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더 라이벌 봤습니다. 재밌습니다. 론 하워드표 웰메이드드라마에요.

론 하워드가 오랜만에 예전 감각 되찾은 잘 만든 스포츠 드라마였습니다.

뷰티풀 마인드 이후 론 하워드 필모가 프로스트/닉슨 정도를 제외하면 완성도 면에서 들쑥날쑥했지만

그래도 원체 드라마 장르의 연출력이 좋아서 러시는 기다렸고 기대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1970년 정도부터 클라이막스인 1976년 F1그랑프리 최종 대회까지를 그리고 있는데

화면 질감은 프로스트/닉슨 때처럼 1970년대 영화 스타일로 보정됐습니다.

배경만 1970년대가 아닌 영화의 전체 스타일이 1970년대 영화를 보는것같아요.

 

얼핏 보면 토르 나오는 분노의 질주 아류작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전혀 그런 류의 레이싱 액션 스릴러는 아니죠.

레이싱 액션물이라기 보단 전기물에 가까운 휴먼드라마입니다. 론 하워드의 장기가 잘 발휘된 소재입니다.

그리고 다행이 이전에 연출했던 뷰티풀 마인드,아폴로13,신데렐라 맨 등의 실화 소재물처럼 이번 러시도 훌륭하게 연출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드라마 구성이 좋아요. 뻔하고 신파 드라마로 전락할 수도 있는 소재였고 인물 성격이나 대결 구도도 전형적이라

통속적으로 흐를 여지가 많았죠. 그러나 레이싱 액션물로도 박진감 넘치고 두 인물을 오가며

아슬아슬한 우정과 경쟁을 하며 자극을 받는 영국 남자와 독일 남자의 관계도 흥미진진하게 전개시킵니다.

 

론 하워드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번 론 하워드 신작 러시를 보면서

올 초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로버트 저메키스의 플라이트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둘 다 드라마 구성력이 뛰어난 감독인데 한동안 예전만 못한 작품들을 내놓아 주춤했었죠.

로버트 저메키스가 플라이트에서 그랬던것처럼 론 하워드도 이번 신작을 별다른 수 쓰지 않고

차근차근 전개시키면서 관객을 몰입시켰습니다. 론 하워드 최고 작품도 아니고 작품의 예산 규모도 소품 규모이며

큰 야심없이 소박하게 만든것같지만 장인 정신을 느낄수 있었어요. 헐리우드의 현대 명장이 만든 고퀄리티 드라마를 봤네요.

 

그리고 캐스팅을 정말 잘 했습니다. 실존 인물과 싱크로율도 좋고 연기도 괜찮아요.

크리스 햄스워스는 본인의 스타성을 잘 살리면서도 배역과의 매치도 아주 좋아서 토르 때보다도 더 매력적입니다.

화사하네요. 크리스 햄스워스가 나이를 먹고 나면 오래지 않아 이 작품이 햄식이 리즈 시절 작품으로 거론될것같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죠. 크리스 햄스워스가 이 19금용 액션 드라마에서 19금 장면 대부분을 소화합니다.

크리스 햄스워스가 몸매 자랑도 하며 실제 제임스 헌트가 그랬던것처럼 여자 좋아하는 모습과 더불어 섹스 장면들이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데

영화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막간극같은 눈요기 요소도 돼서 유쾌한 아드레날린 분출 효과가 있습니다.

이 작품을 위해 20키로그램을 감량했다는데 감량하고 나니 꽃미남이 됐네요.

 

영화가 위험한 레이싱 경주와 거기에 참여하는 카레이서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전에 대한 교훈을 주기도 하지만

훈계로 빠지지 않으며 감동과 웃음과 재미가 몽땅 담겨 있습니다. 카레이싱 드라마라 폭풍의 질주 정도만 되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드라마 구성이 좋아서 재밌게 봤습니다. 이 정도 완성도라면 골든글러브 각본상 후보 정도에 올라도 좋을것같습니다.

 

예산규모가 3천 8백만불 밖에 안 되는데 CG를 최대한 줄이고 실제 차를 가지고 찍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이상 쏟아부은것같은 화면이 많았어요. 플라이트도 예산규모가 적은 작품이었는데 그 이상의 화면때깔을 보여줬었죠.

이 역시 뛰어난 연출력에 따른 결과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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