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단은 어제, 미혼인 친구 하나와 일찍 결혼한 학부형 친구, 그리고 그 중간즈음에 결혼한 저.

   이렇게 셋이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저희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한 통에서 시작되었지요.

   미혼인 친구 B를 아는 남편은 본인의 지인을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몹시 애를 태웠어요.

   그러며 저에게 결혼의 좋은 점을 설파하라고 하더군요.

 

   다른 친구 Y와 저는 결혼의 좋은 점에 대해서 가장 가까운 친구와 늘 함께일 수 있는 것... 이라는 점을 꼽았어요.

  

  집으로 돌아와 한참 뒤에 B 의 카톡..

  남편들에게도 물어보라더군요. 저희와 같은 대답이 나올는지.

 

  남편들의 대답은, 편안함, 안정, 부부관계 등을 들더군요.

 

 그런데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더 떠오르더라구요.

먼저 귀가한 남편이 첫째랑 놀아주다가 저한테 전화해서는

'우리 아들 너무 예쁜 것 같애..'

'응 맞아맞아.."

이러다가 ... 아, 이렇게 콩깍지가 같이 씌여서는 팔불출 소리 들을 염려도 없이

맞장구쳐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저는 좋더라구요.

전 수줍음이 많아서 다른 사람한테는 나의 아이들 이야기는 잘 하지 않거든요. ㅋ

먼저 청하기 전에는 아이 사진도 잘 보여주지도 않고..

 

 

2. 최근에 읽었던 글들 중에 기대치 않았는데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우정에 관한 글이었어요.

  하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중에  '포물선' 이라는 짧은 글,

  또 하나는 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중에 '혼자에겐 기억, 둘에겐 추억' 이라는 글.

  대단한 우정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뻘짓이어도 같이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서로 공유하는 추억이 되는 것에 관한 담담한 글들이었는데 마음에 여운이 남더라구요.

 

 그냥 만나서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도 그것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재미일 따름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어린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 그냥 이렇게 힘들기도 하고

마냥 재밌지도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30대가 되어서 그런가봐요.

그래서 어제의 쓸모없어 보이는 수다로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집으로 돌아오니 힘이 나더라구요.

 

3. 아.. 하나 더.

김연수 산문집에 삼청동 이야기가 나와요.

전 어린 시절을 그 동네에서 보냈고, 늘 그 동네에 관한 향수가 있어요.

평창동, 구기동, 부암동, 효자동, 궁정동, 청운동, 통인동, 삼청동 그리고 가회동까지...

많이도 걸어다녔고 추억도 서려있는 동네에요. 첫사랑이 시작된 곳이고

이별한 곳도 그 동네고 친구들과 쏘다니던 동네도 거기죠.

동네 서점이 교보문고였고, 우뢰매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보는 게 당연한 곳이었어요.

아직도 나중에는 가회동에 살고 싶은 데...살 수 있으려나요.^^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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