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지는 좀 지났으나 어쨌든 가장 최근에 개정된 한글 로마자 표기법에 의하여

제가 학교를 다녔던 도시 Pusan은 공식적으로 Busan이 되었고 생소한 탓에 한동안 유지했었던 학교 이름도 바뀌고 PIFF 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BIFF가 되었습니다.

완전히 정착된 것 같더라고요.

한국인이 즐겨쓰는 성씨 표기 Kim만 빼고 거의 다 바뀐 듯.


그런데 여기서 살다보니 그게 과연 제대로 된 것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현재 쓰이는 한글 로마자 표기는 외국인, 특히 로마자를 모국어에서 사용하는 나라의 사람들보다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체계가 분명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앞에서 든 예와 같이 Pusan이 Busan이 되는 바람에 무진장 헷갈려하는 외국인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Busan이라고 발음하지 않죠. 단어 첫머리에 오는  ㅂ은 무성음인데 B는 유성음이거든요.

너는 왜 Busan 을 Pusan 이라고 말하는 거냐고, 그리고 이거 설명해주지 않으면 다른 말인줄 알죠.

아니면 제가 그걸 기억하고 힘들여서 억지로 유성음 Busan으로 발음을 해야 합니다. 


직장동료 하나가 문화원에 한국어를 배우러 다녔었는데

ㄱ =  g, ㄷ = d, ...이런식으로 글자를 영어 단어에 일대일 대응으로 가르치는데, 막상 말할 때는 그 소리가 아니어서 무지 헷갈리다가 그만뒀습니다.

한글이 표음문자이기는 하나 영어처럼 유성음, 무성음 소리로 구분이 되는 게 아니라서 외국인들이 들으면 그 갭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말 로마자 표기는 그냥 한국인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왜일까요? 영어로 쓰는 건 영어 (혹은 로마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읽기 편하라고 만든 것 아닌가요?


그런데 또 외국어의 한글표기는 현지발음과 가장 유사하게 적는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여서

산 호세를 새너제이라고 적는 것. 정말 새너제이 처음 신문에서 봤을 땐 산 호세인줄은 꿈에도 생각 못함.

웃기는 건 주변에 원어민들이 (세너제이 출신은 아니지만) 세너제이라고 말하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제가 산 호세라고 말해도 아무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없다는 거예요.

저한테는 '시애틀'을  씨애를'이라고 적거나 대니얼을 '대녈' 이라고 적는 것과 비슷해 보여요. 그런데 그렇게 적어 놓으면 영어 발음에는 조금 더 가까울지 몰라도 그게 Seatle인지 Daniel인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녈은 마의 그 유성음, 무성음때문에 영어발음과 어차피 다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국인이 알아보기 쉽게 그냥 시애틀, 대니얼 이라고 적어도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 한글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영어를 쓰는 사람을 위한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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