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돈으로 풀면 안되는데;;;
카드값이 후폭풍으로 돌아올 게 걱정스럽지만 어쨌든 3일 저녁을 달렸습니다.

 

금욜밤 올댓스프링은
아.. 이제 아이스쇼에 목숨 안걸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미오리효과에 약한 인간이라 역시 제일 행복했던 기억은 2007년이었고,
그후로 점점 하강곡선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좀 졸리더라고요.
김연아 선수 덕에 한국에서 콴도 보고, 고르디바도 보고, 쿨릭에 브라우닝까지 봤으니
이제는 별 미련이 남지 않을 만도 하네요. ㅎㅎ
언제나 믿고 보던 랑비엘이랑 쉔자오까지도 그닥 인상적이지 않던 순간 마음이 식었어요.
시즈니는 점프를 보니 담 시즌 과연 버티어 낼 수 있을까 싶던데...
역시 갈라나 아이스쇼보다는 경기가 더 좋아요, 자기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남남 아크로바틱팀이 호응이 좋던데 저는 그런 퍼포먼스를 잘 못봐서 힘들었어요.
분명히 나름 안전장치도 있을 거고, 충분히 훈련했겠지만 위험한 건 못보겠더라고요. 공포영화 보는 기분;;;
연아 선수는 스케이팅을 보니 여전히 훈련은 계속 하고 있는 거 같던데,
시즌에 복귀할 지는 잘 모르겠네요.

 

 

토요일의 라르크콘.
5년 전 내한 때도 못보고, 올해도 그냥 보내나 했는데 쿠팡에 S석 반값할인이 떠서 급질렀어요.
표가 안팔려서 이번이 마지막 내한일 거 같다는 말도 돌고,
오라버니들도 저도 더 나이들기 전에 직접 보긴 해야지 싶어서.
10년 이상 안들어서 요즘 노래는 하나도 모르지만 어차피 젤 꼭대기에서 구경할 거니까 편한 마음으로. ㅎㅎ
햇빛은 내리쬐고 바람은 휘몰아치는 공연장에 도착했더니 일본인들이 바글바글.
환율에 오봉휴가 기간이니 올 만도 하다 싶었지만, 어쨌든 바다 건너 따라올 팬들이 있다니 보기좋았어요.
3시간 전에 티켓박스에서 선착순으로 티켓 준다길래 갔는데
악명높은 쿠팡티켓답게 30분이 지나도 관계자가 나타나지 않더라고요.
분노한 고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할 때쯤 나타난 쿠팡직원 왈.
<명단이 늦게 도착했다>
웃기지도 않는 게 500장 쿠팡 표 중에 팔린 게 150여장 정도였거든요.
그 인원 처리도 제대로 못하다니 역시나 무능무능.
허겁지겁 좀 떨어진 천막에서 발권하는 걸 봤는데, 아무래도 사고 나겠구나 싶더라고요.
티켓인쇄용 종이들이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어. ㅋㅋㅋ
역시나 잠시후 기계고장으로 티켓인쇄 지연.
분노한 고객들은 결국 줄선 순서대로 이름을 적고 공연시간 전에 티켓을 받기로 했습니다.
내내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공연관계자가 총대매고 이름 적으면서
자기가 책임지고 순서대로 자리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도 믿지 않았고, 나중에 공연장에 앉아보니 역시나 기억 속의 줄선 순서와 자리는 많이 다르더군요.
3층 제일 사이드 구역 전체가 쿠팡 구역이었는데 제일 뒷줄부터 5-6줄을 채우는 사악함.
텅텅 빈 앞자리를 목격한 경호원이 공연 시작하면 눈치껏 앞자리로 이동하라고 해서
결국엔 다들 자기 자리 아닌 데서 보긴 했는데,
전 3층의 굴러떨어질 것 같은 어마어마한 단차에 기겁해서 그냥 제자리에서 봤어요.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올 자신이 없더라고요;


스탠딩 좌석은 한쪽은 거의 다 찼는데, 한쪽은 딱 절반 밖에 차지 않아서 보기가 좀 그랬어요.
저렇게 빈 공간을 밴드가 올라와서 보면 참 속상하겠다 싶으면서,
라르크 공연의 5% 정도 표가 팔린 다음날 모리세이 공연이 몹시 걱정스럽더라고요. 흑.
나중에 공연 중에 보니 그 빈 공간에서 로리타 아가씨들이 방방 뛰면서 춤추는데 귀여웠습니다.
하긴 파스텔색 로리복 아가씨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여기 말고 어디겠어요.
10년 만에 본 오라버니들은 짙은 화장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드신 게 확연히 보여서 세월을 실감했습니다. 구수해지셨어요.
그나마 제일 예전 얼굴을 유지하고 있던 하이도를 보면서 왜 이 사람을 좋아했던가가 새삼 다가왔어요.
큰 화면에 80% 이상 시간 동안 클로즈업이 잡히는 프론트맨인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거.
blurry eyes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오라버니 무대동작은 여전히 꿀렁꿀렁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밖에 없는 거 같았지만. ㅋㅋㅋ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그걸 최대한 이용할 줄 아는 게 전 좋아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는 눈이 정말 여전히 아름다웠어요. 같이 보러간 분이 마녀같다 라고 하셨죠.
이 분 아드님이 아마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는 넘었을 거라는 게 생각나면서
입술 내밀면서 쪽쪽거리는 표정이 애기들한테 우쭈쭈 하는 표정으로 보이긴 했지만요. ㅎㅎ
아는 곡이 거의 없던 본공연을 보고듣다보니, 굉장히 좋아했던 초기곡들보단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앵콜이 더 소중했습니다. 어느 가수건 팬송이랑 네임송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앵콜 첫곡 아나타를 따라부르면서, 마지막곡 니지(무지개)에 방방 뛰면서 행복했어요.
아 내가 라르크 공연을 보고 있구나 실감했달까.
작별인사로 또올게 다시보자 라고 하셨지만, 그건 아마도 립서비스로 끝날 가능성이 높겠죠.
오라버니, 5년 뒤면 쉰이세요;;;
그때 진짜로 오시면 꼭 이번엔 좋은 자리에서 볼게요. T.T

 

 

마지막으로 제일 많은 금전적 소비가 있었던 일요일 모리세이공연...
티켓팅날 스탠딩 앞자리를 잡고도 내내 불안했었던 공연.
같이 예매한 친구랑 같이 티켓을 배송받고도 저번주까지도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공연.
인지도가 너무 없어서 소셜에 반값에 풀릴 일도, 풀려도 절대 살 사람이 없을 공연.
전날 라르크 공연에서 빈 스탠딩 구역을 보며 내일 내가 저런 상황에 있겠구나 생각하니 암담했어요.
그래도 공연장으로 가기 전 카네이션 바구니 만드느라 정신없는 화원에서 꽃을 고르며
모리세이 공연에 꽃을 들고 가는 건 예의니까 라고 생각했죠. ㅎㅎ
(단골꽃집에서 어딜 가길래 카네이션이 아닌 딴 꽃을 고르냐고 하셨죠;;;)
네, 굉장히 특이한 공연장 풍경이었어요.
정말정말 사람이 없었고(이 열댓 명의 한국인 중 성문영씨가 어딘가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나마 있는 사람 절반이 외국인이었고,
티켓 찾는 부스에 ㄱ~ㅎ이랑 A~Z이 같이 붙어있는 것도 처음 봤어요.
그리고 공연장 안에 물반입은 금지면서, 꽃을 들고 들어가는 건 상관없는 공연도 처음이었고요.
보통은 꽃이 금지니까 가방에 몰래 넣어가야지 했는데 다들 손에 꽃을 들고 있어서 신기했어요.
정말 너무나 편하게 펜스잡고 뒤를 봤는데 한 4-5줄 섰나 싶은 게 좀 걱정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전혀 신경 안쓰고 잘 놀았어요.
나중에 뒤에서 술취한 외국인들이 조금 소란을 일으킨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앞에서는 안보였으니까.
(지산이건 펜타건 술마시고 난동피우는 외국인들 진짜 싫어요!)
공연전에 하얀 글라디올러스 사오신 분이 꽃 한대씩 나누어주시면서 모리씨가 나오면 무대로 던져달라고 하셨는데
(수선화철이 지났으니 글라디올러스를 고르신 센스에 박수를!)
그 꽃들을 던지자마자 스탭들이 바로 치우는 걸 보면서 ??? 하기 시작하긴 했습니다.
모리씨는 이제 더이상 꽃을 좋아하지 않나 봐요. 공연 동안 손은 잡아 주었지만 꽃은 건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꽃을 손에 든 모든 사람들이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차갑게 외면하셔서 팔이 짧은 저는
그냥 야광동 대신 들고 있는 기분으로 흔들었습니다. ^^

첫곡 How Soon부터 마이크 줄을 휘두르기 시작한 모리씨는 공연 내내 주로 마이크줄 퍼포먼스를 펼치셨어요.
저는 눈앞에 모리씨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지만 사실 모리씨는 굉장히 비지니스스러우셨어요.
이건 일이니까 모드로 마이크를 휘두르셨고, 성호를 그으셨으며, 셔츠를 벗어서 관객석에 날리셨습니다.
멘트는 거의 없었고, 진짜 노래만 계속 쭈욱 쉬지 않아고 부르셨죠.
그나마 좀 좋아하는구나 싶으셨던 건 초반에 누군가 축의금 봉투(아마도 팬레터였겠죠?)를 건네는 걸 받으셨을 때랑
마지막에 무대로 전해진 배너를 허리에 두르셨을 때 정도.
행복하면서도 눈물은 나지 않았는데,
너무나 짧은 곡 <last night i dreamt that somebody loved me>을 따라부르면서는 저도 모르게 울었어요.
이번 공연 예상세트리스트를 들으면서 새삼 가사들이 사무쳤는데, 특히 그랬던 곡 중 하나가 이거였거든요.
모리씨 가사는 사람 마음을 후벼파는데가 있어요.

앵콜하러 나오시는데 어떤 분이 던지신 장미꽃다발에 모리씨가 맞으셨어요.
그때 표정이 진짜 안좋으셨어요. 감히 누가? 랄까.
전 앵콜 안하고 들어가실까봐 순간 쫄았고, 그 직전까지 무대에 던질까 말까 고민했던 제 꽃다발은 그냥 집에 가져가기로 결심했죠.
원래부터 안부르실 예정이었는지, 관객과 본인의 마음이 서로 충분히 닿지 않아서였는지 모르지만
<There'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을 못 들은 건 정말 너무너무 아쉬웠어요.
다들 불러달라고 계속 부탁했고, 앵콜 때 불러주시지 않으실까 마지막까지 기다렸는데...
당신이 내 옆에 같이 있다면 지금 이순간 죽어도 좋다고 같이 노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슬펐어요.
거기 있었던 관객들 대부분 같은 마음이었을 거에요.
아마 제가 그 곡을 들을 기회는 앞으로도 영영 없겠죠. 모리씨가 다시 올 일은 없을 테니까.
어쨌든 마지막 인사 때 팔이 짧은 저는 손이 닿을 길이 없었기에 그냥 공연 내도록처럼 제 꽃다발을 흔들었는데;
손가락 끝으로 낚아채 가시더니 바로 관중석으로 던지셨어요. T.T 우엥 그렇게 던지실 거면 차라리 가져가질 마시지.
제 거랑 옆에 한 분의 하얀 꽃다발 2개를 그렇게 관객석에 토스하시고 사라지셨죠.

(같이 간 친구가 앞에서 엄청 눈에 거슬렸나 보다 라고 놀렸어요. T.T)
밖으로 나오니 들어갈 때에 비해 어마어마한 외국인들이 바글바글하더라고요.
어쨌든 한국에서 모리씨를 보는 기적이 실제로 있었다는데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지산 때까지는 조용히 살려구요.
이제는 3일 연속으로 저녁나들이를 하면 그 담주 생활에 지장이 있는 나이가 되어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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