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홍콩 삽니다.  4월 중순인가부터 18층(저는 20층 삽니다)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더군요.  하루 이틀 정도 정말이지 집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드릴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그 후론 1달여 조용하더라구요.  처음에 그 소음을 듣던 날, 잠시 화장실 물이 끊겨 관리실에 전화를 하니 공사하느라 잠시 물을 끊었다며 공지를 했답니다. 그래서 공사 언제까지 하느냐고 하니 6월 말까지 한다네요. 그 말에 헉 하긴 했는데, 그 이후론 조용해서 잊고 지냈죠.

 

  근데 이번 주부터 드릴 소리 다시 요란하더니 지난 화요일엔 밤에 화장실 2개 모두 물이 안 나옵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관리실에 전화를 하니 공사 하다 뭘 건드려 13층부터 25층까지는 밤새 화장실 물이 안 나올 거라나요? 그러면서 내일 오후까진 물이 다시 나올 테니 참으래요. 기가 막혀서 밤에는 어쩌라고 했더니 클럽 하우스를 가랍니다. 거기도 11시엔 문 닫는다 하니 안다면서 친절하게도 바가지로 물을 떠서 붓거나 하랍니다. 그리고선 덧붙이는 말이 엘리베이터 앞에 공지를 했답니다! 공지만 하면 답니까? 이런 식이면 살인해도 미리 공지만 했으면 문제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그런데, 항의한 사람은 저 혼자뿐인 듯 하더라구요. 다른 집에 전화해 물어보니 "응, 우리는 변기 뚜껑 열고 샤워기로 물 넣어 써요. 할 수 없지, 뭐." 하네요. 저만 성질이 고약한 건지, 다들 천사인 건지... 그러고 있는데 조금 있다 벨이 울려 나가 보니 저랑 통화한 그 분이 손수 그 '공지'를 들고 오셔서는 인사를 90도로 하며 미안하다고는 해요. 이 이야길 친구한테 하니 홍콩 사람들 진짜 여간해선 미안하다 소리 안 하는데, 그래도 너는 미안하다는 말은 듣고 산다네요. 감지덕지 해야 하는 건지...

  다행히 화장실 물은 어제 다시 나왔어요. 하지만 소음은 여전하네요. 얼마나 심하냐면 제가 소리 내서 책을 읽어도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끊이지 않고 드릴 소리가 계속 들리니 신경이 너무 곤두서요. 평온할 틈이 없어요. 거의 9시 30분부터 6시까지 이러는데 남편은 그 때 집에 없으니 이해도 못하구요. 영어 과외를 집에서 받고 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어제는 할 수 없이 클럽 하우스 방을 예약해서 거기서 해야 했어요. 가다 보니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집들이 전부 '피난'을 가고 계시더라구요. 친정 엄마는 직접 가서 항의해 보라는데, 여기서는 개인 대 개인 항의를 하지 않는다네요. 전부 관리실을 통하거나 아님 경찰에 신고를 한대요. 광둥어 못하지, 영어 안 되지, 중국어는 더 안 되는데 신고도 못 하겠고, 해 봤자 이미 '공지'하셨다는데 별 수도 없을 것 같구요.

 

 이제는 도대체 집주인은 집을 얼마나 대단한 궁궐로 만들려고 이렇게 대규모 공사를 하나 싶어요.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려고 리모델링 해서 임대한다 소릴 듣긴 했지만, 이 아파트, 지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제가 사는 라인은 그리 좁지도 않은데 뭘 그리 뜯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첫날 보니까 베란다 바닥까지 드릴로 뒤집고 있더라구요.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층간 소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그냥 '쯧쯧'하면서 들었는데, 지금은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1달만 살면 살인이라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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