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2 15:48
1. 부러진 화살을 봤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어요.
쓰잘데기 없는 부분들이 몇몇 군데 있긴 하지만 그냥 그 나이대 감독들이 생각하는 잔재미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사실 2007년에 사건화 됐을 땐 기사를 유심히 보지 않아서 그냥 왠미친놈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영화 보면서 정말 매우 죄송했고요...미친놈은 따로 있었네요 네..
보면서 제 머릿속에, 제가 아는 모든 비속어는 다 떠오른 것 같아요. 입 밖으로 못 냈을 뿐이지.;;
아 몇몇 분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시더라구요;; 덕분에 속이 다 씨원...
영화 보면서 내내 이번 설에 꼭 우리 부모님 모시고 이거 한 번 더 보러 와야겠다 싶었어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정말 법원과 판사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는 말도 안되는 명제가 굉장히 공고화되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깨지는 못 해도, 작은 금은 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드라구요.
그만큼 영화 속 판사들이고 재판 진행이고 교도소 내부고 아주 면면이 개판이에요. 이게 대부분 논픽션이라는 게 정말 역겨울 정도입니다.
이번호 시사인 문화IN에서 정지영 감독을 인터뷰했더군요. 거기서 가만 있으면 쪽팔리잖아, 라고 하시는데 그 쪽팔리잖아, 의 울림이 컸어요 제겐..
비록 화살촉은 박홍우를 빗나갔지만, 사법부의 심장이고 핵심(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인 양심의 영역은 관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거기서 흐르는 더러운 피를 주워담는 게 과연 사법부만의 몫인지,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 싶었습니다.
암튼 이 이야기는 그냥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그 영향이 4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미치고 있으니깐요.
박홍우는 그 뒤 '똥같은 사건' 전담판사가 되어서 문국현에게 유죄를 때렸고, 정봉주에게도 유죄를 때립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는 박'봉주'판사네요. 돋아라;;)
박훈 변호사는 올해 총선을 위해 창원에서 무소속 후보 등록을 마쳤구요. 하긴 영화에서의 성격이면 출마를 염두에 두고도 남을 사람이지요 ㅎㅎ
피해자인 김 교수도 2007년 당시 자신의 이야기를 출판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대법원님하께서도 석궁 판결과 관련한 대응 메뉴얼을 배포했네요.ㅎㅎㅎ 더럽게 발도 빨라요.
여기까진 수면 위로 올라온 이야기고, 또 어떤 꿈틀거림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을지 모르는 거겠죠.
영화화가 되었으니 그 파동은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진 않을거에요.
그러니 부러진 화살, 더더더더더더 흥하길 바랍니다!
ps/
설마 [그때 그 사람들]처럼 명예훼손을 우려한 가처분 이딴 짓? 안 하겠죠.
법원이 하는 건 검열이 아니라고 하니, 약간 불안; 게다가 대상이 법원이라 더더욱..
2. 아빠가 아침에 MB의 신년문자를 받으셨다며 싫어하셨=_=습니다.
근데 발신인에 핸드폰 번호가 찍혀있어요. 진짜 MB 전화....일리는 없겠죠? 설마? 아 네이트톡에 뿌리고 싶은 이 마음 ㅋㅋ
저랑 엄마랑 옆에서 막 걸어보라고 성화중이에요. 걸어서 "나 000소속 000인데 당신 누구야?" 한 7번만 해보라고.
암튼 MMS로 와서 비쌀텐데 이것도 제 세금으로 내야 하나요 젠장!
3. 남자친구가 새해 선물로 몰스킨과 핫핑크색 필통을 선물해주었어요. 뜨앗♡
제 첫번째 몰스킨입니다. 너무 좋아서 자꾸 꺼내서 자꾸 만져보고, 펼쳐보고 있어요.
손에 딱 잡히는 반듯한 그립감, 하드커버, 연필의 사각거림이 느껴지는 종이까지 하나하나 다 무척 좋네요.
첫 페이지에 어떤 내용을 적어넣을까 하다가,
송경동 시인의 <오래 산 나무에 대한 은유를 베어버리라>을 적었습니다.
이 시 정말, 정말 좋아요. 왜 이제야 알았나 싶을만큼..
올해가 가기 전엔 꼭 외우고 싶어요.
그 분의 바람처럼
부디 오래 산 나무는 그만 이제 베어버리고,
더는 꿈꾸는 사람이 잡혀가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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