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판 왕자와 거지...일뻔한

2010.10.17 20:15

빠삐용 조회 수:1940

저녁 먹기 전에 산책 좀 하러 나갔는데,

아파트 단지 내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된 트럭을 대학생쯤 되어뵈는 남녀와, 

열살 남짓해 보이는 남자애가 둘러싸고 차 아래를 들여다보고 있더군요.


...그리고 냐옹냐옹냐옹 소리가...


남자애가 새끼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놓쳤는데, 안 나온대요.

그걸 지나가던 학생들이 돕고 있었던 거고.


같이 들여다보는데, 고양이란 게 워낙 3차원적으로 도망치는 생물이 되어놔서,

트럭 엔진 위로 숨어들고 하면 잡아낼 방법이 없는 겁니다.;


...어 그런데 옆 차에서 냐옹냐옹 소리가 난다?;


"얘, 저기로 간 거 아니니?"


"아니래요, 저건 딴 고양이래요."


...헐...


먹이를 가져다 뿌려보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둘러싸고 끌어내려 하는 마당이니 먹이에 달려들지도 않더군요.

생각해보니 집에 있던 걸 놓친 거면 굶주렸을 턱도 없겠고...


차 밑으로 기어들어간 고양이 주인 아이가 어찌어찌 뒷다리를 잡았는데,

각도상 위로 끌려올라가는 식이 되는데다 뒤에서 다리를 잡히니 고양이는 안 끌려가려 발버둥치고.


할수없이 제가 앞에서 목을 감싸쥐고 끌어냈습니다.;

조금 버둥거리긴 했지만 아직 발톱이래야 가시 수준이라.


그래서 아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지고,

남은 우리도 각자의 길을 가려 하는데 옆 차 밑에서는 아직도 냐옹냐옹! 소리가.


같이 들여다보던 여학생 말로는 그쪽도 새끼라고 하더군요.

혹시 뒤바뀌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지만 아이가 제 꺼라고 데려갔으니 맞겠...죠.;


남은 먹이는 그 녀석 먹으라고 뿌려주고 들어왔는데, 아직도 밖에서 냐옹냐옹 소리가 납니다. 

같은 녀석인지야 모르겠지만.


사람 팔자도, 고양이 팔자도 참 천차만별이구나 싶어 마음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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