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보신 분 계신가요?

아님 비참함에 관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저 오늘 상암에 이거 보러 갔다가 완전 꽈광...두들겨 맞고 녹초가 되어서 나왔어요.


"스코틀랜드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비참한 어린 시절과 파편화된 가족의 모습을 너무나도 리얼하게 담고 있는 영화는

이상하게도 시적이며 처절하게 아름답다. 정신병원에 갇힌 어머니와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는 아버지로 인해

외할머니 손에 자라야 하는 현실과 제대로 된 가구가 한 점도 없는 극빈한 경제적인 형편, 석탄 가루만 날리는

회색의 탄광촌에서 배고픔과 외로움과 싸우는 어린 제이미의 모습에서 예술가가 되겠다는 결심하는 그리고

이집트의 군부대에서 이후 평생 친구가 된 로버트(빌 더글러스의 평생 동지였던 피터 주울을 모델로 한)를 만나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게 된 젊은 제이미의 모습까지 영화는 잔인할 만큼 사실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비전문 배우들과 현장 촬영, 대사와 음악, 카메라 움직임의 부재, 흑백의 황량한 화면에도 불구하고 전편에 걸쳐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움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비참하거나 학대받는 유년(혹은 사춘기)에 관한 영화는 꼭 챙겨보는 취향-_-때문에 영상자료원 사이트에서 요 해설문 보고

꼭 봐야겠다고 적어놨다가 보게 된 영화였는데요,,,
장시간 집중에 문제가 있어서 두시간 넘는 영화는 잘 못견디는데 세 시간 동안 숨죽이고 질질 울면서 봤습니다.

 

줄거리 요약이나 리뷰같은 건 능력이 안되어 못 쓰겠고, 시놉에 써 있는 것처럼 시적인, 처절한, 아름다운, 잔인한, 헤아릴 수 없는..

따위의 과장적인 형용사로밖에 표현을 못하겠네요.

 

<나의 어린시절 My Childhood [1972]>, <나의 가족 My Ain Folk [1973]>,  <집으로 가는 길 My Way Home [1978]>

각각 한시간씩 세 편으로 된 삼부작인데, 감독의 얼터 에고라고 할 제이미라는 소년의 비참한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입니다.

 

거친 흑백 화면이 황량함으로 그득 찬 동안.. 특히 두 번째 영화 '나의 가족'은, 계조가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콘트라스트가 센

흑백 영상이 마치 빌 브란트의 2차대전 때 사진들을 연상시키는데(이 영화도 2차 대전 끝무렵에서 시작합니다),

화면의 구도가 뭐랄까..말 그대로 시적이고 아름다워요.

 

"시골에 사는 것은 끔찍한 일보다는 아름다운 것들이 더 많고, 절망보다는 희망이 많습니다"

정확히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어린 아이 한명이 학교 수업에서 읊는 이 대사가 이 영화에 계속 나오는 아이러니를 한 마디로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이런 것도 있구요. 학교 어린이들이 부르는 Happy light is flowing/Bountiful and free./..../

Life is dark without Thee/Death with Thee is bright  이런 가사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동안,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이 갱도 엘리베이터의 문 밖으로 보이면서 장면이 하강하고, 지하 갱도 안 광부들의

헬멧 램프 불빛이 새까만 화면에서 어른거립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인데? 찾아보니 리 홀-빌리 엘리엇 작가-가

켄 로치나 빅토르 에리세, 빌 더글라스를 무척 존경하고 오마주를 바쳤다는 인터뷰가 나오네요)

 

소년은 가족으로부터 학대받고, 버림받고, 학교를 나와서도 갈 곳이 없어 여전히 먼지묻은 더러운 얼굴을 하고 우편 배달부를 합니다.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서 킬트를 교복으로 입는 귀족 학교의 또래 소년에게 발음을 제대로 못한다고 조롱받고,

밤에는 구세군 셸터에서 잠을 자며 "나는 죽고 싶다..나는 죽고 싶다..죽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다가 탈출구로...군대에 가죠.ㅠㅠㅠㅠㅠㅠㅠ


이집트로 파병 갔다가,  돌아갈 곳을 떠올리는 마지막 씬에서의 불길한 전쟁 공습의 음향과 빈 집의 이미지는 너무나 가혹해요.

 

 

 

 

리뷰들을 찾아보니 영국 노동계급의 절망과 버림받은 북부의 빈곤함에 대한 사회적 리얼리즘 영화..라고 합니다.

 

글 마무리를 못 짓겠는데-_-; 암튼..감동받았어요. 두 번 보라면 못 하겠지만.

저한테는 400번의 구타나 케스 뺨때리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꿀맛 Taste of Honey> 이후로 영화보면서 질질 울어본 것도 오랫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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