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순정>

저 이런 종류 좋아합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그리고 포스 넘치는 언니가 나오는 거요. 미안하지만 순정이와 남자주인공이 나오면 전혀 재미가 없어요. 연애 하거나 말거나.
게다가 배종옥의 의붓아들로 나오는 이 남자, 착해 빠진 것 말고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식탁에서 계모를 향해 눈 부라리는 것 말고는 계모가 사업을 말아먹는-다기 보다는 독식하는-데 하는 일이 없습니다.
배종옥 아름다워요. 수더분한 차림 말고 화장 진하게 하고 화려하게 입는 것이 잘 어울립니다. 화려하게 꾸미면 누군나 예쁠 것 같지만 실은 화려한 걸 소화 못 하는 사람도 많지요.

이혜숙과 이응경이 조연으로 나오죠. 이혜숙이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건만, 여기서 현모양처로 나온 거나 몇 년 전 천하일색 박정금에 나온 거나 그냥 그다지 위화감이 없어요. 이응경은 전에 '꿈의 궁전'에 나온 것과 비슷한 허영덩어리로 나옵니다. 현모양처 단골이었지만 이런 역도 꽤 잘 어울리죠. 연기를 잘 한다는 게 아니라 외모와 어울린다는 소립니다.
허영덩어리라고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이혜숙이 박완서 원작의 '도시의 흉년'에서 그런 역을 맡은 적이 있죠. 무척 잘 어울렸어요.



<웃어라 동해야>

동해 엄마만 등장하면 타로 엄마를 볼 때와 같은 종류의 짜증이 복받칩니다만, 새와 역의 박정아 보는 맛에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못돼 보이는 외모의 여주인공들이 별로 없었죠. 이런 이미지의 여자들은 주로 조연 악역으로 나오잖아요. 당당한 주연입니다. T^T

새와 남편은 동해를 왜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도련님이잖아요? 모기 보고 환도 빼는 꼴이에요. 도련님치곤 애가 품위가 전혀 없습니다. 새와도 나름대로 골라 잡을 수 있는 위치인데 왜 이런 남자를 골랐는지 모르겠어요. 신경질 신경질 신경질로 뭉쳐진 어린애죠. (얼굴 보고 골랐다면 납득할 수 있어요. )

새와 시어머니의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한 쪽으론 어려운 사람을 배려할 줄 알지만 한 쪽으론 그냥 한 마디로 재수 없죠. 자기 며느리 쥐 잡는 것도 재미있고. 새와 시어머니 역의 정애리는 발음이 독특해요. 입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입 안에서 혀를 계속 동글동글 굴리는 것 같아요.

새와 시아버지. 이 양반. -.- 고고한 척은 혼자 다 하는데 자식 앞에서 자기 처 박대하는 것 하며,
가장 싫은 캐릭터에요. 이 분의 연기는 단지 먼저 일을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이나 선배로 부른다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가 매번 끝날 때마다 떡밥을 뿌려댑니다. 낚는 줄 뻔히 알면서 낚여요. 동해 하숙집 얘기랑 새와네 친정 얘기 다 빼고 새와 얘기로만 압축해서 막장으로 밀어붙이면 좋을 텐데. 전 구수한 조연이 나오면 딴 짓하기 시작하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볼 사람 다 보고 있으니까요.


<괜찮아 아빠 딸>

요건 보다가 그냥 꺼버렸어요. 원래 집안 망하는 스토리를 안 좋아하기도 하고, 보고 있는데 너무 힘이 들더군요. 집중해서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일부러 끄는 것이 상당히 귀찮은 일이었는데 그 귀찮음을 압도해 버린 부담감이라니.

왜 힘이 드는지 생각해 봤는데, 역시 모르겠어요. 뭔가 거친 것을 그냥 들이미는 기분? 내가 보고 싶은 건 다 요리된 스테이크인데 소 한 마리 데려와서 내 앞에서 도살하고 있는 걸 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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