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 의서 동의보감의 진면목

2013.06.20 11:21

석가헌 조회 수:2056

동의보감은 전에 한번 읽어 보았는데 요즘 게시판에서 한의학이 사기니 환타지니 하는 말이 오가는 김에 다시 들춰보게 되었습니다.

동의보감은 일종의 백과사전입니다. 

동의보감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서문에 잘 나와 있습니다.

서문의 일부를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

한문은 번거로워 병기하기 않겠습니다. 

.......

 

선종대왕께옵서 리신의 법으로써 제중하는 인을 베푸시사 의학에 유심하시고

민막을 진념하시어 일찌기 병신년간에 태의 신 허준을 불러 하교하여 가라사대

'이즈막 보건대 중국의 방서가 모두 초집 용쇄로 족하지 못한 형편이니 제방을 모아서 한 책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

또 사람의 질병이란 조섭을 잘하지 않는 데서 생기므로 수양이 먼저이고 약석은 다음가는 것이니

제방의 넓고 번거로운 데서 힘써 그 요점을 딸 것이며,

궁촌 벽항에는 의약이 없어서 요절하는 자 많은 우리 나라에는 향약이 많이 나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니

옳게 분류하고 향명을 병서하여 민중으로 하여금 알기 쉽게 하라.'하시니

허준이 물러나와 유의 태의 모모모 등과 더불어 편국을 설치하였으나 찬집이 요점만 겨우 이루어졌는데

정유의 위란을 만나 제의 성산하니 일은 드디어 쉬게 되었다.

그 뒤에 선왕께옵서 또 다시 허준에게 하교하사 혼자 찬성케 하시고

곧 내장에서 방서 오백권을 내주어 고거에 자하게 하였다.

선왕께옵서 승하시옵고 성상(광해) 즉위 하신지 삼년 경술에 이르러 허준 비로서 일을 마치어 책을 진헌하매

제목하여 가라사대 동의보감이라 하시니

이책의 한질은 이십오권이었다.

 

이하 생략.

 

서문에서 잘 나타나 있듯이

동의보감이 한의학의 대표도 아니고, 당대 의학을 업그레이드 시킨 학문적 업적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동의보감에 대한 환타지라면 동의보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자체가 환타지라고 해야겠지요.

 

 

 

전 동의보감이 민간에 보급되면서 우리나라 한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증상에 어떤 처방이라는 공식이 대중적으로 자리잡게 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사라지게 됩니다.

잘못된 지식이 무비판적으로 검증도 받지 않은채로 동의보감의 권위에 기대어 민간에 유통됩니다.

폐단이죠.

이는 한의학 전문가라는 집단에게도 크나큰 폐단입니다.

 

 

덧붙여서

모님께서 판타지라고 지목하신 대목을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동의보감 완역본인데 본문이 1300여페이지 분량이고

투명인간이 되는 법이라고 비웃으신 대목은 잡병편의 제법조에 나옵니다.

 

옮겨보면

 

[형체를 숨기는 법]

백견담에 통초와 계심을 화하여 작말해서 밀환복하면 형체를 숨길수 있고 청견이 더욱 좋다.(본초)

 

이 문장의 출전이 본초강목이군요.

그대로 따온 것이지요.

본초강목을 읽어 본 사람이나 동의보감을 본 사람, 또는 허준은 이걸 옮기면서 한번 시도는 해 보았을까요?

음....이 비법을 처음 창안한 사람은 투명인간이 되었을까요?

 

옮겨적기의 문제는 그런 것이지요.

이건 그냥 옮겨적기의 문제입니다. 일종의 반복이지요. 의미를 부여하는게 더 이상합니다.

나머지 1299페이지의 내용은 다 말아먹고 왜 이부분만 물고 늘어질까요?

 

이 바로 앞부분에 이런 글도 있습니다.

 

[자석의 지남]

 

자석으로 침봉을 갈면 능히 지남을 하니

그 법이 새 솜속의 외올을 취하여 랍으로써 개자의 반알만한 것을 침 허리에 연철하여 바람없는 곳에 달아 놓으면 침이 항상 남쪽을 가리키고

또한 지남을 하는데

항상 병방으로 편향하고 정남을 향하지 않으니 이것은 병이 목화가 되고 경신의 금이 그 제어를 받으므로 그러한 것이니

물리의 서로 느끼는 법이 이와 같은 것이다.(본초)

 

 

.............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저 서문에 나타난 임금님의 말씀이야말로 판타지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지도 않고 무작정 판타지라고 우기시면 곤란해요.

맥락이란게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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