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쓸데없이 참 기네요.


 한 달 동안 개인적인 일 두 가지와 공적인 업무와 그로인해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동시에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듀나 게시판 체크는 필수) 개인적인 일은 시한이 정해져 있는 거라 막판에는 잠 잘 시간도 부족해서 

일주일 이상 멍한 채로 모든 생활에 지장이 있었습니다.


원래 성향이 맛있는 것 먹고 찾아가서 즐기고 영화, 연극, 공연 등의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한량에 가까운데

이렇게 일이 마구 겹치면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어릴 땐 멋모르고 최대한 미루며 도피하기도 하고 잠수타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회적 관계라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먹고사니즘은 거대한 이데올로기이니까 피할 수 없더군요.


모자라는 시간을 끌어 당겨쓰기 위해 결국은 카페인 섭취로 이어졌습니다.

원래 커피를 많이 좋아하지만 하루에 한 잔이라는 나만의 원칙이 있었는데 

요 일주일동안은 커피를 물대신 마시고 저한텐 소용없는 걸 알지만 핫식스, 레드불도 마시고 

최고의 각성제라는 몬스터 에너지드링크라는 것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이거 드셔보신 분 계시나요? 그 효과가 정말 궁금합니다) 

아무튼 현실인지, 꿈 인지, 비몽사몽 살다가 이제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일 중의 하나는 결국 실패했으며, 또 하나는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저 내부적으로는 실패라고 보고 있습니다 혹은 실망이라고 표현해도 되겠네요.

아무튼 이러다보니 후유증이 조금 있네요. 

카페인의 역습도 있고 무엇보다 허탈함, 허무함이 계속 생겨납니다. 일에 집중도 안 되고요.


그래서 도서관에 갔습니다. 전부터 보고 싶던, 좋다고 들어왔던 <16인의 반란자>라는 책을 빌렸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16인의 작가를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은 책인데 이 책을 보면서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고 할까요.

인터뷰 내용도 좋지만 사진, 사진이 정말 좋았습니다. 작가들 사진에 꼭 들어가는 것이 있더군요. 

바로 손만 클로즈업한 사진입니다. 

이상하게 그 손 사진들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안정 돼가는 걸 느꼈습니다.

또 잘 모르는 작가였지만 남아프리카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을 쓴

 ‘나딘 고디머’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녀의 아우라라고 할까, 그녀의 숭고함, 장엄함 등이 확 느껴지더군요. 

가슴이 뜨끈뜨끈해지는 걸 오랜만에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허탈함을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일종의 감정의 사치라는 걸 말이죠. 

아무튼 조금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쓸데없이 긴 글을 쓰고, 쓸 수 있는 절 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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