법을 썼으니까요.

전문용어로 이건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지요.

 

물론, 높으신 분들은 아랫사람들이 닥치고 얌전히 있어주기를 바랬죠. 그래서 좀더 꼼꼼하게 사람들의 입을 막고 쥐락펴락 하고 싶어했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옛날 옛적 중국의 전국시대 때 법률을 보면, 세 사람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각종 소문도 나오고 계획을 짜거나 심지어 역모마저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아예 만날 건덕지를 없앴던 것입니다만...

뭐, 그게 어디 제대로 지켜졌을 리 없지요. 그랬다면 도원결의는 돌아가면서 쌍쌍이 만나는 총 세 번의 모임으로 이루어졌을 거여요. 그럼 삼국지도 없었죠.

 

현 정부도 싫은 소리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하물며 옛날 옛적 왕조시대 때는 어땠겠어요? 하지만 다들 어떻게든 뒷담화 다 깠어요. 사마천은 온갖 원한을 담뿍 담아 그의 역사서에 무제의 험담을 까발려놨습니다. 인조가 며느리와 손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자, 인조실록의 사관은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인조를 욕했지요. 연산군이 허튼 짓 하니까 임금 욕하는 벽보를 붙이고, 왕궁의 노비들마저 임금을 욕했습니다.

그렇게 서슬 퍼런 독재왕권 때도 다들 할 말은 하고 욕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명색이 민주주의 나라인 지금 그럴 수 없게 한다는 게 가능은 한가요.

 

언제나 권력은 유한하고 사람들은 갓길 샛길 뚫는 데 천재적이었습니다.

막으면, 막아지겠지만. 막아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어요.

계정을 막는다고요? 개구멍은 얼마든지 있고 없으면 만들어낼 거여요. 개구멍이 안 되면 개미구멍이라도 뚫고 그것들을 합치면 공룡구멍이 되겠죠. 그렇게 새로이 솟아난 산수유는 외칠 거여요. "가카의 눈은 찢어졌다"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SNS 및 언론을 통제하겠다고 용감하게 나서는 현 정부의 모습은 용감하게 창을 꼬나잡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한 마리 칠면조 같아요. 그 한 정성 바쳐 별 소용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면야 말리지는 않겠지만 지금 그거보다 더 중요한 현안들이 상당히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이거 내 나라네요,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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