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가산점제 부활시킬까, 아님 여자도 군대 갈래? 이런 고양이똥이냐 개똥이냐 같은 괴악한 선택지에서라면 여자도 군대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제 기준으로는 최선은 모병제로의 전환이고, 차선은 남자만 징병 하더라도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급을 지급하는 것,
차악은 여자도 징집하는 것, 최악은 남자들만 징집하면서 군가산점제 같은 걸 보상이랍시고 들고나오는 현상황인 거죠.
병역은 거의 모든 남성이 부담하고 그 혜택은 전국민이 누리는 상황에서 그 의무에 대한 보상은 일부만 받고, 그에 따른 부담은 또 일부만 진다는 건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건들이지 않겠다는 그냥 안일해빠진 최악의 방편으로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 걸 보상이랍시고 들고 나오는 것자체가 군필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공무원 시험 몇%나 친다고요.

군대 안가봐서 모르지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곳이기에 제 연봉의 두배를 준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꼭 필요하지만 진짜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돼야 하고,
그 개선방안은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든가 그게 싫으면 고통을 분담하는 쪽으로라도 논의가 돼야 한다고 보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어차피 결국엔 돈은 제일 덜 쓰고 국민의 저항이 제일 적은 길을 골라 갈테니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방법을 택하겠지요.

기왕 떡밥을 문 김에 관련 떡밥 하나 더 물고 가자면, 출산이랑 군대를 엮어서 논쟁에 끌고 들어오는 행위는 군가산점 부활보다 더 나쁘다고 봐요.
여자만 애 낳는 건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이고, 남자만 군대 가는 건 사회적 제도에서 나온 문제인데 그걸 왜 같이 봅니까.
그리고 애 낳는 게 군대 가는 것만큼 끔찍하다면 '낳지 않는다'라는 훌륭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민의 의무에 출산은 포함되지 않잖아요.
어디까지나 본인이 원하고 선택해서 애를 낳는 현실을 군대에 가지 않으면 감옥 가는 현실이랑 엮는 건 논의에 아무 도움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야 뭐 여자까지 징집을 해도 군대 갈 나이는 지났고, 이미 취직했으니 가산점을 도입해도 피해 볼 일도 없는 입장이지만
게시판에 여성징집을 찬성하는 쪽으로 댓글을 몇개 달고 나니 뭔가 좀더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 몇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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