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어제 종방 직후엔 꽤 실망스러웠던 것이 다시 보니 그럭저럭... 정도로 완화가 되더군요.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_-;; 어쨌거나 정말 두서 없는 잡담입니다. 정리야 되든 말든 그냥 막 적습니다.


- 박하선

 1)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겠죠. 전 하이킥 전의 이 분은 전혀 모릅니다. 연예 가십 기사에서 안 좋은 이야기로 오르내리다가 본인이 '아니라구요!'라고 해명했던 건 아는데(...) 정작 작품을 본 게 없어서. 보아하니 사극에서 별로 재미 없는 캐릭터를 단골로 맡아왔던 것 같은데, 이 작품으로 완전히 이미지도 바꾸면서 인기도 얻고 연기 면에서 좋은 평가도 얻었죠. 특유의 표정 연기로 그저 그런 장면들도 재밌게 살려내는 재주를 보였고 계속해서 울궈먹던 고양이 흉내 개인기는 신기하게 봐도 봐도 안 질렸습니다.

 2) 뭐 덕택에 비중이 너무 커지면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붕괴되는 데 일조한 감이 있긴 하지만 그게 이 분 잘못은 아니구요.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짧은 다리'로 느껴지지 않는 하선-지석 커플의 러브 스토리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해 버린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재밌긴 했지만요.


- 김지원

 1) 이 캐릭터가 욕을 먹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짧게 짧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제외하고 이 캐릭터가 깊게 관계를 맺는 캐릭터는 종석과 계상 뿐이었죠. 근데 일단 그 양쪽이 다 러브라인-_-이었다는 부분에서 이미 반쯤 망했고. 그나마 종석군의 짝사랑 얘긴 대체로 귀엽고 가벼운 구석이라도 있었는데 계상과 지원의 스토리는 처음부터 늘 무거웠습니다. 가끔 가벼운 에피소드로 양념을 쳐 주긴 했지만 그래도 무거운 편이었고 막판에 가선 그냥 신파였죠. 게다가 계상-지원 이야기가 본격화될 때 즈음부턴 종석군도 진지 모드로 돌입. 결국 '김지원만 나오면 재미 없어진다'라는 인상이 강해지면서 김지원 캐릭터는 하이킥 팬들 사이에선 공공의 적으로...;

 2) 전 김지원 캐릭터의 어디가 그리도 '짧은 다리' 스러운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픔을 겪었고 그 때의 트라우마로 기면증도 겪고 눈도 무서워하고 그런 거 다 알겠는데, 어쨌거나 빼어난 미모에 탁월한 학업 성적에 성격도 좋고 전도 유망. 게다가 그 집도 김지원 것 아니었나요(...)

 3) 그래도 뭐 본인이 하고픈 일을 찾지 못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의 우울함은 이해할 수 있죠. 다 뿌리치고 본인 하고픈 일을 찾아가겠다는 결말도 괜찮습니다. 근데 그걸 윤계상과의 러브 라인과 엮어 버린 게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봐요. 사실 그렇게 엮는 게 오히려 개연성은 있습니다. [벗어나고 싶고 -> 마침 사랑하는 사람이 신기하고 뭔가 흥분되는-_-일을 하러 떠난다고 하니 거기에 얹혀 가고 싶어지고 -> 그래서 떼를 쓰다가 안 되니까 포기하고 가라 앉았다가 -> 결국 그와 별개로 본인이 하고픈 일을 찾아 떠난다] 라는 전개로 이해한다면 현실적이면서 캐릭터의 성장과도 연결되고 좋아 보이긴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게 다 재미가 없었다는 게 문제였고 그 과정에서 김지원 캐릭터가 떼 쓰는 어린애처럼 그려졌다는 게 또 문제였죠. 다른 사람들의 처지에 비해 배부른 고민으로 보일 수 있는 성격의 고민이었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겠구요.

 4) 전 처음엔 이 캐릭터가 참 맘에 들었어요. 그래서 아쉽습니다. 초반을 돌이켜보면 김지원은 성희롱 장난치는 남자애들에게 하이킥을 날리고 자기 핸드폰을 지키기 위해 1인 시위도 하는 꽤 적극 발랄한 캐릭터였거든요. 인도인 행세 에피소드처럼 엉뚱하게 웃기는 연기도 잘 어울렸구요. 게다가 아주 가끔 크리스탈과 엮일 때의 느낌도 괜찮았습니다. 이 캐릭터에게 좀 더 많은 개그를 넣어주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을 초반부터 꼼꼼하게 심어 주었다면 캐릭터도 살고 작품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허구헌날 처연한 표정으로 아픔 강조하고 우울한 과거 회상씬만 넣어주지 말고 말이죠.

 5) 그리고 윤계상 말고 다른 캐릭터들과 엮이면서 성장하는 내용이 있었음 더 좋았을 것 같구요. 딱 한 번 안내상과 엮여서 괴상한 삶의 교훈들을 전수받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때 느낌이 참 좋았었거든요.


- 백진희

 1) 그간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수도 없이 반복했던 얘기지만 뭐 이제 마지막이니까. 여러모로 백진희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초반에 주인공들의 우울한 처지를 강조하느라 내용이 축 쳐져 있을 때 그 중 가장 우울하면서도 꾸준히 개그를 터뜨려주던 캐릭터였잖아요. 정말 초반엔 '백진희 때문에 본다'라든가 '이번 하이킥의 최대 수혜자가 될 듯'이라는 얘기도 많았건만.

 2) 이 캐릭터가 망한 이유는 뭐 생각할 필요도 없이 러브 라인 때문이었죠. 백진희가 윤계상 때문에 망상하고 우울한 표정 짓는 장면들 분량의 절반만 떼어서 먹고사니즘 & 취업 준비 에피소드 쪽으로 바꾸었어도 이야기 막판에 백진희 팬덤이 그토록 강렬한 단체 멘탈 붕괴를 경험하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작품도 훨씬 살아났을 거구요.

 3) 역시 뭐 전체적인 흐름만 놓고 보면 그리 나빠 보이진 않습니다. [취업 망하고 -> 일단 입에 풀칠하며 힘들게 살다가 -> 잘 생긴 부자 청년에게 반해서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 꿈꾸다가 -> 정신 차리고 노력해서 본인 취업도 하고 -> 다른 부자(...) 잡아서 해피엔딩] 과 같은 전개니까 참 교훈적이고 괜찮아 보이죠. 하지만 문제는 '신분 상승의 꿈' 파트가 너무 지리하게 오래 끌었고 그에 비해 후반부의 갱생(?) 파트가 한 두 에피소드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서 설득력이 떨어져 버렸다는 겁니다. 애초에 정신 차리게 된 계기도 그냥 깔끔하게 차여서잖아요. -_-;;

 4) 차라리 윤계상에 대한 백진희의 감정에서 '신분 상승 욕망' 부분을 더 강조해 주고 (초반엔 그런 언급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계상에게 접근하는 내용 같은 걸 개그 코드로 처리해주는 식으로 갔다면 씁쓸하나마 보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고 생각해 볼 거리도 던져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5) 그리고 마지막에 이적과 맺어지는 건 정말 아니죠. 기껏 정신 차리고 원하는 일자리 찾았는데 바로 부자 아저씨를 연결시켜 버리니 그나마 성장했다 싶은 부분이 망가져 버리잖아요. 가뜩이나 망한 캐릭터를 능욕하는 부관참시급의 마무리였다고 봅니다. '옛다 이거라도 먹어라'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랬는지.


- 윤계상

 1)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내적인 부분을 거의 안 드러내는 캐릭터이기도 했고. 막판에 김지원과의 관계를 통해 뭔가 보여주려는 듯 하긴 했지만 역시 김지원의 연애 감정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뭔가를 설명해주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막판 감정 폭발-_-씬들의 설득력이 떨어져서 지루함과 난감함을 배가시켰죠. 특히 땅굴에서의 눈물씬은 참 어쩌자는 건지 당혹스러웠습니다;

 2) 그래도 박하선과 엮여서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하는 장면들은 늘 재밌었고 극의 초반엔 가장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균형을 잡아줬던 괜찮은 캐릭터였어요. 마무리가 문제였지.


- 김종석

 1) 시크릿 가든의 '썬' 캐릭터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다들 인정하실 겁니다. 연기 정말 많이 늘었어요. -_-b 게다가 제겐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초반에 성질만 부린다고 욕도 먹었지만 잘 나가는 운동 선수로 그것만 믿고 살다가 갑자기 수능이네 대입이네 하는 입시 현장에 떨어져서 전교 꼴찌가 되고 후배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처지가 된 상황을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구요. 원래 캐릭터의 단순한 성격을 생각하면 좋아하는 여학생 때문에 순식간에 POWER UP되고 개념 챙기려 노력하는 모습도 전혀 어색하지 않죠. 그러면서 나름대로 남을 배려하는 법도 배워가고 짝사랑이 좌절된 후엔 (잠시 진상 부리긴 하지만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죠) 정신 차리고 본인 살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그래서 전 이 분 분량은 거의 좋았습니다.

 2) 가끔 이 캐릭터가 땡깡(?)을 부릴 때 맘에 안 들어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현실 세계의 그 또래 남자애들이라면 그 정돈 애교일 걸요. 전 보면서 기본 설정에 비하면 한참 착하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


- 서지석, 크리스탈, 강승윤

 1) 모두 다 박하선 만큼은 아니어도 이 시리즈에 출연한 덕을 꽤 보게 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서지석은 발연기라는 오명을 벗을만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고 크리스탈과 강승윤도 기대보다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죠. 원래 운동 선수였던 경력을 감안한 캐스팅이었던 것 같고 그 덕을 본 것 같긴 하지만 암튼 여기서 서지석의 연기는 꽤 그럴싸했죠. 이제 실장님 좀 그만하고 이것과 비슷한 캐릭터를 몇 번 더 했음 좋겠어요. 크리스탈은 일단 성질 더러운 연기로는 이미 수준급(...)이라는 느낌이었고. 그 덕인지 가끔씩 보여주는 다른 모습들도 다 괜찮아 보였습니다. 강승윤은 가수 데뷔를 좀 더 미루고 연기 몇 편 더 해도 좋겠단 생각을; 슈퍼스타K땐 왜 인기 많은지 이해를 못 했는데 여기선 참 귀엽더라구요.

 2) 그리고 뭣보다도 크리스탈, 강승윤 콤비는 막판 진지 우울 모드로 치닫던 와중에 참으로 빛과 소금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ㅠㅜ;

 3) 위에도 적었지만 크리스탈은 김지원과 엮이는 장면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대조되면서도 어딘가 통하는 느낌이 있는 듯 한 것이 재밌었는데 참.


- 결말에 대하여

 1) 김병욱PD의 의도야 제가 자세히 알 길이 없지만 초, 중반까지 제 느낌에 이번 하이킥은 80~90년대 이후로 실종된 '명랑 가족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힘들고 괴롭지만 꿋꿋하고 건전하게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 얘기 말이죠. 등장 인물들이 어느 정도 사태를 수습하고 자리를 잡은 중반 쯤에서 더 많이 그랬구요. 그래서 결말은 결국 해피 엔딩일 거라고 생각했고 결국 예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놓고 성공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도 현명했다고 생각했구요. 그랬다면 참 많이 오그라들었겠죠.

 2) 근데 게시판 분들 말씀대로 그 전에 이미 망가져 있었던 것들 때문에 극복이 안 되었던 것 같아요. 후반에 뭔가 납득이 안 가는 전개들이 많았는데 그게 제대로 풀리지 않고 갑자기 그냥 엔딩. 혹은 떡밥을 위한 무리한 위기(하선-지석의 이별 같은)를 넣었다가 그냥 또 엔딩. 이런 식이다 보니 허탈하단 느낌이 들었던 거죠.

 3) 그리고 각 캐릭터별 '엔딩'이라고 할만한 내용들이 거의 이전에 나와 있었다는 것도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하선, 지석은 이미 단단한 커플이 되어 있었고 계상은 르완다로 떠났으며 내상은 이미 하안참 전에 건실한(?) 회사 사장이 되어 있었으며 종석도 정신 차린지 오래. 진희도 몇 회 전에 취업했고 한 회 전엔 이적이랑 엮이는 것까지 끝났으니까요. 심지어 지선도 한참 전에 쥴쌤과 엮여서 해피해피. 이렇게 된 후였던지라 엔딩에서 더 할만한 얘기가 애초에 별로 없었어요. 허탈할 수밖에.


- 웹서핑 중에 발견한 어떤 평을 보니 '김병욱이 열받아서 결말을 그랬(?)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막판에 자꾸만 차에 치일 것 같거나 사고날 것 같은 장면을 집어 넣고 마지막 회에선 이상하게 조명도 어둡고 결정적으로 지난 하이킥 사고씬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흘러 나오고...;;


- 어쨌든. 마지막으로.

 1) 어쨌거나 저쨌거나 반년 동안 재밌게 봤습니다. 가끔은 뭉클하기도 했고, 설레는 순간들도 있었구요. 피곤한 맘을 위로받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

 2) 게다가 생각해보면, 반년 동안 123회잖아요. '프렌즈' 같은 전설의 레전드 시트콤의 총 편수와 방영 기간을 생각해 보면 이건 거의 농담에 가까운 막노동이죠. 그 와중에 망했다는 소리를 듣는 작품의 퀄리티가 이 정도라는 건 김병욱이나 작가들이 거의 초인적인 존재라는 걸 반증한다고 홀로 주장해 봅니다. ^^;


+  마지막 하일라이트 영상이 너무 맘에 들어서 어제 에피소드를 다운 받아(아. 물론 합법입니다;) 그 부분만 반복 재생하다가 이 글에 올리고 싶어서 애타게 찾아 보았으나... 직접 올리는 게 가능한 영상을 못 찾아서 주소만 올립니다. 


http://vimeo.com/39421019


 이게 너무 맘에 들어서 가족분에게 '이거 만드느라 마지막회에 신경을 못 썼나봐'라는 농담을...;

 어쨌거나



 바이바이. 

 그 동안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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